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싱 챔피언 우리 현미… 탈북민이라 후원 어렵대요”
탈북 복서 최현미 부친 최영춘씨, 정부·기업의 지원 중단에 항변
입력 2021.05.05 05:38 | 수정 2021.05.05 05:38
/최현미 인스타그램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지원이 어렵다 합니다.
외교는 잘 모르지만, 출신으로 인한 차별이 정당화될 만큼 중요한 대의가 있는 건가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최영춘(56)씨는 평양에서 나고 자란 탈북민이다.
딸은 WBA(세계복싱협회) 수퍼페더급(58.97㎏ 이하) 챔피언인 최현미(31)다.
최현미는 11세부터 평양에서 복싱를 시작해 14세에 탈북에 성공,
4년 뒤 WBA 페더급(57㎏ 이하) 챔피언이 될 만큼 재능 넘치는 선수다.
그 뒤로 13년간 페더급, 수퍼페더급에서 챔피언 방어전에 17번 성공했다.
거칠게 요약하면 현재 세계에서 가장 강한 여성 복싱 선수 중 하나다.
그런 그가 지난해 11월 미국에서 복싱를 하겠다며 한국을 떠났다.
그동안 독일, 일본 등의 수차례 귀화 요청에도 한국에서 사는 게 좋다며 거절했었다.
지난 3일 만난 아버지 최씨는
“한국이 좋다며 버티던 딸이 이 정권 들어 탈북민이라는 이유로 외면받자 결국 떠난 것”이라면서
“물론 한국 국적은 유지한 채”라고 했다.
최현미는 매일 상당한 훈련량을 소화한다.
새벽 5시에 일어나 해가 뜨기 전 2~3시간 동안 체력 훈련을,
오후 1시부터는 섀도 스파링(상상 속 상대와의 연습 경기) 등 기술 훈련을 3시간 동안 한다.
야간에는 근력 운동을 마치고 잠자리에 든다.
최영춘씨는 “경기 넉 달 전부터는 아예 휴대전화도 안 본다”며
“딸인데도 대단하다는 마음이 든다”고 했다.
최영춘씨가 4일 딸의 트로피와 사진을 들고 설명하고 있다.
최씨의 딸은 WBA(세계복싱협회) 수퍼페더급 챔피언인 최현미 선수다. /남강호 기자
최영춘씨는 딸의 훈련 도우미이자 홍보맨이다.
글러브 같은 운동기구부터 식단 준비 등 모든 걸 책임진다. 경기도 잡는다.
후원해주는 스폰서 기업을 찾아 국회로, 기업으로 사방팔방 헤맨다.
최씨는 “가끔은 현미도 함께 가는데, 하루는 ‘나 운동만 할 수는 없을까’라고 하는 거예요.
‘아빠가 더 대단하지 못해 미안’이라고 했죠. 그날은 참 마음이…”라고는 끝말을 맺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로 사정이 더 안 좋아졌다.
2017년부터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1년간 3000만원 받던 지원금도 못 받게 됐다.
최씨는 “가끔 스폰서를 서주던 기업들도 ‘요즘 탈북민들에게 지원하기 눈치 보인다’고 합디다.
어떻게 저희를 위해 불이익을 감수해달라고 합니까.
그동안 감사했다며 다른 기업에 또 ‘앵벌이’하러 가는 거죠”라고 했다.
전에는 1년에 2번 정도는 경기를 치를 수 있었지만,
지난 4년간은 1년에 1번 치르는 것도 쉽지 않았다.
최현미는 결국 지난해 11월 미국 매니지먼트사와 계약해 한국을 떠났다.
모든 비용을 책임지는 대신 파이트머니를 나누는 조건으로 경기마다 계약한다.
최씨는 “세계 챔피언이 돈이 없어서 방어전을 못 하고 있으니,
미국 쪽에서 ‘한국이 그렇게 못사는 나라였냐’고 묻더라고요”라고 했다.
최현미는 지난해 12월 1년 6개월 만에 링 위에 오른 데다,
자가 격리 등으로 제대로 된 컨디션이 아니었지만,
도전자 칼리스타 실가도(32·콜롬비아)에게 3대0으로 판정승하며 챔피언 방어전에 성공했다.
오는 16일에는 영국에서
WBC(세계복싱평의회) 챔피언 테리 하퍼(25·영국)와 통합챔피언전을 갖는다.
승자가 세계 양대 기구인 WBA-WBC 통합 챔피언 자리에 오르는 경기다.
이 경기에서 이기면 복싱 인기가 높은 서구권의 후원이 더 많아질 거라고 한다.
최씨도 오는 16일 최현미의 통합 챔피언전을 곁에서 응원하기 위해 영국 맨체스터로 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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