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인터넷 전쟁 중계
“아마도 마지막 글이 될 것 같다.
사이렌이 온 동네에 울리고 있다.
오늘 하루는 친구와 술을 진탕 마시고 취할 것이다.
그리고 입대하겠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난 24일
우크라이나 청년이 영어권 최대 인터넷 커뮤니티 레딧에 올린 글이다.
전쟁터로 가는 사내가 아내와 어린 딸을 부둥켜안고 함께 눈물 흘리는 모습도
인스타그램을 타고 전 세계에 타전됐다.
“마음이 아파서 끝까지 볼 수 없었다” “푸틴을 규탄한다”는 댓글이
줄줄이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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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가 전쟁을 생중계한 것은 1991년 걸프전 때가 처음이다.
인공위성 덕분이었다.
러시아의 침략으로 전쟁터가 된 우크라이나에선
인공위성 대신 휴대전화가 전쟁 현장을 실시간 중계한다.
미사일 폭격으로 공항, 무기고, 고층 아파트가 파괴되는 참상에 소름이 돋는다.
공포와 분노를 토로하거나 투쟁을 다짐하는 우크라이나인들 목소리도 생생하다.
▶소셜미디어에선 총성 없는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러시아가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국외로 탈출했다는 가짜 뉴스를 퍼뜨렸다.
젤렌스키는 수도 키예프의 한 성당을 배경으로 휴대전화 ‘셀카’ 동영상을 찍어
페이스북에 올림으로써 받아쳤다.
대통령이 철모를 쓰고 병사들과 함께 전장을 누비는 모습도 ‘업로드’했다.
조회 수가 단숨에 수백만 건 치솟았다.
시민들은 항전 의지를 불태웠고 전 세계에서 응원이 쇄도했다.
▶우크라이나 남부 항구도시에선 한 여성이 중무장한 러시아 군인들에게 다가가
“네가 죽으면 우크라이나 땅에 해바라기가 자랄 수 있도록
주머니에 해바라기 씨를 넣어 두라”며 꾸짖었다.
러시아 군인의 피로 우크라이나 국화인 해바라기의 양분을 삼겠다는 여성의 엄포가
휴대전화에 찍혀 전 세계로 퍼졌다.
휴대전화는 군사 기밀도 뚫는다.
휴대전화 위치 추적 서비스와 연계된 구글 지도에
침공 당시 러시아군 차량이 국경 넘는 상황과
우크라이나 군 시설, 도로를 포위하는 모습이 고스란히 포착됐다.
러시아는 자국 군인의 참전 사실을 가족에게 숨겼다.
가족들은 아들과 형제의 소셜미디어 계정이 꺼져 있으면 울부짖는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군 포로들 모습을 텔레그램에 공개하며
러시아 내 반전 여론을 확산시키고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항전을 막으려 인터넷 접속 차단에 나서자
일론 머스크는
초고속 인터넷 통신위성 서비스를 우크라이나에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저커버그는
페이스북에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러시아 국영방송 채널 4곳을 제재했다.
휴대전화와 소셜미디어가 우크라이나의 강력한 항전 무기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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