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65] 전과자 수두룩한 국회
앤더튼이 말했다.
“프리크라임은 법을 어긴 적 없는 개인을 잡아들이는 것이네.
폭력행위를 저지르기 전에 우리가 먼저 잡아들이니까.
우리는 그들에게 혐의가 있다고 주장하지.
반면, 그들은 영원히 무죄를 주장할 걸세.
그리고 어떤 면에서 보면 그들은 실제로 무고한 셈이지.
우리 사회에는 이제 중범죄가 존재하지 않네.
대신 미래의 범죄자들로 가득한 격리 수용소가 생겼지.”
- 필립 K. 딕 ‘마이너리티 리포트’ 중에서
청소년을 대상으로 강의하려면
‘성범죄 경력조회 동의서’와 ‘아동학대 관련범죄 전력조회 동의서’를 제출해야 한다.
개인정보 보호법에 의해 사원을 채용할 때조차 신원조회를 할 수 없다지만,
언제부턴가 많은 곳에서 전과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당연해졌다.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세계는 살인 범죄 예방 시스템이 작동되는 미래 사회다.
경찰은 범죄 장소와 시간, 범인을 예측하고 사건이 벌어지기 전에 출동, 혐의자를 체포한다.
실제로는 범죄를 저지르지 않았지만 용의자는 처벌받는다.
살인 없는 세상을 위해 살인하지 않은 사람을 사형이나 종신형에 처하는 것이다.
2020년 총선 당시, 국회의원 당선자 300명 중 전과자가 100명이라는 기사가 있었다.
그들이 저지른 범죄는 폭력과 음주운전, 공무집행 방해를 포함,
공직선거법과 정치자금법 위반, 집시법과 반공법 위반, 국가모독과 내란음모 등
국가보안법 위반도 다수였다.
지난 대선에서 여러 의혹을 안고 있던 전과 4범의 후보는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당선, 면책특권을 얻었다.
취지엔 동의하면서도 개인정보를 공개하고 범죄경력 조회서를 제출해본 사람들은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받는 기분을 부정하지 못한다.
만약 개심한 전과자라면 성실하게 살아갈 기회를 잃을 것이다.
죄 없는 시민을 무수히 잡아넣은 소설 속 앤더튼 국장도
정작 자신의 살인 예고에 대해서는 시스템 오류와 음모라며 체포를 피해 도망친다.
안전한 사회를 위해서라면 입법자들에게 먼저 적용해야 한다.
일반인과 달리 전과가 수두룩한데도 기회를 얻어 특권을 누린다면,
그들이 어떻게 평등하고 공정한 법을 만들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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