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2012)

colorprom 2021. 5. 10. 15:33

외로운 사람에게 고양이를 빌려줬더니 생긴 일 [왓칭]

 

고양이는 외로움 즉효약?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2012)

 

윤수정 기자

 

입력 2021.05.10 10:23 | 수정 2021.05.10 10:23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 중 한 장면./넷플릭스

 

“비참한 삶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이 두 가지 있다.

그것은 고양이와 음악이다.” - 알베르트 슈바이처

 

외로움은 참으로 사람을 비참하게 만든다.

세상 그 어느 곳에도 나를 이해할 내 편이 없는 느낌.

사소한 대화조차 나눌 이가 없어 홀로 벽과 메아리만 주고받는 일상.

이 모든 것이 고양이의 보드랍고 따끈한 털을 쓰다듬는 것만으로 해결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는 이 같은 상상으로부터 시작된다.

영화 속 주인공 사요코는 어려서부터 늘 고양이로부터 인기가 많았다.

정작 자신을 좋아하는 남자는 하나도 없다.

그런 사요코의 올해 목표는 ‘결혼’.

“얼굴은 보지 말자!”는 목표까지 세웠건만

그녀의 뒤를 졸졸 따라오는 건 여전히 고양이 뿐이다.

 

그래서 사요코는 내친 김에 자신의 특기를 살려

고양이를 활용한 특별 영업을 하기 시작한다.

자신을 잘 따르는 고양이들을 외로운 사람에게 빌려주는 ‘고양이 렌트’를 시작한 것.

 

◇리어카에 실린 고양이, 그리고 외로운 이들

 

늘 리어카에 고양이를 담아 빌려갈 사람을 찾아 돌아다니는 사요코. /넷플릭스

 

극 중 사요코가 고양이를 빌려주겠다며 손님을 끌어모으는 모습은 기괴하다.

우선 파라솔을 단 리어카에 고양이 대여섯 마리가 칸칸이 담긴 바구니를 싣고

동네를 돌아다닌다.

손수 리어카를 끌며 확성기로 “고양이 렌트합니다아아~고양이 렌트. 냥이 냥이” 하고

호객용 대사도 외치는데,

그 목소리가 언젠가 동네 계란 트럭에서 흘러나왔던 소리와 똑닮았다.

 

이런 진풍경 덕분인지 사요코의 리어카는 허름한 차림에도 손님이 끊이질 않는다.

다만 찾는 이들은 하나같이 마음에 ‘외로움의 구멍’이 난 사람들이다.

 

죽음을 앞두고 홀로 집에서만 생활하는 할머니,

가족과 떨어져 지방에서 기러기아빠 생활을 하는 중년남성,

직장에 하루종일 갇혀 있는 여직원 등.

마음 한구석 어딘가 휑하니 빈 것을 느끼지만 스스로는 채우지 못 하던 이들이

사요코의 고양이를 빌려 조금씩 그 구멍을 채워간다.

 

◇'팔기'보다 ‘빌려주기’가 더 좋은 이유

 

사요코는 고양이를 빌리는 사람들의 집을 꼭 직접 방문해

그들의 현재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다. /넷플릭스

 

왜 하필 ‘빌려주기’일까.

극 중 사요코는 철저히 고양이를 ‘팔지’ 않고 빌려주기만 한다.

고양이를 빌려가겠다는 고객이 나타나면 일단 차용증부터 쓰게 하는데,

대여료는 기간에 상관없이 고작 1천엔(한화 1만원)만 받는다.

이마저 경우에 따라 받지 않거나,

대여 기간도 ‘죽기 전까지’ 등 고객의 마음대로 정하게 한다.

덕분에 고객들이 되레 “이렇게 해서 생계가 유지되나요?”라며 사요코를 걱정해 줄 정도다.

 

이에 대해 사요코는 “고양이 렌트 외에도 착실히 일하고 있다”고 답한다.

그만큼 사요코에게 고양이 렌트 사업은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수단이 아니다.

그녀는 자신 또한 유일한 가족이었던 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

고양이들로부터 위안을 얻었고, 고양이가 외로움의 즉효약임을 깨달았다고 고백한다.

어찌보면 사요코는 단순히 고양이 뿐만이 아닌,

자신이 과거 외로움을 극복했던 경험 또한 함께 빌려주고 있는 것이다.

 

사요코는 특히 자신의 할머니가 돌아가시던 때를 회상하며 다음과 같이 말한다.

“‘또 봐'라고 말하지만 절대 다시 만나지 못할 거란 생각이 드는 사람이 가끔씩 있다.

할머니와의 마지막 이별도 ‘또 봐’였다.”

 

이 때문인지 사요코는 고양이를 빌려주면서 두 가지 철칙을 꼭 지킨다.

첫째는 고객의 집이 고양이를 잘 돌봐 줄 공간인지를 직접 방문해 확인하는 것,

그리고 둘째는 고객에게 자신의 연락처를 주고

고양이에게 일이 생길 때마다 전화하도록 하는 것.

두 가지 모두 사요코와 고객들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또 봐야만 가능한 일이다.

 

극 중 사요코는 죽음을 앞두고 고양이를 빌리는 할머니에게도

“고양이에게 무슨 일이 생기면 전화하세요. 할머니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요”라고 말한다.

사실은 사요코의 상냥한 이 한마디야말로

고객들에게 고양이만큼이나 큰 위안을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고양이 렌트, 현실에선?

 

극 중 고양이에게 간식을 주고, 대화를 걸며 즐거워하는 사요코.

사요코에게 고양이 렌트는 결코 돈벌이 수단이 아니다./넷플릭스

 

다만 이 영화를 보고 현실에서 사요코처럼 고양이 렌트사업을 시작했다간

철창 신세를 질 수도 있다.

국내에선 현행 동물보호법 상 영리 목적으로 동물을 대여하는 행위를 엄연히 불법이자

동물 학대로 보기 때문이다.

 

해외의 경우도 일본에서는 동물대여사업이 합법화돼 있지만,

영국, 미국 일부 주 등 상당수 국가가 우리처럼 동물 대여 사업을 금지하고 있다.

 

영화 속 사요코가 보여주고자 한 것도

고양이 렌트가 얼마나 돈벌이가 될 수 있느냐가 아니다.

오히려 고양이의 보드랍고 따뜻한 몸을 끌어안았을 때

인간이 얻을 수 있는 위안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영화 시작부터 끝까지 끊임없이 말한다.

 

코로나 시대로 접어들며 타인과의 접촉이 터부시되면서

우리가 잊고 살게 된 포옹의 온기.

영화 속 고양이들과 함께 되살려보면 어떨까.

 

개요 힐링 영화 l 일본 l 1시간 50분

등급 12세 관람가

특징 엉뚱한 사요코와 귀여운 고양이들이 주는 힐링과 위안

평점 IMDb⭐ 6.9/10 로튼토마토? 65%(팝콘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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