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하 남편 주부'라는 생소한 삶을 사는 한 남자가 있다.
그렇다. 아직 30대 청춘의 삶을 열정적으로 살고 있는 나다.
'연하 남친'이 대세인 양 떠드는 세상이지만, 여전히 나를 생소하게 바라보는 시선이 느껴진다.
특히 '연하 남편'이 되고, '주부'라는 타이틀을 더하는 순간부터 주변의 낯선 눈초리가 다가왔다.
더러는 신기해하고, 더러는 '백수'로 뭉뚱그려 판단하기도 했다.
나는 누구일까? 스스로나마 납득하기 위해 소소한 일상을 인터넷에 글로 적기 시작했고,
그것이 '연하이고 남편이고 주부입니다만'(파람북)으로 출간됐다.
세 살 연하의 평범한 직장인 남편이었던 나는 잘 다니던 공공기관을 그만두고 대학원에 진학했다.
그리고 경제를 도맡은 아내를 보필하는 성실한 주부로서의 일상을 선택하게 됐다.
방학을 맞으면 그야말로 '전업주부'로 생활한다.
속옷 정리와 집 안 청소는 물론 직장 생활에 지친 아내의 보양식까지 고민해야 하는 주부의 하루하루는
생각과 달리 만만치 않았다.
'인생이란 참 알 수 없다'는 문장을 즐겨 쓴다. 이보다 명쾌한 문장을 본 적이 없다.
책에 구구절절 변명을 늘어놓는 건 비굴해 보이지만, 도리가 없었다.
연하 남편으로 지내는 시시콜콜한 사연도, 주부로서 집안일을 떠맡는 고단함도,
내게는 알 수 없는 인생의 한 단면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책에는 '연하 남편 주부'가 돼버린 젊은이의 앙큼하고 의뭉스러운 이야기가 잔뜩 담기고 말았다.
연상연하 부부의 톡톡 튀는 사연과 일상이 궁금하신 분,
편견에 맞선 척하며 앞치마를 두른 남편의 비장한 결의에 어느새 솔깃하신 분,
결혼 생활의 유쾌한 커닝 페이퍼가 필요하신 분들이 읽어 주시면 좋겠다.
책 속에 담긴 일러스트는 돈 벌어 오시는 '누님 아내'가 직접 그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