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더우먼 자세를 하면 강해진다? 과연 사실일까
“테드 조회수 2위 ‘파워 포즈’ 강의 실험 재현했더니 결과 입증 안 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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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픽션|스튜어트 리치 지음|김종명 옮김|더난|496쪽|1만7000원
지중해식 식단은 생각만큼 건강하지 않다.
가슴을 편 당당한 ‘파워 포즈’는
당신을 더 대담하게 만들어주지도, 스트레스를 낮춰주지도 않는다.
잠이 짧다고 수명이 더 짧아지지는 않는다.
지난 10년간 ‘과학’이라고 알려졌지만 사실은 허구(픽션)였다고
저자가 주장하는 무수한 리스트의 일부다.
지난해 영국왕립학회 선정 ‘최고의 과학 서적’ 최종심에 올랐던 책 ‘사이언스 픽션’은
과학적 근거가 있다고 알려진 속설들이 소설에 불과하다고 주장한다.
에든버러대에서 인간 지능 관련 연구로 심리학 박사를 받았고,
2015년 영국 심리과학협회 ‘라이징 스타’ 상을 받은 저자가 썼다.
어떻게 사이비가 과학으로 둔갑하는가.
그는 실패한 실험 결과는 숨기고, 효과는 과장하고,
객관적이지 못한 실험 환경을 통해 얻어진 일련의 ‘과학적’ 발견이
대대적인 언론보도와 베스트셀러 책으로 확산하는 일련의 사례를 집대성했다.
물론 황우석 사태도 포함돼 있다.
다음은 그가 내놓는 리스트의 일부.
‘당당한 원더우먼 포즈(파워 포즈)를 취하면 당신도 원더우먼처럼 강해진다.’
에이디 커디 당시 하버드대 교수는 2012년 테드(TED) 강연에서 주장했다.
“실험 참가자들은 2분간 파워 포즈를 취하자 더 강해지는 느낌을 받았고,
테스토스테론 수치는 올랐으며, 스트레스 호르몬은 줄어들었다.”
10년이 지난 지금 이 강연 영상 시청자는 7300만명으로 늘어나
테드 영상 조회수 전체 2위다.
그러나 이어진 다른 연구자들의 후속 연구에서
파워 포즈는 이 같은 심리적·물리적 변화를 일으키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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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전히 한국에서 유명 심리학자와 대학 심리학 교과서가 인용하는
필립 짐바르도의 ‘스탠퍼드 감옥 실험’(1971년)은
사람은 상황과 역할에 순응한다는 논거로 반세기 동안 활용됐다.
모의 감옥에서 간수가 된 피실험자들이 죄수를 가학적으로 학대했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실험을 구상한 짐바르도가 간수들에게 죄수를 학대하라는 구체적 지침
(죄수를 화장실에 보내지 마라)을 줬음이 2019년 폭로됐다.
과학적으로 객관성을 잃은 형편없는 연구였다고 저자는 썼다.
이런 연구는 대중 과학서와 결합해 더 널리 퍼진다.
스탠퍼드대 심리학자 캐럴 드웩은 ‘나는 아직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이 성공한다는
과학적 데이터를 확보했다면서 ‘마인드셋’(마음가짐)이라는 책을 냈다.
역시 교사와 학생·학부모 사이에서 대히트를 했다.
빌 게이츠도 이 책을 추천했다.
효과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저자는 “다른 학자들이 실험을 해본 결과
마음가짐이 성적 상승에 기여하는 바는 약 1%에 불과했다”고 전했다.
해산물·견과류·올리브유를 위주로 한 지중해식 식단이
심장병과 뇌졸중을 줄인다는 연구 역시 신뢰도가 낮다.
7000명을 대상으로 무작위 조사를 했다고 연구진은 주장했지만,
검증 결과 21%에 달하는 참가자가 무작위 배정을 받지 않았다.
3000번 이상 인용됐던 이 논문은 철회됐다.
‘우리는 왜 잠을 자야 할까’라는 책이 주장하는
“수면 시간이 6~7시간 이하인 사람은
면역 체계가 파괴되고 암에 걸릴 확률이 두 배 이상 높아진다”는 주장도
과학적 근거는 없다고 저자는 지적했다.
현대 과학은 ‘반복 재현’으로 검증된다.
다른 연구진이 같은 방식으로 실험했을 때 같은 결과가 나오느냐의 문제다.
저자는 “2015년 ‘사이언스’에 실린 논문에 따르면
심리학계에서 최초 연구와 같은 결과가 재현된 것은 10개 중 4개에 불과했다”며
“반복 재현에 성공한 연구도
거의 모든 사례에서 최초 연구는 그 효과를 과장했음이 드러났다”고 한다.
주류 과학은 신뢰할 수 없다는 주장을 하는 책이 아니다.
그는 ‘오픈 사이언스’(논문 데이터 등 과학정보 공유) 운동으로 신뢰도를 높일 수 있다
고 조언한다.
일반인의 태도도 바뀌어야 한다.
“반짝이는 물건을 모으는 까치처럼 새로운 것을 선호하고
눈에 띄는 연구 결과에만 관심을 두려는 우리의 본능을 다스리고,
당장은 덜 흥분되더라도 좀 더 견고한 결과를 중요시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비단 과학에만 적용되는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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