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빈집세(稅)’
2017년 초 복면 두른 홈리스들이 영국 런던의 200억원짜리 고급 맨션을 무단 점거했다.
이 맨션은 빈집이었다.
이를 차지한 이들은 “이렇게 빈집들을 홈리스 센터로 활용하자”고 주장했다.
집주인이 러시아 억만장자였는데
집을 사두고 3년 동안 한 번도 들어가 살지 않았다고 한다.
무단 점유자들은 강제 퇴거당했지만 곧바로 다른 빈 저택을 점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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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은 2013년 ‘빈집세(稅)’를 도입했다.
2년 이상 비어있는 집에 지방세를 최대 50%까지 중과했다.
점점 더 무겁게 물려 최대 300% 중과하는 곳도 있다.
집을 비워두지 말고 빨리 팔거나 세 놓으라는 뜻이다.
2004년 32만호이던 빈집이 2016년 20만호로 줄었다.
하지만 주택 부족으로 아우성인 런던에도 아직 빈집이 꽤 있다.
세금을 아무리 올려도 부담을 안 느끼는 러시아, 중동의 억만장자들이
런던에 대저택을 사두고 마냥 비워두기 때문이다.
▶캐나다 서부 밴쿠버의 집값이 껑충 뛰었다.
중국, 홍콩 부자들이 대거 집을 샀고 집값과 월세 값이 올라갔다.
시민들 분노가 치솟자 밴쿠버 시장이
“집은 사람 사는 곳이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며 2017년 빈집세를 도입했다.
처음엔 공시가격의 1%를 매기다 작년에 3%까지 올렸다.
빈집세 덕에 밴쿠버의 임대 매물이 2년간 6000채 가까이 늘었다고 한다.
▶작년 4월 20년째 버려진 전북 익산의 빈집에
인터넷 개인 방송 운영자가 흉가 체험 동영상을 찍으러 들어갔다가
백골 시신을 발견했다.
도시로 떠난 뒤에도 고향 주택을 팔지 않는 경우가 많다. 팔리지 않기도 한다.
전국 지자체마다 폐가가 된 시골 빈집 처리로 골머리를 앓는다.
국내 대도시 가운데 ‘빈집 1위’는 부산이다.
대도시 가운데 제일 먼저 ‘초고령 사회’로 진입한 탓이다.
인구는 서울의 3분의 1인데, 방치된 빈집은 훨씬 많아 5000호가 넘는다.
한 집 건너 빈집인 동네는 쓰레기가 쌓여
여름이면 악취가 진동하고 쥐, 벌레가 들끓는다.
▶일본 교토시가 빈집세를 도입하기로 했다.
집이 부족해 빈집세를 도입한 영국이나 캐나다와는 정반대로,
일본은 집이 남아돌아 빈집세를 도입한다.
초고령 국가 일본에는 빈집이 850만채나 된다. 7채당 1채가 빈집이다.
조만간 3채 중 1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10~20년 전부터 온갖 빈집 재생 프로그램을 가동했지만
늘어나는 빈집 속도를 감당 못해 급기야 세금 방망이까지 동원한다.
세계 최고 속도의 저출산 고령화 국가인 우리에게도 곧 닥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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