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달리의 <이비인후과적 머리, 비너스>

colorprom 2022. 2. 10. 14:19

귀가 코에 달린 달리의 비너스… 만약 실제라면?

 

[명작 속 의학] ③이비인후과적 머리, 비너스

 

입력 2022.02.10 00:08
 
 

초현실주의 대표적인 화가 살바도르 달리(1904~1989년),

그는 콧수염을 돌돌 말아 길게 기르는 등 자신의 생활도 기존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다.

 

달리비너스 얼굴 조각상에서

코 있는 자리에 귀를 놓고, 왼쪽 귀 자리에 코를 심어 넣은

<이비인후과적 머리, 비너스>라는 작품을 여러 형태로 남겼다.

 

이 작품의 얼굴을 보면 익숙하지 않은 기괴한 느낌이 든다.

콧등에 걸린 귀는 우측 귀모양이니 오른쪽 귀가 두 개다.

우측 귀가 우측 코를 바라보는 모양새다.

입은 그대로다.

 

코와 귀의 고정된 위치를 바꿔, 전통적인 미적 개념을 바꾸고자 한,

달리 특유의 해학이 담겨 있다.

이 얼굴 상태로는 귀에 속삭이는 말을 할 때 정면을 보고 해야 한다.

귀걸이도 앞에 걸린다.

 

달리는 평소에 귀에 관심이 많았고, 귀를 생명의 근원으로 봤다고 한다.

귀 모양이 아기를 품은 자궁을 연상하기 때문이다.

 

대이륜과 소이륜, 이중 귓바퀴 형태는 유전자 DNA의 이중 나선 구조와 흡사하다.

귀의 그런 형태는

다양한 영역대의 소리를 잘 수집하여 고막에 효율적으로 전달하기 위함이다.

 

달리 작품을 이비인후과적으로 해석하면 기능상에 많은 문제를 낳는다.

이환서 하나이비인후과병원 전문의는

“귀는 양측에 180도 좌우 대칭으로 있어야 평형 기능을 정확히 할 수 있다”며

“이 상태서는 소리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도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발생학적으로 귀와 코는 다른 태생 기관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귀가 콧등에 얹힐 수는 없다.

 

달리 작품은 현실서 불가능한 안면 기형이다.

하지만 귀와 코는 기능적으로 연결돼 있다.

 

귀의 고막 안쪽 중이(中耳)에서 나오는 이관(耳管)은

코 안쪽 깊숙한 비인강과 연결돼 있다.

중이의 분비물이 이관을 통해 배출된다.

비행기 탈 때 기압 변화로 귀가 먹먹해질 때가 있는데,

물을 삼키면 이관이 열리면서 중이 압력이 낮아져 먹먹함이 사라진다.

 

이관이 좁거나 닫혀서 잘 열리지 않으면, 중이염이 잘 생긴다.

반복적으로 귀에 물이 찰 수도 있다.

 

이환서 전문의는 “반복되는 중이염이관 협착증 때문이라고 진단되면,

최근에는 코 내시경으로 이관에 줄을 넣어 좁아진 이관을 넓히는

풍선 확장술을 시행한다”며 “시술 시간은 20분 정도 걸린다”고 말했다.

 

귀와 코가 바뀐 달리의 작품은 고정된 심미안을 바꿔보자는 메시지를 던진다.

 

한편으로는 본래 귀가 양쪽에 대칭적으로 달린 이유는

좌우를 같이 들어야 정확하다는 조물주의 뜻을 새삼 일깨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