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53] 청와대 터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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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만은 미끄러져 들어온 하얀 여인이 죽은 백작 부인임을 알아보았다.
“나는 오고 싶지 않았는데.” 그녀가 말했다.
“네 청을 들어주라는 명령을 받아서 왔어. 3, 7, 1을 차례로 걸면 이길 거야.
하루에 카드 한 장 이상은 걸지 않아야 하고 이후에는 일생 동안 도박을 해선 안 돼.
또 네가 내 양녀 리자베타와 결혼한다면 날 죽게 만든 걸 용서해주겠어.”
- 푸시킨 ‘스페이드의 여왕’ 중에서
윤석열 당선인이 청와대에 들어가지 않겠다고 했다.
집무실과 관사를 광화문으로 옮기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광화문은 대규모 시위 공간이 된 지 오래다.
또한 경호나 비서진 실무 공간 확보 등 현실적인 문제 때문에
현 정부도 실행하지 못한 공약이었다.
게르만은 사교계의 늙은 백작 부인이 젊은 시절,
도박에서 연달아 세 판을 이겨 엄청난 돈을 딴 적 있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그는 치밀한 계획 끝에 노부인 방에 숨어든다.
하지만 늦은 밤 갑자기 나타난 청년이 도박의 비밀을 말하라며 총을 들고 협박하자
놀란 노부인은 심장마비로 죽고 만다.
직접 살인한 건 아니었지만 꺼림칙했던 게르만 앞에
죽은 백작 부인이 환영(幻影)으로 나타나 돈 따는 비결을 알려준다.
반신반의했지만 그는 이틀 연속 큰돈을 딴다.
그러나 셋째 날, 돈과 인생, 모든 것을 잃는다.
부인의 지시대로 분명 1, 즉 에이스를 냈는데 테이블에 던져진 카드는 스페이드 퀸이었다.
너무 긴장한 탓에 저지른 실수였을까, 백작 부인의 저주였을까?
‘삶이 그대를 속일지라도 슬퍼하거나 노여워 말라’는 시를 남긴
푸시킨의 소설 속 주인공은 꿈인지 생시인지 모를 죽은 자의 말을 믿고 운명을 걸었다.
청와대 터가 험해서
국가 분란과 대통령들의 불운이 끊이지 않는다는 말을 믿는 사람이 많다.
현 정권도 “풍수상의 불길한 점을 생각해 옮겨야 하는데”라고 브리핑을 한 적 있다.
‘제왕적’ 권력의 상징을 청산하겠다며 이전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는 당선인의 공약이
이번엔 실현될까?
현직을 포함, 역대 대통령들의 말년 불행이 풍수 때문인지 아닌지
비교, 확인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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