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김규나] [151] 전쟁, 우리는 안전한가?

colorprom 2022. 3. 2. 09:13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51] 전쟁, 우리는 안전한가?

 

입력 2022.03.02 03:00 | 수정 2022.03.02 03:00
 
 
루이지 피란델로 '전쟁' 등 작가 7명의 단편소설 모음집

 

국가가 존재하고 또 굶어죽지 않으려고 먹는 빵처럼 국가가 꼭 필요한 것이라면,

누군가 지키러 가야 합니다.

아이들은 스무 살이면 입대합니다.

그들은 부모의 눈물을 원하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인생의 추함이나 삶의 씁쓸한 환멸을 겪지 않고

젊은 나이에 열정적으로 죽는다면 무엇을 더 바라겠습니까?

 

울음을 그쳐야 합니다. 웃어야 합니다. 저처럼 말입니다.

 

- 루이지 피란델로 ‘전쟁’ 중에서

 

병장이 된 조카가 휴가를 나왔을 때였다.

좀 일찍 복귀할 수 없느냐고, 후배 병사가 전화로 진지하게 묻더란다.

북한이 연달아 미사일을 쏘아대서 비상이 걸렸는데

신참이라 아는 것은 없고 어지간히 답답했던 모양이다.

 

조카는 무사히 휴가를 마치고 귀대했지만 업무에 즉시 복귀할 수 없었다.

일정 기간 코로나 음성 판정을 기다려야 했고

해제될 즈음에는 확진자가 나왔다는 이유로 부대 전체에 격리 조치가 내려졌다.

‘그럼 나라는 누가 지켜?’ 했지만 공연한 걱정이었을 것이다.

우리 군사력은 세계 6위란다.

 

1934년에 노벨 문학상을 받은 이탈리아 작가의 짧은 소설은

외아들을 최전선에 보낸 부모를 위로하는 어느 전사자의 아버지를 묘사한다.

자식이 때 묻지 않은 인생을 살다 국가를 위해 죽는다면 기쁜 일이라고

그는 호기롭게 말한다.

하지만 “아드님이 정말 죽었나요?”라는 질문을 받자

덩치 큰 이 남자는 새삼 아무 말도 못 하고

가슴이 찢어지도록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지난해에는 아프가니스탄이 탈레반에 점령당하더니

이번엔 우크라이나가 전쟁 무대가 되었다.

 

경제, 군사, 외교 면에서 상호 보완적일 때 유지되는 것이 평화다.

힘의 균형이 무너지고 동등한 이익을 주고받을 수 없을 때,

싸워서 얻는 게 더 많다는 계산이 나올 때 전쟁은 시작된다.

 

먼 나라 전쟁의 불똥이 물가 상승으로 번지고 있지만,

내전과도 같은 정치권의 혼란과 분열은 쉽게 끝날 것 같지 않다.

 

국민의 안전과 우리 젊은이들의 목숨을 헛되이 잃지 않을 만큼

국방은 정말 튼튼한가?

복잡한 국제 관계 속에서 우리가 전쟁과 무관하다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