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페리클레스가 政敵을 대하는 법

colorprom 2022. 3. 16. 13:54

[태평로] 페리클레스가 政敵을 대하는 법

 

막말한 반대파에게 등불 밝혀줘
링컨은 라이벌을 내각에 중용
사나운 개 짖는 집에 손님 오나
측근 뒤로 빠져야 인재 모인다

 

입력 2022.03.16 03:00
 
 
민회가 열리는 프닉스 언덕에서 페리클레스가
아테네 시민들에게 재건된 아크로폴리스를 가리키며 연설하는 상상화.
그는 시민들에게 스스로의 업적에 자부심을 갖고, 연인을 대하듯 아테네를 사랑해 달라고 했다.

 

아테네의 지도자 페리클레스는 평생 정적(政敵)들의 공격에 시달렸다.

선동가들은 민회나 거리에서 수시로 그를 비판하고 탄핵까지 했다.

그래도 그는 화내지 않았다. 민회에 나가 쉼 없이 반대파를 설득했다.

 

어느 날 정적 한 명이 한밤 퇴근길까지 따라와 막말과 험담을 퍼부었다.

묵묵히 집에 도착한 페리클레스는 하인에게 말했다.

“그 등불을 들고 이분을 댁까지 모셔다 드리게.

 

정적을 예우하는 페리클레스의 방식이 30여 년간 아테네의 민주정을 꽃피웠다.

 

링컨 미국 대통령은 대선 승리 후 정적들을 내각 핵심으로 기용했다.

경선 맞수였던 수어드는 국무장관, 체이스는 재무장관, 베이츠는 법무장관이 됐다.

야당인 민주당 인사들까지 내각에 넣었다.

그래서 ‘팀 오브 라이벌(Team of Rivals)’이라 불렀다.

 

남북전쟁에서 이긴 후엔 남부 지도자들을 사면하고 각종 지원책을 폈다.

자기를 지지하지 않는 사람들을 끝까지 끌어안은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국민 48.6%의 지지를 받았다.

하지만 지지하지 않은 국민이 더 많았다.

당선인이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공동 인수위를 꾸리고

“야당과 협치하겠다”고 한 것도 이를 잘 알기 때문일 것이다.

 

김부겸 총리 유임 카드도 그래서 나왔을 것이다.

국회에서 소수인 윤석열 정부가 제대로 국정을 펴려면

팀 오브 라이벌’이 실제 필요할 수 있다.

 

그는 야당 지도부를 수시로 만나고 호된 비판도 견뎌야 한다.

상대에게 얻기보다 내줘야 할 게 더 많을 것이다.

함부로 화내서도 안 되고 때론 소신도 굽혀야 한다.

평생 검사로 살아온 윤 당선인에겐 쉽지 않은 일일 것이다.

 

역대 대통령은 모두 협치를 약속했지만 지킨 사람은 거의 없다.

야당과 대화하는 척하다 이내 불통과 마이웨이로 갔다.

문재인 대통령도 “당선되면 야당 당사부터 찾겠다”고 했지만 말뿐이었다.

 

당선인은 “오로지 국민만 보고 가겠다”고 말했다.

다른 대통령들도 그랬다.

하지만 자기를 지지해 준 국민만 봤고 야당 뒤에 있는 절반의 국민은 무시했다.

 

중국 송나라 때 한 주막 주인이 현자에게 물었다.

“값싸고 맛있는 음식과 술을 인심 좋게 파는데 왜 손님이 안 올까요?”

현자가 답했다. “당신 집에서 사나운 개가 짖는데 누가 겁나서 가겠는가?”

한비자(韓非子)는 이를 ‘맹구지환(猛狗之患)’이라고 했다.

사납게 떠들고 주변을 견제하는 측근이 있으면 인재들이 떠나는 법이다.

 

지금 윤 당선인 주변엔 선거를 도운 측근이 넘쳐난다.

막후 자리 다툼 소문에 정체불명 조각(組閣) 명단도 나돈다.

대부분 당과 선대위, 검찰 쪽 인사다.

“‘윤핵관’이 인사를 다 한다”는 말도 들린다.

‘내 편’만 줄줄이 청와대와 내각에 들어가면

협치는 사라지고 일방통행이 시작될 것이다.

‘정권 검찰’이란 비판도 나올 것이다.

윤 당선인이 강조했던 검찰 독립과는 거리가 멀다.

 

선거와 국정은 다르다.

제대로 수성(守城) 하려면 공성(功城) 팀은 한발 물러나 줄 필요가 있다.

선거 공신들이 국정 전면에서 주도권을 휘두르면 모두 그들 눈치만 볼 것이다.

 

윤 당선인 핵심 측근들은

우리는 윤 정부의 성공을 바랄 뿐 자리 욕심이 없다”고 말해 왔다.

그 다짐을 지켜야 한다.

그래야 참신한 인재, 실력 있는 전문가, 생각과 색채가 다른 인물들이 모일 수 있다.

 

통합과 협치는 거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