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75] Hurt people hurt people
상처받은 사람은 상처를 준다
경제가 호황이던 2007년 미국,
돈을 찍어내다시피 벌고 있는 월가(街) 주변 클럽들은 오늘도 모두 만원이다.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스트립 클럽에 출근한 데스티니(콘스탄스 우 분)는
이런 풍요로움이 딴 세상 얘기처럼 느껴진다.
풍요로운 세상에서도 부유한 자들은 더욱 부유해지고 가난한 자들은 더욱 가난해진다.
이 불공평한 세상에 속한 데스티니의 무대명은 아이러니하게도 ‘저스티스(Justice)’.
범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허슬러(Hustlers∙2020∙사진)’는
돈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상처받은 자들의 이야기다.
스트리퍼 일이 서툰 데스티니는
업계 최고의 스트리퍼 라모나(제니퍼 로페즈 분)와 친분을 쌓게 되고
하나둘 노하우를 배우며 수준급 스트리퍼로 변신한다.
스트리퍼 업계의 여왕 라모나는
돈 많은 남자들을 손에 쥐고 흔들며 영악하게 돈을 버는 부도덕한 여자지만
그 모든 건 딸 줄리엣을 위한 일이다.
라모나는 줄리엣을 위해선 못 할 짓이 없다며
이 무조건적이고 맹목적인 사랑을 이렇게 표현하기도 한다.
“모성애는 정신병이야(Motherhood is a mental illness).”
이제 풍요로운 세상에 들어온 그들은 마음껏 풍요를 즐기며 돈을 써댄다.
하지만 즐겁던 시절도 한때,
2008년 9월 미국 부동산 버블 붕괴와 함께 세계적인 불황이 시작되자
돈이 흘러넘치던 월가에도 찬바람이 불고 스트립 클럽들은 대부분 문을 닫는다.
거리로 내몰린 데스티니와 라모나는 온갖 궂은 직장을 전전하다가 3년 후 복귀하지만
아무도 그들을 써주지 않는다.
이제 이들에게 남은 것은 마약을 이용해 취객에게 사기를 치는 것뿐.
룰대로 사는 사람만 손해를 본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낀 그들은
이제 링 코너에서 구경하는 것을 그만두고 링에 뛰어든다.
그리고 자신들이 세상에 받은 상처만큼 세상에 상처를 준다.(Hurt people hurt peop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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