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법카의 윤리
2012년 한 스포츠 단체 직원이 개인 비리로 걸렸다.
대한체육회가 수사 의뢰를 지시했는데도 피해자인 이 단체는 뭉개려고만 했다.
알고 보니 그 비리 임원과 ‘단체 일에 입 다물면 고발하지 않겠다’는 합의서를 쓰고
1억5000만원의 퇴직 위로금도 줬다.
그 임원이 단체의 법인카드 비리를 폭로할까 봐 전전긍긍했다.
하지만 결국 임직원들의 2억원대 법카 비리가 드러났다.
▶한 방송사 사장은 휴일에 호텔 투숙하고 고가의 가방·귀금속을 구매하는 데
7억원 가까운 법카를 사용해 징역형을 받았다.
정부 산하 연구원장은 명품 의류와 고가 향수·화장품에 반찬 값까지 법카로 긁었다.
한 지자체 간부들은 법카로 허위영수증을 끊는 방식으로 유흥업소를 다녔다.
가족에게 법카를 맡겨놓고 생활비로 쓴 인사도 있었다.
스페인에선 대형 은행 경영진이 무려 210억원 달하는 법카 부정 사용으로
정치 쟁점까지 됐다.
▶'법인카드 깡’(현금화)도 많다.
한 광역시장은 법카로 백화점 상품권을 20억원어치 산 뒤 현금화했다.
이 중 2억원을 생활비·골프비로 썼다.
모 시청 간부와 공기업 임원들은 법카 깡으로 수억원의 비자금을 만들었다.
법카는 뇌물이 되기도 한다.
2010년 한 중견기업은 정·관계 인사들에게 회사 법인카드를 돌렸다는 혐의로
수사를 받았다. 법카 수가 100개에 달했다고 한다.
경제부처 공무원과 군 간부 등이 금융기관과 방산업체에서 법카를 받아 쓰다
걸리기도 했다.
▶이재명 민주당 후보가 성남시장 시절 업무추진비 법카를 부정하게 썼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같은 날 점심·저녁을 여러 차례 한 내역이 다수 발견됐다는 것이다.
점심을 9번 먹고 하루에 18번 식사한 날도 있었다.
하루 식비가 390만원에 달하기도 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
법카를 여러 장 만들어 많은 사람이 나눠 썼다고 볼 수밖에 없다.
이 후보 아내 김혜경씨는 도청 행사 명목으로
소고기와 초밥, 샌드위치 등을 대량 구매해 집으로 배달시켰다는 의혹도 받고 있다.
개인카드로 지불한 뒤 법카로 바꿔치는 수법도 나왔다.
이 법카는 각 부서의 업무추진비에서 나갔다.
▶이 후보는 대장동 의혹이 터지자 “부패지옥 청렴천국”을 얘기했다.
자신이 성남시청 화장실에 붙여뒀던 문구라고 했다.
그는 “공금 횡령 한 번만 저질러도 퇴출한다”고 했었다.
문재인 정권은 다른 편을 공격하기 위해
김밥 집에서 법카로 2500원 결제한 것까지 문제 삼았다.
누구든 대통령 꿈을 품으면 자기 처신부터 조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후보는 그렇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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