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57] I don’t want to survive. I want to live.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고 싶습니다
1840년대 미국, 노예 수입이 금지되자
자유주에 거주하는 흑인을 납치하여 노예제를 유지 중인 주(州)로 팔아넘기는
인신매매가 빈번히 벌어진다.
흑인 솔로몬 노섭(추이텔 에지오포 분)은 바이올린을 연주하는 음악가로
새러토가에서 가정을 꾸리고 자유인 신분으로 평온한 삶을 사는 중이다.
어느 날 워싱턴에서 온 서커스 관계자들이 연주자를 구한다며 노섭에게 접근하여
술을 대접한다.
아무런 의심도 하지 않던 노섭은 흥겹게 술을 마시다가 정신을 잃는다.
정신을 차려 보니 손발이 묶인 채 골방에 갇혀 있다.
솔로몬 노섭의 자전 소설을 바탕으로 한
‘노예 12년(12 Years a Slave∙2014)’의 한 장면이다.
서커스 관계자를 빙자한 인신매매단은 노섭을 배에 싣고 남부로 향한다.
배엔 노섭을 비롯해 납치당하거나 팔린 흑인들이 가득하다.
그중 한 노인이 노섭에게 충고한다.
“댁이 누군지도 숨기고 글 안다는 것도 숨기시오
(Tell no one who you really are and tell no one you can read and write.)”
그래야 살아남는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섭은 이대로 얌전히 굴복할 생각이 없다며 말한다.
“내가 누군지 숨겨야 살아남는다고?
나는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고 싶습니다
(I don’t want to survive. I want to live.)”
이후 비교적 인간적인 지주 포드(베네딕트 컴버배치 분)에게 팔린 노섭은
‘플랫’이란 이름으로 노예 생활을 시작하지만
빚에 쪼들린 포드는 노섭이 자유인이란 걸 알면서도
악덕 지주 엡스(마이클 패스벤더 분)에게 팔아넘긴다.
그렇게 12년을 노예로 일하던 노섭은
베스(브래드 피트)라는 백인의 도움으로 가까스로 노예 생활을 벗어나지만
그 지옥 같은 농장을 떠나는 마차에서 바라본 흑인 노예들의 눈빛은
그를 평생 따라다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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