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6] 우린 겨우 두 사람이지만
Maybe we are only two people
황석희 영화번역가
입력 2021.05.01 03:00 | 수정 2021.05.01 03:00
‘더 스파이(The Courier∙2020)’.
미국과 소련의 대립이 절정이던 1960년 무렵,
군비 확장에 사활을 걸던 양국은 한 치라도 앞서 나가기 위해 서로 스파이를 심거나
정보부 요인을 포섭하기에 바쁘다.
인류를 핵전쟁으로 몰고 갈 만큼 갈등이 심화되자
소련 정보총국 소속의 펜콥스키 올레크는 흐루쇼프의 폭주를 우려하여
영국 정보부 MI6의 위장 스파이로 활약하기로 한다.
3차 대전을 막은 희대의 첩보전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
‘더 스파이(The Courier∙2020)’의 한 장면이다.
영국 정보부에서 펜콥스키의 접선책으로 선택한 사람은 그레빌 윈,
동유럽 국가들과 사업을 하는 영국의 평범한 셀러리맨이다.
그레빌은 목숨을 걸고 소련으로 가 펜콥스키와 사업을 하는 척
소련의 일급 기밀들을 건네받아 영국 정보부에 전달한다.
소련 정부의 눈을 피해 기밀을 빼돌리던 두 사람에게 결국
소련 정보국 KGB의 의심 어린 시선이 닿기 시작한다.
일촉즉발의 상황에서 이제 믿을 것은 서로밖에 없다.
국적도 다르고 체제도 다르고 이상도 다른 두 사람.
누가 누구를 배신해도 이상할 것 없는 사이.
하지만 기묘하게도 이 둘 사이엔 이상을 뛰어넘는 믿음이 자란다.
그레빌 윈의 집에서 저녁을 먹게 된 펜콥스키에게 그레빌의 아들이 묻는다.
“정말 러시아인들이 우릴 그렇게 싫어해요?(Do the Russians really hate us that much?)”
펜콥스키가 웃으며 답한다.
“우리 정치인들이 너희 정치인들을 싫어하는 것뿐이지.
우리 같은 사람들은 함께 시간을 보내고 가족들을 만나기도 한단다.
우린 겨우 두 사람이지만 세상은 이렇게 변하는 거야.
(Maybe we are only two people, but this is how things change.)”
세상의 가장 큰 변화는 가장 사소한 곳에서 시작된다.
국적을 초월한 두 사람의 믿음은 절벽 끝에 떠밀린 세상을 어떻게 바꿔놓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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