세상 공부

서해 여섯 용사 ‘리멤버 357′ (6월 29일, 20주년 기념식)

colorprom 2022. 6. 8. 14:35

 

♠[동서남북] 서해 여섯 용사 ‘리멤버 357′

 

입력 2022.06.07 03:00
 
 

예비역 해군 대위 윤두호(80)씨는 서울 강동구 보훈병원에 1년 넘게 입원 중이다.

2002년 6월 29일 제2 연평해전에서 스물여덟 꽃다운 나이에 전사한

참수리 357호 정장 윤영하 소령의 아버지다.

지난해 봄 뇌졸중으로 쓰러져 팔다리를 제대로 쓰지 못해 재활 치료를 받는 윤씨는

“20년이 지났지만, 지금도 영하가 너무도 그립다”고 했다.

“군인 자식 둔 아비, 어미로서 감당해야 할 일”이라며

오열하는 유가족을 담담하게 다독여왔던 그였기에,

수화기 너머 떨리는 음성과 울먹임이 예사롭지 않았다.

그는 제2 연평해전이 잊힌 전쟁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했다.

 

대통령이 기념식에 참석한 건 2012년 10주기가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윤 소령 어머니 황덕희씨는

속상하고 답답할 때마다 악물어 어금니가 조각난 지 오래”라고 했다.

 

서해수호의 날을 이틀 앞둔 지난 3월 23일 경기도 수원시 삼일공업고등학교에서 열린 추모행사에
학생들이 직접 제작한 참수리 357호 모형이 놓여있다.
삼일공업고등학교는 천암함 피격으로 전사한 故 박경수 상사의 모교이다./뉴시스

 

2022년 6월 대한민국은 스무해 전 한일 월드컵 ‘4강 신화’의 열기와 감동을 되새기고 있다.

축구 대표팀과 브라질의 친선 경기가 열린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선

‘어게인 2002′ 문구가 관중석에서 물결쳤다.

 

20년 전 한국과 터키의 3·4위 결정전이 열린 날,

서해 북방한계선(NLL)을 침범한 북한 경비정에 맞서 산화한 여섯 용사를

지금 우리는 얼마나 기억하고 있을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메모리얼 데이(미국 현충일)인 지난달 30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민주주의는 옹호해 줄 투사들이 필요하다.

군인과 가족들이 겪은 희생을 잊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본보기 중 한 명으로 꼽은 링컨 대통령은

1863년 11월 19일 게티즈버그 연설에서

“용사들이 이곳에서 이뤄낸 것을 (세상은) 결코 잊을 수 없을 것이다.

그들의 사명에 헌신하자”며 ‘남은 이들의 의무’에 대해 이야기했다.

 

러시아 침공에 100일 넘게 맞서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개전 초 수도 키이우 병원을 찾아 부상병에게 훈장을 수여하고 악수하며

결사 항전 의지를 다지는 장면은

4300만 우크라이나 국민이 하나로 뭉치는 결정적 계기가 됐다.

 

대통령은 당선인 시절 제주 4·3 희생자 추념식에 참석했다.

지난달에는 5·18 민주화 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함게 불렀다.

희생자를 기억하고 유가족의 아픔을 공유하며 국민 통합을 위해 한 걸음 내디딘

의미 있는 시도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대통령은 6일 현충일 추념사에서

“더 이상 영웅들의 희생이 남겨진 가족의 눈물로 이어져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재임 중 제2 연평해전 기념식에 단 한 번도 참석하지 않은 전임 대통령과는 결이 다른 행보다.

 

오는 29일 20주년 기념식

국가 안보와 국토 방위의 신성한 의무’(헌법 5조 2항)를 사수(死守)한 6 용사에게

군 통수권자가 ‘기억의 의무’를 다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

북한의 잇따른 탄도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위협에 맞서

싸우면 반드시 이기겠다는 의지’를 다지는 결의 시간으로 삼아야 한다.

 

대통령이 이달 말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정상회담 참석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들린다.

한 유가족은 “정상회담과 날짜가 겹친다면 기념식 일정을 하루 이틀 조정해도 괜찮을 것

이라며 “대통령이 꼭 참석해 많은 사람이 기억하는 자리가 되길 간절히 원한다”고 말했다.

 

유가족 곁을 오래 지켜온 추모본부의 구호는 ‘리멤버 357′이다.

영웅들을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뜻이다.

윤영하·한상국·조천형·황도현·서후원·박동혁 ‘연평 6용사’ 이름을 딴 고속함 6척이

서해 파도를 가르는 가운데,

군 통수권자인 대통령이 이들 이름을 하나하나 불러주는 모습을 기대한다.

 

 

[더 한장] 외면당한 영웅들 “그동안 다른 현충일을 맞이했다”

 

- 나라를 위해 희생된 영웅들에 대한 국가의 태도

 

입력 2022.06.08 07:00
 
 
2021년 6월 6일 천안함 최원일(예비역 대령·왼쪽) 전 함장 등 생존 장병 16명이
 
국립서울현충원 인근에서 시위를 마치고 현충탑을 찾아 참배하고 있다.
 
이들은 생존 장병의 국가유공자 지정, 천안함 폭침에 대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 표명 등을 촉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2021.6.6 / 고운호 기자

 

“천안함 폭침에 대한 대통령의 입장을 밝히라”

 

불과 1년전 현충일에 행사장에서 기자는 기이한 상황을 목격했습니다.

최원일 전 천안함 함장과 생존 장병들이 천안함 폭침에 대해

당시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알려달라는 시위가 열린 것입니다.

 

현충일 추념식에 초대받지 못한 그들은

청와대 경호실과 경찰들이 막아놓은 울타리에 막혀 행사가 모두 끝나고 문 전대통령이 떠난 후에

현충탑을 찾아 참배할 수 있었습니다.

나라를 위해 우리 바다를 지키다 전우들이 희생되고 살아 남았어도

현충일에 초대받지 못한 영웅들이 지구상에 또 어디에 있을까요?

 

최원일 전 함장은 기자에게 “그동안 같은 나라, 같은 장소에서 다른 현충일을 했다”면서

“다시는 국가를 위해 희생한 사람들이 피켓을 들고 거리로 나가는 일은 없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오는 9일 윤석열 대통령은 최원일 전 함장과 천안함 생존 장병들,

연평해전과 북한 목함지뢰 도발 희생자 가족 등을 초청해서 오찬을 가질 예정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6일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에서 열린 제67회 현충일 추념식에서
 
현충탑으로 이동하고 있다. 2022.6.6 / 뉴스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