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은영의 ‘토닥토닥’]
“숙제 하면 게임하게 해줄게” 꼭 해야할 일, 조건 달면 안돼
[아이가 행복입니다]
부모는 아이에게 “숙제 다 하면 게임 하게 해줄게”라는 말을 종종 하곤 해요.
이 말을 들은 아이는 ‘게임보다 숙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아니라
‘게임을 하려면 숙제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즉, 게임에 훨씬 더 큰 비중을 두고 조건이 충족되면 게임을 할 수 있다는 식으로 생각하는 거예요.
이런 말을 하는 부모는 조건을 달면 아이에게 동기부여가 될 것이라고 생각해요.
하지만 그 효과는 아주 일시적입니다.
거듭할수록 부수적으로 얻게 되는 것이 아이가 행동을 하는 목적으로 바뀌어 버려요.
부모가 다는 조건은 보통 아이가 좋아하는 것입니다. 게임·만화책 등일 거예요.
이런 ‘당근’이 아이가 그 나이에 꼭 해야 하는 일 뒤에 붙으면,
아이의 마음속에는 그 일에 대한 내적 동기가 생기지 않아요.
당근에 대한 관심만 강해집니다.
시간이 갈수록 ‘그냥 기분 좋게 좀 하면 안 되나?’ 하는 생각에 불만만 커져요.
정말 내적 동기를 가지고 해야 할 일이라면,
조건 없이 “무슨 일이 있어도 이것은 네가 해야 하는 거야”라고 말을 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조건은 서로가 타협을 통해서 바꿀 수 있는 일에만 달아야 해요.
예를 들면 “지금 병원에 가면 대기자가 적어서 진료가 빨리 끝나니까 더 오래 놀 수 있어.
하지만 놀다가 늦게 가면 대기자가 많아지기 때문에 병원을 다녀와서 노는 시간이 줄어들 수 있어.
어떻게 할래?”와 같은 일입니다.
아이가 꼭 해야 하는 것에는 조건을 달지 마세요.
아이가 성장에서 꼭 해야 하는 것, 먹어야 하는 것, 공부하는 것들이 그것입니다.
매사 조건을 달면 아이는 부모의 사랑이 무조건적인 것이 아닌 것 같다고 느낄 수 있어요.
조건이 붙는다는 것은
‘내가 잘못하면 엄마가 나를 사랑하지 않겠구나’라는 말처럼 생각되기도 하거든요.
아이들은 그렇게 오해할 수도 있습니다.
오은영·소아청소년정신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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