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의영묵상일기

시골로 내려오지 않았으면 지금도 못했을 일들

colorprom 2020. 4. 18. 14:27

20200418 토


바지랑대를 세우고 빨래를 넌다.
어제는 비가 많이 왔는데 오늘은 해가 좋다.
빨래해서 널기에 딱 좋은 날이다.
분당 아파트에 살 때는 꿈도 꾸지 못했을 일이다.


비가 오면 비가 오는 대로
해가 나면 해가 나는 대로 할 일이 있다.
고생스럽기도 하지만 몸을 움직인 만큼 보람이 있으니 할 만하다.


몸을 움직여서 뭘 하며 살지를 않았었다.
신통찮은 머리와 어눌한 입으로만 살아온 날들이었다.
당시에는 머리도 꽤 쓸만한 줄 알았고, 말도 조리 있게 하는 줄 안 게 문제였다.


소변도 앉아서 누고,
빨래도 해서 널고 개고,
머리 대신 몸을 쓰고,
말 대신 침묵하는 걸 이제야 한다.

시골로 내려오지 않았으면 지금도 못했을 일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