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20.01.18 03:00
다크룸|수전 팔루디 지음|손희정 옮김|아르테|644쪽|3만3000원
늘 폭군처럼 굴던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서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늘 폭군처럼 굴던 가부장적인 아버지에게서 한 통의 메일이 도착했다.
어머니와 이혼 후 가족을 떠난 지 20여년 만의 연락이었다.
아버지는 76세에 태국에서 성전환 수술을 받았고 이제부터 '스테퍼니'로 살겠다고 선언한다.
함께 보낸 사진에는 단발머리 가발을 쓰고 청치마를 입은 아버지가 서 있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저널리스트 수전 팔루디가 70대에 여성이 된 아버지의 삶을 10년 넘게 취재했다.
퓰리처상 수상자인 저널리스트 수전 팔루디가 70대에 여성이 된 아버지의 삶을 10년 넘게 취재했다.
국내에는 저서 '백래시'로도 잘 알려졌다.
이번엔 여성이 되기로 한 아버지의 결정에 의문을 품고 그의 일생을 따라갔다.
그는 "예상하지 못했던 이 이메일 덕분에 우리는 서로를 알아 갈 수 있었다"고 했다.
아버지는 필요에 따라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거나 바꿨다.
헝가리의 유대인 가정에서 '이슈트반 프리드먼'으로 태어난 아버지는
'진짜 헝가리인'이 되고 싶어 헝가리식 이름인 '팔루디'로 성을 바꾼다.
헝가리에서 유대인 학살이 벌어졌을 때는 나치 완장을 차고 유대인이 아닌 척 연기했다.
결국 미국에 이민을 간 그는 미국 남자가 되기 위해 '스티브'로 이름을 바꾼다.
그리고 76세엔 성전환 수술을
받고 '스테퍼니'가 되기로 마음먹는다.
정체성을 주제로 아버지의 개인사를 국제정치 문제와 엮어낸다.
정체성을 주제로 아버지의 개인사를 국제정치 문제와 엮어낸다.
아버지를 따라 헝가리로 간 저자는
하나의 정체성을 강요하며 이민자와 소수민족에 대한 혐오를 드러내는 극우 세력을 목격한다.
늘 경계를 넘나들었던 아버지의 삶을 통해
한 사람을 남성과 여성, 유대인과 기독교인, 헝가리인과 미국인으로 가르는 것이 가능한지 묻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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