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70] It’s a double pleasure to deceive the deceiver
속이는 자를 속이는 건 두 배의 즐거움

1989년, 동서독을 나누고 있던 베를린 장벽이 무너지기 직전.
각국의 스파이들이 베를린에 집결해 있다.
이들의 목표는 하나, 전 세계 스파이들의 신원과 뒷거래가 적혀 있는 마이크로필름
‘더 리스트’를 손에 넣는 것이다.
오랜 시간 세계를 긴장하게 한 냉전도 베를린 장벽과 함께 무너지려는 찰나,
이 리스트가 풀리면 세계는 또다시 기약 없는 냉전에 돌입한다.
앤서니 존스턴의 그래픽노블 ‘콜디스트 시티’를 원작으로 한 영화
‘아토믹 블론드(Atomic Blonde∙2017∙사진)’의 한 장면이다.
영국 MI6는 이 리스트를 회수하기 위해
최고의 요원 로레인(샬리즈 세런 분)을 베를린으로 파견한다.
로레인은 MI6 베를린 지부장인 퍼시벌(제임스 매커보이 분)과 함께 리스트를 추적하지만,
동독 비밀경찰에게 리스트를 받기로 했던 동료 개스코인이 이중 스파이인 사첼에게 살해되고
리스트는 자취를 감춘다.
MI6 수뇌부는 초조한 마음에 사첼의 정체를 알아내라며 두 요원을 닦달한다.
“그 망할 벽이 무너진다면, 그 아래 있는 건 피해야 돼
(If that bloody wall comes crashing down, we don’t want to be under it)”.
리스트가 러시아 손에 들어가는 날엔 외교적 대참사가 벌어진다.
MI6 소속으로 러시아를 위해 일하고 있는 이중 스파이 사첼은
신원을 드러내지 않은 채 번번이 로레인과 퍼시벌을 농락한다.
모든 스파이의 눈이 그의 수중에 있는 리스트에 쏠려 있지만
사첼은 유유히 그들을 속이며 탈출 계획을 짠다.
속고 속이는 아수라장.
로레인도 퍼시벌도 사첼도 이 기만 게임에서 중독되어 빠져나갈 수 없다.
퍼시벌의 선반에 꽂힌 니콜로 마키아벨리의 책 구절처럼
“속이는 자를 속이는 건 두 배의 즐거움(It’s a double pleasure to deceive the deceiver)”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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