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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논어 태백편 2장 (서지문 교수, 조선일보)

colorprom 2020. 2. 25. 14:51



[서지문의 뉴스로 책읽기] [191] '쪽박조차 깨는' 정부


조선일보
                         
  •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입력 2020.02.25 03:12

논어 태백편 2장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서지문 고려대 명예교수

정부는 지난 1월 20일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 발생 이래 이 미지의 질환을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면서 진원지 중국발(發) 여행자의 입국을 금지하라는 대한의사협회를 비롯한 각계의 요구를 거부했다. 중국인에게 질병으로부터의 은신처를 제공해주고 싶어서인가? 마스크를 싹쓸이해 중국에 보내서 정작 우리 국민은 마스크가 없어 무방비로 나다니게 했고, 대통령이 '중국의 어려움이 한국의 어려움이다'라고 했고 외무장관은 중국을 지원하기 위해 한국 의료진을 파견할 수 있다는 말까지 했다. 병원에서 하염없이 진료 순서를 기다려 본 환자는 누구나 알다시피 한국은 의료진이 매우 부족한 나라다.

이런 식으로 국민의 어려움에 대해서 초연하던 문재인 대통령이 총선 민심 회유 차원에서인지 서울과 온양의 전통시장에 가서 상인들에게 코로나 사태가 곧 종식될 테니 걱정하지 말고 활기차게 생업에 매진하라고 '격려'했다. 대통령이 아무런 의학적 근거도 제시하지 않고 전 세계가 염려하는 코로나 바이러스 사태가 곧 종식될 것이라고 공언하는 것은 극도의 무책임이다. 메르스 사태 때의 환자 발생 곡선을 상기해 보면 절대로 '안심'이나 '종식'을 거론할 단계가 아닌데. 더구나 이번 코로나 바이러스는 한 번 감염될 때마다 돌연변이를 일으키기 때문에 수차례 전이된 바이러스는 성질이 달라져서 검사에서 음성으로 판정되어 통제되지 않는 감염원이 될 수 있다지 않은가. 국민을 위협하는 역질에 대한 대통령의 무관심은 국민 건강과 생명에 대한 무관심이다.

문 대통령은 2015년에는 메르스 사태를 박근혜 정부의 '낙관론이 부른 참사'라면서 '수퍼 전파자는 다름 아닌 정부 자신이었다'라고 비난하지 않았는가? 이제 그 자신이 참사를 부른 수퍼 전파자가 되었는데 반성하는 기색이 조금도 없다. 지난 13일에는 경제계 간담회를 소집해서 '코로나 사태는 곧 종식될 테니 경제활동을 활발히 해 달라'고 주문했다. 취임 이후 '소주성'이라는 괴질을 퍼뜨려 우리 경제계를 병들게 하고 '산업안전법'등으로 기업가의 발을 묶은 정부가 이제 총선이 다가오니 또 기업가들 돈으로 경기 부양해서 표 얻으려 한다. 코로나 사태로 언제 공장이 멈추게 될지 모르는 때에.

증자(曾子)는 효자의 도리를 '여림심연 여리박빙(如臨深淵 如履薄氷·깊은 연못가에 서 있는 듯이, 살얼음을 밟는 듯이 조심하고 두려워함)'이라고 말했다. 5000만 국민의 안위를 어깨에 메고도 늘 태평인 대통령, 5년 전 유시민이 제안했듯, '대통령은 없는 셈' 칠 수만 있어도 좋으련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24/202002240387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