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천의 자연과 문화] [584] 이런 국회의원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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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입력 2020.07.28 03:10
최재천 이화여대 석좌교수·사회생물학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조정훈 의원만큼만.' 지면이 부족해 포기한 이 글의 진짜 제목이다.
지난주 국회 대정부 질의에서 시대전환당 조정훈 의원은
국민을 대신해서 총리와 부총리를 차례로 불러내
참으로 예의 바르게 그러나 충분히 따끔하게 질타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신선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지극히 당연한 일을 신선하게 느껴야 할까?
국회의원도 엄연한 공무원일 뿐 백성 위에 군림하라고 준 벼슬이 아니건만
의원들의 행태는 일반 공무원과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
국회법 제25조는 "의원으로서의 품위를 유지하여야 한다"고 적고 있지만,
반말하고 호통치는 모습을 보면 일반 국민 평균 품위에도 한참 못 미친다.
이는 여야 모두 입장만 바뀔 뿐 전혀 다르지 않다.
예비군 훈련 때 이른바 '개구리복'만 입으면 오합지졸로 돌변하듯이
여당 시절에는 멀쩡하던 의원이 야당이 되면 목청부터 달라진다.
팔자에 없던 기관장을 하느라 나도 3년 동안 뻔질나게 국회에 불려갔다.
서슬이 시퍼런 의원들 앞에서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은 죄인 아니면 꾸어다 놓은 보릿자루다.
오전 내내 쥐 잡듯 몰아치던 의원들은
신기하게도 함께 점심을 먹는 자리에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훈훈한 이웃으로 돌아온다.
오후가 되어 회의가 속개되면 여지없이 갑으로 되돌아가는 요지경 속에서
다행히 나는 훨씬 자주 보릿자루였다.
조정훈 의원은 한국판 뉴딜이 만들겠다는 일자리를
최저 임금이나 주는 '쓰레기 일자리'로 평가하며
4년 임기 내내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심화될지 완화될지를 기준으로 예산을 심의하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면서 여야 의원 모두에게 동참을 호소해 박수를 받았다.
오로지 조롱하고 면박할 목적으로 막말과 욕설을 쏟아내는 여느 의원들과 달리
조곤조곤 정책에 관해 질문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조정훈 의원만큼만 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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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7/27/2020072703949.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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