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향적인데 MBTI는 “대담한 통솔자”... 정신과 의사 해석은
정신과 의사가 말하는 MBTI
16개 유형으로 나뉘는 성격 검사
정신과 진료에선 쓰지 않지만
자신의 내면을 되돌아보고 상대방 이해하는 도구로 활용을
최근 대선 후보들이 자신의 MBTI 유형을 밝힐 정도로
성격 유형 검사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다들 검사를 해보고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에 자신의 유형을 올린다.
이를 두고 10~20대 젊은 층에서는
무슨 타입은 답답하다느니, 의사 소통이 어색하다는 식으로 평을 내놓는다.
인터넷에는 MBTI 유형별로 연애 스타일, 우는 이유 등
거의 모든 상황에 대한 해석으로 참고한다.
과연 MBTI는 사람의 유형을 진정으로 대표하는 것일까.
◇MBTI 성격 유형 검사란
MBTI(Myers-Briggs Type Indicator)는 스스로 할 수 있는 성격 유형 검사다.
이 검사를 만든 모녀의 이름 앞 글자를 따서 명명했다.
개발자인 엄마는 딸을 키우며
아이 고유의 재능을 잘 활용하게 이끌어 주는 것이 ‘신의 뜻’이며,
성격에 맞는 일을 해야 영혼을 구원받는다고 믿었다고 한다.
MBTI 결과는 총 16가지 성격으로 나뉜다.
네 범주가 상반된 두 대극(對極) 기질로 구성되어 있는데,
외향(E)-내향(I), 감각(S)-직관(N), 사고(T)-감정(F), 판단(J)-인식(P) 등이다.
두 대극 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결과가 4번 조합되면 16유형으로 분류된다.
최초의 MBTI 매뉴얼은 1962년에 출판됐다.
MBTI 검사는
의사 결정 방식이나 일상 태도를 정할 때 드러나는 심리적 특성을 분석한
스위스 정신분석학자 카를 융의 이론을 바탕으로 했다.
융 분석심리학에는
개인적 차원의 의식(意識)과 꿈을 포함한 무의식(無意識),
사회적 차원의 집단 무의식, 종교 등이 복잡하게 얽혀있다.
성격으로 드러나지 않는 ‘그림자’라는 특징까지 포함하여
한마디로 단정해 해석하기는 어렵다.
그런데도 실제 MBTI 결과는 인상 깊고 매력적인 한 줄 문장으로 요약된다.
예컨대 ‘대담한 통솔자(ENTJ)’ ‘자유로운 영혼의 연예인(ESFP)’ 등이다.
빠르고 간편하고 간결한 것이 잘 먹히는 요즘 시대에 대중적 인기를 얻는 이유다.
◇MBTI 해석과 한계
상당히 많은 사람(39~76%)이 MBTI 재(再)검사 시
처음과 다른 성격 유형으로 나온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안철수 후보도 본인의 MBTI는 의사였을 때, 사업가였을 때, 교수였을 때,
그리고 정치인일 때 결과가 모두 달랐다고 했다.
실제로 MBTI 결과는 현재 어떤 상황에 놓여있는지에 따라 바뀔 수 있다.
사람들이 가장 많이 혼란스러워하는 E(외향)-I(내향)를 예로 들어보자.
내향/외향이란 에너지를 얻는 방식, 그리고 에너지를 발산하는 방식에 대한 태도다.
많은 사람이 ‘나는 내성적인데’라고 생각하는데도 외향E로 나올 수 있고,
활발해 보이는 연예인 중에도 내향I인 경우가 많다.
실상 내향형(I)이 더 강한 유형일지라도 모임이 잦은 집단에 속해 있다면
결과는 외향형(E)으로 나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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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자기 상태를 반영하는 검사이므로 나이가 들면서도 변한다.
기분에 따라서도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
한편 80% 외향성과 20% 내향성도 외향E 유형이며,
55% 외향성과 45% 내향성도 E유형으로 나온다.
즉 같은 유형에 속한 사람이라도 조금씩 다르다는 얘기다.
온전한 E도 온전한 I는 없다.
다만 좀 더 우세한 방향성을 의미한다.
MBTI 결과로 사람을 단정하는 것은 무척 위험하다.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을 포함해, 마음은 한 가지가 아니라 여러 가지가 함께 있다.
오히려 드러난 결과보다도 그림자, 무의식에 주목할 때,
나에 대해 더 이해할 수 있고, 심리적 균형감을 찾는 치유가 시작된다.
변화하는 게 사람 본성이다.
정신과 진료실에서는 MBTI를 심리 검사로 사용하지 않는다.
과학적 관점에서 신뢰도와 타당도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MBTI 가치는 있다.
한 번쯤 내면의 욕구와 욕망에 제대로 솔직해지고,
지금 삶을 돌아보는 도구로 활용하면 적절할 것이라 생각한다.
내가 나를 잘 알고 받아들여야 더 만족스럽게 살 수 있다.
그래야 다른 사람을 그릇된 사람으로 비판하고 미워하지 않을 수 있다.
작금의 MBTI 트렌드가 서로를 이해하는 도구로 잘 활용됐으면 한다.
/나해란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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