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세상

[영화]'남산의 부장들', '백두산'

colorprom 2020. 1. 31. 14:37



[태평로] 코드 영화의 '허구 몰이'


조선일보
                         
             
입력 2020.01.31 03:15

집권 세력 코드 맞춘 두 편의 영화
일방적인 '박정희 뭉개기'와 '악당 미군'에 맞선 '민족 공조'
허구가 또다시 현실을 교란할까

김광일 논설위원
김광일 논설위원


영화 '남산의 부장들'은 박정희 뭉개기다.
1979년 10월 중정부장 김재규가 궁정동 만찬에서 대통령을 시해한 사건이 소재다.
전체 스토리는 모두 알고 있는 대로다.
개봉 아흐레 만에 누적 관객 400만을 바라보는 이 영화는
'비열한 박정희' '인간적인 김재규'를 불편하게 대비시킨다.

좋은 드라마란 등장인물들이 각인의 존재론적 고뇌와 피할 수 없는 행동 논리로 통제받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스파크가 생기고 드라마가 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서 김재규는 나라 앞날을 고민하고, 중정 수장으로서 번뇌하고,
혁명 동지 박정희에 대한 의리에 망설이는 사람으로 묘사된다.
관객은 줄곧 '김재규 공감'을 강요받는다.

반면 박정희는 부하를 교묘하게 함정에 빠뜨리는 졸렬한 인간으로,
경호실장 차지철은 무식하고 저돌적인 인간으로 그려진다.

대통령 측근이 "각하, 제가 어떻게 하길 원하십니까"라고 물으면
박정희는 항상 답을 말하지 않고 "임자 하고 싶은 대로 해. 임자 옆에 내가 있잖아"라고 말한다.
측근들은 이게 무한 신뢰가 아니라 "토사구팽이라는 독이 들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막상 '김재규의 중정'이 프랑스에서 전임 중정부장 김형욱을 암살하자,
박정희김재규를 향해 "너는 친구(김형욱)를 죽인 놈"이라고 힐난한다.
박정희는 권좌 18년도 모자라 종신 집권의 화신이 된 인간,
부마항쟁 사태를 누르려면 100만명쯤 탱크로 깔아뭉개도 된다고 주장하는 차지철의 말에
귀가 솔깃해지는 인간으로 그려지고 있다.

영화 '백두산'은 주제가 '우리 민족끼리'다.
어느 날 백두산이 활화산으로 폭발한다.
네 개 층으로 돼 있는 용암이 차례로 분출한다는 시나리오인데,
이미 첫 분출에서 진도 7.8 지진이 평양과 서울을 쑥밭으로 만든다.
영화는 고층 빌딩들이 쓰러지는 재난 영화 특유의 눈요깃거리로 시작한다.
때마침 북한이 비핵화 완성을 온 세계에 선언하는 날이다.
북한 땅에 마지막 남은 ICBM 6기를 미국에 인계하는 선포식을 생중계하려고
한국 기자들도 평양 현장에서 마이크를 잡았는데, 화산이 터진 것이다.

한국계 미국인 지질학자는 네 번째 용암 분출이 가장 막대한 피해를 줄 것이라고 예견한다.
이것을 한국 특전사 폭발물처리반(EOD) 대위 조인창과
북한 무력부 소속 이중첩자 리준평이 합심해서 막아낸다는 스토리다.

북한 ICBM 6기가 미국에 넘어가기 전에 가로채 백두산 지하 갱도에서 터뜨린다.
그런데 '두 영웅'이 벌이는 사투에 미군훼방꾼으로 등장한다.
영화에서 미국은 백두산 폭발과 한반도 피해는 별 관심이 없어 보인다.
오로지 북 ICBM 확보에만 혈안이 돼 있다.
미군은 북한 땅에서 한국 특전사와 교전을 벌이기도 한다.
조폭처럼 등장하는 중국 요원들은 이병헌을 연결해 오로지 ICBM 탈취에만 관심이 있다.

'백두산'은 누적 관객 800만을 훌쩍 넘어섰다.
이제 한국 영화에서 '악당 미군'은 흥행 코드가 됐다.

우연하게도 배우 이병헌이 두 영화의 주인공이다.
이병헌은 악마와 천사가 공존하는 캐릭터를 소화할 줄 안다.
2012년 10월 대선을 두어 달 앞둔 시기에 나온 영화 '광해'에서도 이병헌은 주인공이었는데,
저잣거리 광대에서 임금이 된 그가 중국에 조공을 바치자는 신하들에게 외친다.
"부끄러운 줄을 아시오."

당시 신촌에서 영화를 본 문재인 후보가 5분 넘게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눈물을 쏟는 사진을
유권자들은 봤다.

박정희를 폄하하는 '남산의 부장들'도, 훼방꾼 미국을 그려낸 '백두산'도
현 집권 세력이 볼 때 반가운 영화일 것이다.
그런데 궁금하다.
'백두산 폭발'과 '북한의 비핵화', 어느 쪽이 더 가능성이 높을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1/30/2020013004249.html

    

[이슈 포청천] 대통령 시해범 김재규 이미지 이렇게 변해왔다


             
입력 2020.02.03 14:29


흥행 1위 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남산의 부장들’에선
주인공인 박정희 전 대통령 시해범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 역으로 ‘미남 배우’ 1순위인 이병헌이 출연한다.

그런데 역대 드라마와 영화에서 김재규 역할을 맡았던 배우는 누구였을까?

1988년 ‘욕망의 문’에서 처음 등장한 김재규 역은 대표적인 악역 배우였던 백찬기가 연기했다.
‘김재규와 외모가 가장 닮았다’는 말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고 10·26이 사람들의 기억에서 희미해질수록
김재규는 점점 지적(知的)이고 번듯한 이미지로 변신한다.
1995년 ‘제3공화국’과 ‘코리아 게이트’에선 고뇌하는 지식인 이미지가 생겨나더니,
2005년 ‘제5공화국’에선 말끔한 외모의 배우가 등장해 마치 007처럼 멋지게 총을 겨누기까지 한다.

이번 ‘남산의 부장들’의 이병헌은 그 결정판이라 할 수 있다.

이미 좌파 세력에선 10여년 전부터 김재규안중근 의사에 비견하는 글까지 버젓이 인터넷에 올렸다.
옛 사건에 대한 기억이 없는 세대에게 새로운 기억과 역사관을 주입시키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는데…

*조선일보 유튜브 ‘이슈 포청천’, 상단 유튜브 화면을 누르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20/02/03/202002030241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