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김규나] [149] 마스크보다 소중한 것

colorprom 2022. 2. 16. 13:39

 

[김규나의 소설 같은 세상] [149] 마스크보다 소중한 것

 

입력 2022.02.16 03:00
 
 
 
작은 아씨들(Little Women).

 

베스가 얼마나 아름답고 다정한 성품을 타고났는지,

모든 이의 마음 깊숙한 곳을 얼마나 다정하게 채워주었는지 깨달았다.

남을 위해 희생하고 누구에게나 있을지 모를 소박한 선함을 실천함으로써

행복하게 만들어준 베스의 이타적인 마음이 얼마나 가치 있는지도 알게 되었다.

그 선함은 다른 모든 재능보다 더 사랑받고 귀하게 대접받아야 마땅했다.

 

- 루이자 메이 올컷 ‘작은 아씨들’ 중에서

 

문구점에서 아르바이트 점원에게 혼이 났다.

필통을 고르는데 안경에 김이 서려서 마스크를 올렸다 내렸다 했기 때문이다.

“마스크 똑바로 쓰세요!”

매장이 떠나갈 듯 몇 번이나 소리쳐서 누가 저렇게 무식하게 떠드나 했더니

나에게 치는 호통이었다.

호랑이 선생님에게 딱 걸린 아이처럼, 찍소리도 못 하고 냉큼 코를 덮었다.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 가까운 데 주차하고 급히 뛰어내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를 부축했다.

안전하게 들어가시도록 출입문을 활짝 열었다.

한 여성이 어머니의 뒤를 따르기에 나는 밖에서 문을 잡고 서 있었다.

여자가 뭐라고 하는 것 같았는데 고맙다는 말인 줄 알고 싱긋 웃었다.

그녀는 화가 났는지 자기 마스크를 가리키며 크게 외쳤다.

“마스크 쓰라고요!”

 

‘작은 아씨들’은 어려움 속에서도 진실하게 살아가는 네 자매의 모습을 보여주지만

셋째 딸 베스는 일찍 세상을 떠난다.

가난한 이웃을 돌보다가 성홍열에 감염된 베스는 건강을 회복하지 못했다.

하지만 이웃을 탓하고 책임지게 해야 한다는 원망은

소설 속에 단 한마디도 나오지 않는다.

 

코로나 방역은 어떤 이에게는 죽음의 공포를,

또 어떤 이에게는 지적하고 훈계하고 고발해야 한다는 의무감을 일깨웠다.

9시 넘어 영업하는 가게를 이웃 가게 주인이 신고하는 사례도 부쩍 늘었다고 한다.

 

방역 지침 준수야말로 지상 최고의 덕목이며

서로 감시해야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많다.

그런데 더 중요한 걸 잊은 게 아닐까.

힘든 세상일수록 우리를 견디게 하는 건

‘다정한 성품’과 ‘소박한 선함’이 건네는 작은 행복이라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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