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1.21 03:12
복음서는 예수가 십자가형을 앞둔 전날 저녁 열두 제자와 함께 식사할 때
떡과 포도주를 제자들에게 나누어 주었다고 한다.
바로 성찬식(聖餐式)의 시작인 이 '최후의 만찬'은 기독교 미술에서 매우 중요한 주제 중 하나인데,
다빈치의 그림이 워낙 유명하다 보니
대부분은 긴 직사각형 식탁 한쪽 면에 나란히 앉은 예수와 제자들을 떠올릴 것이다.
그러나 만약 서양 문물을 접한 적이 없는 조선 시대 양반이 이 구절을 읽었다면
방바닥에 앉아 각자 소반을 하나씩 받아 둔 인물들을 그렸을지 모른다.
실제로 예수와 열두 제자는 이 모자이크에서처럼 반원형 테이블을 가운데 두고,
침대와 소파의 중간쯤에 해당하는 카우치에 비스듬히 누워 식사했을 것이다.
로마 시대 식사법이 그랬기 때문이다.
이탈리아 라벤나의 성 아폴리네르 누오보 성당의 이 모자이크는
동고트족의 테오도리크 대왕 시대, 즉 6세기 초기 기독교 미술 중에서도 초기의 대표적 사례다.
눈부신 황금빛 공간을 배경으로 후광을 두른 예수 그리스도가 식탁을 향해 손을 들어 축복을 내리고,
로마식 토가를 입은 제자들은 반원형으로 옹기종기 모여 반쯤 누운 채로 일제히 스승을 바라보고 있다.
워낙 비좁아 뭐라도 먹을 수 있을 성싶지 않은데, 특이하게도 식탁에는 빵과
함께 생선이 놓여 있다.
바로 마주 보는 벽에는 '오병이어(五餠二魚)'
즉 예수가 떡 다섯 개와 생선 두 마리로 수천 명을 먹였다는 기적적 장면이 있다.
이처럼 기독교 미술 초기에는 오병이어의 기적과 최후의 만찬이 연결된 사건으로 함께 나타나곤 했다.
어쨌든 어디에 어떻게 앉아 무얼 먹는가보다는 예수의 권능과 희생을 되새기는 게 제일 중요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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