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 3일차 입니다!!! 만세~입니다!!!
2021년 4월 28일, 수요일
4월 26일, 월요일에 외할머니가 되었으니 외할머니 3일 차다.
갑자기 연락 받고 병원에 가서 1층 로비에서 기다리다가
큰애가 결국 수술실로 들어갔다는 소식에...마음이 설렁해졌다.
뭔지 모를 서운함이 저 밑에서 살랑살랑 약하지만 분명하게...안개같이 일어났다...ㅠㅠㅠ
드디어 약간 수척해진 듯한 사위의 등장...큰애는 지금 수술 막 끝내고 회복실에 갔단다.
월요일 새벽부터 10시간 넘게 기다리다가 진통 3~4시간, 결국 수술하기로. ㅠㅠ
애는 구경도 못 하고 기다리던 두분 사돈과 사위와 저녁을 먹고 헤어져 집으로 오는 길,
- 김씨 자손 낳는데 내 자식 배 갈랐다 싶으니 속이 상하네...안 그러요???
- 으음...응.
그런데...그 말을 입 밖으로 내자마자 엄마 생각이 나며 눈물이 핑 돌았다.
지금 내 마음이 이런데,
그 옛날에, 처음 겪은 내 자식 수술 소식에 얼마나 놀라셨을까.
그러고도 딸을 낳았다고 죄송해하기만 하셨었다.
딸아이가 결혼하고 나니 자꾸 잊었던 옛날 생각이 나서 가끔 속이 불편하다.
이럴 필요 없는데...그때는 모두 어렸었는데...모두 초보여서 그랬을지도 모르는데...
50대 초반이던 어머니는 91살이 되셨고...벌써 40년이나 지난 일인데...ㅠㅠ
순산을 시도하다가, 애 머리가 다 나왔었다가 수술을 하게 되었다는 말에,
'그래, 그래도 다행이다, 세균샤워는 했으니...' 했는데,
32시간만에 죽을 먹었다고 좋아하는 큰애가 '배가 아파' 하는데,
자식 아픈 생각, 나 옛날 생각이 겹쳐 혼자 머리를 흔들었다.
'그래, 내가 못 받은 거 너한테 해줄께. 수술 선배로서 말이지.
수술은 뒤끝이 있거든.
아픈 배로 애 젖먹이고 기저귀 갈고, 다시 잘 때까지 기다려 주고...그거 힘들어요.
너는 젖만 먹여. 기저귀 갈고 얼르는 일은 내가 해줄께.'
그때 춥고 아프고 힘들기도 했지만 참 외로왔었다. (큰애는 1월 생이다.)
그러면서도 왠지 딸 낳은 게 그렇게나 죄송했어서 그러려니...하고 겪었다, 겨우 28살에.
그때는 이런 말이 있던 시절이었다.
아들 난 여자는 아파 죽겠다고 소리치고, 딸 낳은 여자는 의젓하고 조용하다고. ㅋ~
나도 28살에 제왕절개로 큰 애 낳고, 9일만에 퇴원해서 남편과 각 방 쓰며
매일 밤 혼자 애와 지냈었다.
아들 회사 출근해야 한다는 어머니의 배려였다.
마침 코로나 시절이라 계속 사위와 함께하는 딸아이가 부럽기도 하다.
그렇지않아도 '한 쌍의 바퀴벌레'같은 애들인데 이제 더 돈독하겠구만...싶어
한편 피식 웃음이 나기도 한다.
갓 태어났을 때보다 훨씬 물기가 빠진, 깔끔한 모습의 손녀딸 사진을 보니
절로 웃음이 난다.
나보다 정보가 빠른 남편이 한 마디 하면서 나갔다.
'몸조리를 친정에서 하는 거니까 산후조리원 돈은 친정에서 내 주는 게 요즘 유행이래.'
오호, 그것도 말이 되네~싶기는 하다.
사실 해주고 싶어도 못 해주는 세상이구만...ㅎ~
초보엄마에 초보 할머니...이런 생각 저런 생각이 연기처럼 피어난다.
옛날 생각 나는 것은...조심해야 한다!!!
이런 거 적폐청산 하려고 하면 안 된다!!! ㅎㅎㅎ
수술 선배로서 내가 아쉬웠던 것들...그래, 그거 해주는 걸로 계산 끝내야 한다.
그게 적폐청산이고, 그게 내 지난 경험의 의미일 것이다!!!
얘야, 너의 경험...자연분만과 수술의 경험이 너의 세상을 넓혀줄 것이다!!!
세상에 공짜는 없거든!!!
애 낳기만 하면 책임지겠다고 한 말, 지키도록 할께!!!
최선을 다해서 딱 너가 필요한 만큼만, 네가 요구하는 만큼만 하려고 노력할께.
절대 너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도록, 딱 보조할머니 만큼만 하도록 노력할께!!!
너도 필요한 것, 참지말고, 너무 생각 깊게 하지 말고, 그렇게 하자.
고맙다, 나 할머니로 진급시켜 줘서.
그리고 나의 초보엄마 시절을 복기하고 계산할(?) 수 있게 해 줘서.
고맙다, 수고했다, 얘들아.
너무나 좋아해주시는 큰애 시어머니, 시아버지도 감사합니다~
좋아진 세상, 좋아진 의료 기술...모두 감사합니다~만세! 입니다~~~*^^*
'[중얼중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아줌마 파워!!! (0) | 2021.06.14 |
---|---|
[할머니일기]2021년 5월 14일, 금요일 (할머니 19일 차) (0) | 2021.05.14 |
'이삭'에 대하여 (0) | 2020.12.22 |
오랫만의 잔잔한 드라마, KBS 드라마스페셜 2020, [나들이] (0) | 2020.12.04 |
드디어 아버지를 만났다? 보았다! (0) | 2020.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