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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69·끝] 마지막 인사

colorprom 2022. 3. 29. 14:38

[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669·끝] 마지막 인사

 

입력 2022.03.29 03:00
 

669회! 명절이나 신문사 사정으로 건너뛴 몇 차례까지 감안하면

거의 13년 동안 매주 이 칼럼에 글을 쓴 셈입니다.

물론 대한민국 언론 역사에서 아마 영원히 깨지지 않을

23년 기록의 ‘이규태 코너’에 비할 바는 아닙니다.

 

이규태 선생님은 1983년 3월부터 2006년 2월 23일까지 23년 동안

무려 6702회에 걸쳐 글을 쓰셨습니다.

일요일과 몇몇 공휴일을 제외하곤 매일 쓰신 선생님 앞에서

감히 매주 참신한 글감을 떠올리느라 힘들었다고 징징거릴 수는 없습니다.

여하간 이제 저도 펜을 내려 놓으렵니다.

긴 세월 한결 같은 마음으로 저를 품어준 조선일보에 머리 숙여 고마움을 표합니다.

 

돌이켜 보니 제가 신문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게 어언 26년째로 접어듭니다.

참 오래도록 많이도 썼네요.

신문에 글을 쓰는 논객의 삶을 흔히 ‘지적질’이라고들 합니다.

지적질, 맞습니다.

정부나 우리 사회의 허물을 꼭 집어 훈계하는 글을 쓰다 보면

종종 “죄 없는 자만 저 여인에게 돌을 던지라”던 예수님 말씀이 비수처럼 꽂힙니다.

 

이제 저도 어쭙잖은 돌팔매를 멈추고 남은 삶 자신을 돌아보며 지내렵니다.

그동안 제 글로 인해 불편함을 느끼셨던 독자 여러분께는 진심으로 사과드립니다.

 

하지만 ‘개미박사’라면 개미에 관한 글이나 쓰지 왜 주제넘게 사회 문제에 대해 왈가왈부하느냐

꾸짖은 분들께는 구차한 변명을 하나 하렵니다.

저는 개미뿐 아니라 사회를 이루고 사는 모든 동물의 생태와 진화를 연구하는 사회생물학자입니다.

인간 사회도 당연히 제 연구 주제입니다.

 

청마 유치환 선생님은 “사랑하는 것은/ 사랑을 받느니보다 행복하나니라”라고 하셨지만,

저는 솔직히 그동안 넘치도록 주신 여러분의 사랑에 마냥 행복했습니다.

여러분이 저를 훨씬 더 많이 사랑해주신 것은 분명하지만 저도 여러분을 많이 사랑했습니다.

그래서 고백하렵니다.

 

사랑하였으므로 나는 진정 행복하였네라.”

 

 

최재천의 자연과문화 연재를 마칩니다. 애독해주신 독자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