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희의 영화 같은 하루] [17] 네 엄마니까
Because I’m your mom
입력 2021.05.08 03:00 | 수정 2021.05.08 03:00
영화 원더
선천성 얼굴 기형으로 태어난 오기는
다른 아이들과 달리 일그러진 얼굴 때문에 친구들 사이에서 놀림을 받는다.
스타워즈를 좋아하고 우주에 가는 꿈을 꾸는 평범한 아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얼굴을 하고 있다는 이유로 언제까지나 놀림을 견뎌야 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학교에 들어간 첫날, 아이들의 시선을 간신히 견디고 돌아온 집에서
오기의 서러움이 폭발하고 만다.
‘아름다운 아이’라고 번역된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원더(Wonder의∙2017)’의 한 장면이다.
이렇게 서러운 삶에도
다행히 오기에게는 늘 용기와 애정을 불어넣어 주는 엄마, 아빠, 누나가 있다.
평소보다 퉁명스러운 오기의 태도에서 뭔가를 감지한 엄마 이자벨(줄리아 로버츠 분)은
오기를 따라 방으로 들어가 대화를 시도한다.
설움이 북받친 오기가 울음을 터뜨리며 난 왜 이렇게 못생겼냐고 묻는다.
이자벨은 너무도 당연하게 넌 못 생기지 않았다며 오기의 말에 동의하지 않는다.
오기는 엄마의 뻔한 위로를 아무 의심 없이 받아들일 정도로 어리지 않다.
“내 엄마니까 그러는 거잖아.(You just have to say that because you’re my mom.)”
오기의 말대로 세상 모든 엄마는 고슴도치 엄마다. 자기 자식보다 예쁜 존재가 없다.
이자벨은 오기의 말에 반문한다.
“내 생각은 엄마라서 안 중요해?
엄마 생각이니까 제일 중요한 거야. 너를 제일 잘 아니까.
(Because I’m your mom, it doesn’t count?
Because I’m your mom, it counts the most, because I know you the most)”
너무도 당연한 말 속에 평소 생각지 않던 깨달음이 있다.
오기에게도, 또 우리에게도
가장 중요한 의견은 우릴 소중히 하는 사람들의 의견이다.
왜 그들의 말은 흘려듣고
우리와 상관없는 이들의 시선과 의견에 신경을 빼앗기며 사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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