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뮤지컬] ‘나인(Nine)'

colorprom 2020. 11. 2. 15:59

[이미도의 무비 識道樂] [195] Don’t stop being a child

 

이미도 외화 번역가

 

입력 2020.10.31 03:00

 

‘나였던 그 아이는 어디 있을까?/ 아직 내 안에 있을까/ 아니면 사라졌을까

(Where is the child I used to be?/ Is that child still in me or/ is he gone now)?’

시집 ‘질문의 책’에 있는 파블로 네루다의 작품 일부입니다.

‘그 아이’는 시인과 독자 모두에게 ‘천진난만한 호기심이 가득했던 어린 시절의 나’입니다.

 

뮤지컬 ‘나인(Nine·사진)’의 무대는 1965년 이탈리아 로마.

주인공은 바람둥이 영화감독 귀도.

그의 꿈은 소설가 마르셀 프루스트마르키 드 사드의 작품만치 칭송받을 각본을 쓰고

그것으로 걸작을 찍는 것.

문제는 그가 글을 한 줄도 못 쓴 채 머리를 쥐어뜯고 있다는 것.

집필자 장애(執筆者 障礙·writer’s block) 때문입니다.

급기야 그는 제작 발표회 날 사라집니다.

 

바뀐 무대는 바닷가 펜션.

창작의 샘이 바닥까지 메말라버린 귀도에게 현실과 환상 속 일곱 여자가 찾아옵니다.

모두 그의 열정에 불을 붙여준 뮤즈입니다.

다시 영감의 샘을 채워달라고 애원하는 귀도.

그의 욕망에 이용만 당했다는 걸 깨닫곤 연기처럼 사라지는 여인들.

한편 어머니가 등장해 이렇게 충고합니다.

“누구도 네 인생의 길을 대신 안내하진 못해. 스스로 길을 찾아.”

 

아인슈타인이 썼습니다.

‘나이가 아무리 많아져도 늙지 말라(Do not grow old, no matter how long you live).’

함의가 깊지요.

‘창의성을 키우며 오래 재미있게 살고자 한다면 어릴 적 천진난만한 호기심을 평생 잃지 말라.

 

대단원에서 멘토 같은 친구인 의상 디자이너가 그에게 충고합니다.

“아이의 호기심을 잃지 마(Don’t stop being a child).”

 

호기심의 적(敵)은 두려움(Fear is the enemy of curiosity)’이지요.

호기심이 가위눌리면 자연히 상상력도 창의력도 꽃피지 못하는 법.

이제 귀도는 ‘아이의 호기심’을 자신의 뮤즈로 삼습니다.

그리하여 자신감을 되찾은 그가 메가폰을 잡습니다.

어리석었던 자신의 과거를 소재로 삼아 영화를 찍기 위하여.

 

‘액션!’을 외치는 감독 곁에서 ‘아홉’ 살 소년 귀도가 해맑게 웃고 있습니다.

 

nin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