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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셀프 훈장’

colorprom 2022. 3. 16. 14:20

[만물상] 대통령 ‘셀프 훈장’

 

입력 2022.03.16 03:18
 

우리나라 상훈법에 따르면 훈장은 모두 12개 등급이 있다.

 

최상위에 무궁화대훈장이 있는데

대통령과 배우자, 우방국 원수와 배우자, 전직 우방 원수만이 대상이다.

역대 대통령들은 공과(功過)와 무관하게 모두 자신의 임기 중 이 훈장을 받았다.

그렇다 보니 정치적 반대 진영으로부터 ‘한 게 뭐가 있다고 훈장이냐’는 식의 비판이

끊이질 않았다.

 

퇴임을 앞둔 문재인 대통령 내외도

국무회의 의결을 통한 이 훈장의 ‘셀프 수여’를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란이다.

대한민국 1호 훈장

1949년 8월 15일 이승만 대통령에게 수여된 무궁화대훈장이다.

이후 김대중 대통령까지는 취임과 동시에 이 훈장을 받았다.

포상 차원이 아니라 국가를 대표하는 원수에 대한 상징과 예우의 의미였다.

노무현 정부 시절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의 모든 서훈을 취소하기로 했지만

무궁화대훈장만큼은 제외한 것도

그렇게 할 경우 대통령 재임 자체를 부정하게 된다는 해석 때문이었다.

 

▶그런데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인 시절

“5년간의 공적과 노고에 대해 치하받는 의미에서 퇴임 때 받는 것이 타당하다”고 하고

임기 말인 2008년 초 이 훈장을 받으면서 논란이 시작됐다.

“국민의 존경을 받을 수 없는 집안 잔치”라고 하는 등 여론의 비판이 집중됐다.

5년 후 이명박 대통령 역시 임기 말 이 훈장을 수여받자

이번에는 민주당이 “뻔뻔함이 금메달감”이라고 비판했다.

 

▶외국도 국가 원수에게 최고 권위의 훈장을 수여하곤 한다.

하지만 대체로 퇴임 후 주는 게 관례다.

 

영국 왕실은 전직 총리에게 가터 훈장을 수여하는데

토니 블레어, 존 메이저, 마거릿 대처 등은 각각 퇴임 후 14년, 8년, 5년 만에 받았다.

 

모두에게 주는 것도 아니다.

일본은 뛰어난 업적이 있는 총리에게

대훈위국화장경식(大勲位菊花章頸飾)이라는 훈장을 주는데 전후(戰後)

요시다 시게루, 사토 에이사쿠, 나카소네 야스히로 등 3명만이 이를 받았다.

 

무궁화대훈장은 국내외 다른 훈장과 비교해

지나치게 비싸고 화려하다는 것도 문제다.

문 대통령 내외가 받는 훈장은 금·은·루비·자수정 등의 보석으로 제작하면서

한 세트당 6800여 만원, 총 1억3600여 만원의 예산이 쓰였다고 한다.

 

안중근 의사, 김좌진 장군 등이 사후에 받았던 건국훈장 대한민국장

최근 제작비가 172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퇴임하는 대통령의 노고에 대한 적절한 예우를 막을 이유는 없다.

하지만 5년마다 반복되는 논란을 해소할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