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포퓰리즘에 무너지는 나라][2] 아르헨티나

colorprom 2020. 2. 14. 15:22


    

"좌파정권, 나라는 거덜내도 내 냉장고는 꽉꽉 채워준다"


조선일보
                         
             
입력 2020.02.14 01:45

[포퓰리즘에 무너지는 나라] [2] 아르헨티나

최형석 기자 르포

아르헨티나 정부 "실업수당 2배 올리겠다" 발표하자 노조 환호
국민 1000만명이 무상보조금에 의존… "지원 없으면 굶어죽어"

국가부도 몰린 아르헨티나… 노조는 좌파 대통령 취임 축하행진 - 20세기 초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었던 아르헨티나는 1958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2차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 금융을 받은 ‘상습 부도 국가’로 추락했다. 1940년대부터 노조와 정치인들이 영합한 ‘노조 포퓰리즘’이 나라 경제를 망쳐놓은 것이다. 사진은 작년 12월 도로를 점거한 채 좌파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아르헨티나 노조.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최형석 기자
국가부도 몰린 아르헨티나… 노조는 좌파 대통령 취임 축하행진 - 20세기 초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었던 아르헨티나는 1958년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22차례 IMF(국제통화기금) 구제 금융을 받은 ‘상습 부도 국가’로 추락했다. 1940년대부터 노조와 정치인들이 영합한 ‘노조 포퓰리즘’이 나라 경제를 망쳐놓은 것이다. 사진은 작년 12월 도로를 점거한 채 좌파 대통령 취임을 축하하는 아르헨티나 노조. /부에노스아이레스(아르헨티나)=최형석 기자
"좌파 정권은 국가야 어찌 됐건 간에 내 냉장고는 꽉꽉 채워줍니다. 신임 좌파 대통령에게 기대가 커요."

작년 12월 10일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 취임식이 열린 아르헨티나의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 5월 광장에서 만난 철강 노조원 카를로스씨의 얼굴은 상기돼 있었다. 평일 오후임에도 그처럼 전국에서 몰려든 지지자가 수십만 명에 달했다. 노조원이 주축이다. 노조 깃발이 광장을 덮었고, 폭죽과 북소리가 도심을 점령했다. 경찰은 보이지 않았다. 상점들도 모두 철제 셔터를 내리고 휴업했다. 끊임없는 전세버스 행렬이 지방에서 노조원들을 실어날랐다. 이날 알베르토 대통령은 그들을 향해 "실업수당을 2배로 올리겠다"고 선언했다. 지지자들은 자정까지 광장에서 자축연을 벌였다. 거리에서 만난 한 시민은 "앞날이 캄캄하다"고 했다.

아르헨티나는 팜파스 대평원을 기반으로 한 농축산업의 발달에 힘입어 1930년대까지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1인당 총생산 기준) 지위를 누렸다. '남미의 진주'로 불리며, 가난한 유럽 이민자들에게 꿈의 나라로 여겨졌다. 그러나 작년 1인당 생산은 71위로 떨어졌다. 학계에선 이런 극적인 반전을 '아르헨티나의 역설(Argentine paradox)'로 부르며 연구 대상으로 삼는다.

◇국민 35%가 배곯는 국가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차로 30분 떨어진 남쪽의 빈민가. 너덧 살 정도 된 아이 3명이 가축 분뇨와 쓰레기가 둥둥 떠 있는 흙탕물 웅덩이에서 놀고 있었다. 그 옆에는 돼지와 당나귀들이 먹이를 찾아 쓰레기 더미를 헤집고 있었다. 상하수도 시설이 없어 마을 전체에 악취가 진동했다. 건장한 청년들은 평일 낮인데도 할 일 없이 삼삼오오 모여 앉아 있었다. 동네 안쪽은 마약과 강도의 온상이라 접근조차 불가능했다. 300여 주민은 정부 보조금으로 생활비의 80%를 해결하고 나머지는 폐지를 팔아 메운다.

최형석 기자
최형석 기자


세계은행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에서 하루 수입이 1.9달러(약 2200원) 미만인 극빈층 비율은 7%(315만명)다. 국민 중간 소득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가구를 뜻하는 빈곤율은 작년 6월 말 35%를 기록했다. 이는 국민 중 1600여만명이 병원비나 전기료도 못 내며 궁핍하게 지낸다는 말이다. 경제가 이러니 정부로부터 무상 보조금을 받는 인원은 1985년 50만명에서 2005년 600만명, 현재는 1000만명으로 늘었다. 국민 4명 중 1명꼴로 무상 보조금에 의존하고 있다. 이미 7남매를 낳았고 그중 15세 딸이 다시 자식을 낳아 할머니가 된 서른두 살 실비나 살룬케씨는 "정부 보조금이 없으면 당장 굶어 죽을 것"이라고 말했다.

보조금 재원은 세금을 올려 뽑아내고 있다. 정부는 올해부터 해외 사용 카드액의 35%를 세금으로 걷겠다고 발표했다. 부에노스아이레스대 정치학과의 루이스 토네이 교수는 "정부가 노조와 영합한 포퓰리즘을 펼치는 동안 빈곤이 더욱 심화돼 통제 불가능한 지경이 됐다"고 진단했다.

◇화폐를 못 믿어 물물교환

급전직하한 아르헨티나 경제 그래프

부에노스아이레스 서쪽에 위치한 위성도시 산후스토의 광장에선 주민 20여명이 좌판을 깔고 설탕·옷·주방 세제 등을 흥정하고 있었다. 5년 전부터 생기기 시작한 이런 물물교환 시장은 부에노스아이레스 인근에만 적어도 50여곳이 성행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 가브리엘라씨는 식량을 구하기 위해 장난감과 주방 세제를 들고 나왔다. 그는 "물가 급등으로 돈으로는 생필품을 살 수 없어 물물교환을 한다"며 "주말 오후엔 300~400명이 모여 광장이 꽉 찬다"고 말했다.

아르헨티나는 화폐 가치가 폭락하고 물가가 치솟는 국가 비상사태를 맞고 있다. 긴축 정책을 실시하던 우파 정부가 물러나고 작년 말 좌파 정부가 들어서자 해외 투자자들이 아르헨티나에서 일제히 철수했기 때문이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아르헨티나의 작년 물가 상승률은 54%였고, 올해도 50%를 넘을 전망이다.

아르헨티나는 2018년 IMF로부터 빌린 570억달러를 갚지 못하면 국가 부도를 맞는다. 민간 경제연구소 매크로뷰의 파군도 마르티네스 수석연구원은 "빚을 갚아 부도를 피하는 게 급선무인데 돈을 풀어 허기부터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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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4/2020021400076.html



정치권, 1940년대부터 노조와 결탁… 10년간 최저임금 321% 올려


조선일보
                         
             
입력 2020.02.14 01:45

[포퓰리즘에 무너지는 나라] [2] 아르헨티나 최형석 기자 르포

아르헨티나는 노조 강대국이다. 아르헨티나 노동자(1200만명)의 절반인 600만명이 노조원이다. 청소부와 가사 도우미도 노조가 있다. 300만 노조원을 거느린 노동자총연맹(CGT)은 세계 최대 노조단체 중 하나다.

이 나라가 이렇게 된 것은 1940년대 후안 페론(Peron) 대통령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중을 조종해 독재를 한 이탈리아 무솔리니의 파시즘을 추종했던 페론은 노동자 세력의 지지를 받아 1946년 당선됐다. 자신의 정치 이념을 '정의주의(Justicialismo)'로 포장하고 최저임금·유급휴가 도입, 노조 설립 제도화, 임금 인상, 해고 금지법 등 노조 친화 정책을 도입했다. 그의 아내 에바 페론은 남편이 반대파에 의해 투옥되자 라디오 방송으로 노조 총궐기를 호소해 남편을 석방시켰다. 노조들은 70년이 지난 지금도 깃발과 벽화에 페론 부부를 새기고 파업에 나선다. 페론 부부가 속했던 정의당은 페론당으로 불리며, 페론의 포퓰리즘 정책은 '페로니즘'으로 고유명사가 됐다.

좌파 포퓰리즘 정부는 노조에 퍼주기 위해 농축산업과 천연자원마저 다국적기업에 팔아넘겼다. 카를로스 메넴(1989~1999년 재임) 대통령은 노조원들을 기업 경영에 참여시켰고, 네스토르 키르치네르(2003~2007년 재임) 대통령은 전임 정부가 마련한 노조 개혁안을 철회했다.

노조가 포퓰리즘 정권을 지지한 대가로 정부는 2000~2010년 최저임금을 321%나 올렸다. 1980년대 라울 알폰신 대통령이 시도한 노조 개혁은 23차례 총파업 앞에 좌절됐다. 이후 어느 정권도 노조와 힘겨루기에서 버티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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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4/2020021400081.html



부패혐의로 검찰 기소된 前대통령, 그런데도 선거 이겨 부통령으로


조선일보
                         
             
입력 2020.02.14 01:45 | 수정 2020.02.14 08:08

[포퓰리즘에 무너지는 나라] [2] 아르헨티나 최형석 기자 르포


부유층 해외 빼돌린 재산이 국가 부채 총액보다도 많아

친(親)노조, 퍼주기 정책으로 나라를 거덜낸 아르헨티나 좌파 정권. 하지만 권력자의 삶은 서민과 거리가 멀다. 정권마다 부정부패가 반복됐다. 앞에선 빈곤층을 위해 기부 활동을 펼치며 성녀(聖女)로 추앙받는 에바 페론 전 대통령 부인부터 뒤에선 돈을 챙겼다. 사후 그의 옷장에선 백화점을 가득 메울 정도의 옷과 보석, 그림 등이 쏟아져나왔다. 거액을 횡령해 스위스 은행 비밀계좌에 옮겨놓았다가 발각됐고, 2011년엔 이탈리아에서 그의 소유로 돼있는 보석 850만달러어치가 발견되기도 했다.

좌파 정의당 소속인 크리스티나(2007~2015년 집권) 전 대통령은 돈세탁·횡령 등 총 10건의 혐의로 현재 검찰에 기소돼 있다. 그녀가 대통령 재임시 연방기획공공투자부 장관을 지낸 훌리오 데 비도의 보좌관은 700만달러(약 83억원)가 넘는 돈과 명품시계 등을 수녀원에 숨기다가 발각됐다. 이후 수녀원에서 추가로 발견된 금고엔 무려 4억8000만달러(약 5700억원)가 담겨있었다. 운전기사가 크리스티나 전 대통령의 부패가 빼곡히 기록된 노트를 공개해 큰 파문이 일기도 했다. 그의 아들은 밀수입에 가담해 밀수 컨테이너 한 개당 1억원 가까운 뇌물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도 그는 작년 대선에서 좌파 연합을 결성해 부통령으로 당선됐다. 퍼주기식 포퓰리즘에 중독된 지지자들에겐 지도자의 부패보다 늘어날 정부지원금이 더 중요했기 때문이다.

크리스티나는 재임 기간에 오로지 지지층만을 겨냥한 비상식적인 정책으로 예산을 탕진하기도 했다. 그는 연금 보험료를 제대로 납입하지 않는 저소득층에게 연금을 몰아주고 정상 납입자들에겐 연금을 덜 주는 황당한 퍼주기 정책을 폈다. 이에 분노한 연금 납입자 45만명이 정부를 상대로 250억달러 규모의 소송을 걸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데, 패소 가능성이 높자 작년 말 집권한 좌파 정부는 법원에 압력을 넣어 재판을 지연 시킨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미국 투자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BoA)에 따르면 아르헨티나 국민의 해외 은닉 자산은 최대 4000억달러로 추정된다. 아르헨티나의 작년 6월 말 외채(2840억달러)를 갚고도 남는 수준이다. 회사원 프랑코 곤살레스씨는 "부자는 국내에서 번 돈을 들고 해외로 다 도망가고 노동자와 빈민들만 남아 세계를 상대로 구걸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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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14/2020021400079.html



"대통령도 손못대는 아르헨 勞組마피아… 이민갑니다"


조선일보
                         
             
입력 2020.02.14 01:45 | 수정 2020.02.14 08:21

[포퓰리즘에 무너지는 나라] [2]

20년 운송회사 사장의 한숨
"여기선 운송노조 위원장이 프로축구 회장 할 정도로 세다… 기부금 안내면 파업 무기로 협박"

로베르토 갈라르사
아르헨티나에서 트럭 화물 운송 회사를 운영하는 로베르토 갈라르사(Galarza ·54·사진) 대표 집에는 싸다 만 짐이 어지럽게 널려 있었다. 그는 "가족과 프랑스 이민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성 노동조합과 이 때문에 급등하는 인건비에 눌려 회사가 한계를 맞았기 때문이다. 3~4년 전 10만달러였던 회사 월 매출액은 지금 반 토막 났다. 작년 12월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자택에서 만난 갈라르사 대표는 "20여 년간 회사를 유지해왔지만 이젠 한계"라고 했다.

그는 작년 운송노조 위원장에게서 기부금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 협박에 가까웠다. 아르헨티나 최대 산별 노조인 운송노조는 이 회사 노조의 상급 조직이다. 기부하라는 곳은 프로축구 구단이었다. 운송노조 위원장은 아르헨티나 프로축구 구단 회장을 겸임하고 있다. 위원장은 좌파 정당인 정의당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전 대통령을 지지했고, 노조의 자금력을 앞세워 프로축구 구단 회장직에도 올랐다. 한국에선 기업주가 맡는 일을 그가 하는 것이다. 노조의 위상을 알려준다. 갈라르사 대표는 "요청을 거부하면 파업을 조장하기 때문에 응해야 했다"며 "마피아 같다"고 말했다.

총파업으로 툭하면 국가를 마비시키는 노조는 아르헨티나에서 대통령도 못 건드리는 최대 정치 세력이다. 1940년대부터 좌파 정치인들은 친(親)노동 정책을 남발하는 '노조 포퓰리즘'으로 노동자의 절반이 가입한 노조의 지지를 얻었다. 작년 말 취임한 정의당의 알베르토 페르난데스 대통령이 당선 직후 달려간 곳도 최대 노조 단체인 노동자총연맹이었다. 그는 "노조는 새 정부의 한 부분이 될 것"이라고 했고, 그 공언이 현실이 되고 있다.

갈라르사 대표는 재작년 운송노조에서 "물가가 올랐으니 노조 소속 직원 37명에 대해 통상 보너스 외에 3만페소(약 60만원)씩 특별 보너스를 지급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이 회사 직원들의 평균 월급(4만페소)의 75% 수준으로, 연 2회 통상 보너스와는 별개였다. 따를 수밖에 없었다. 지금 아르헨티나 의회에는 퇴직금과 자녀 수당을 두 배로 올리는 법이 상정돼 있다. 갈라르사 대표는 "법이 통과되면 사장보다 많이 버는 직원도 생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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