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11.04 03:00
[우먼 인 할리우드]
할리우드 96명 女제작진 인터뷰… 통계·숫자로 性차별 보여준 다큐
잭 니컬슨에게 미국 아카데미 남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 '이보다 더 좋을 순 없다'(1998년)엔 지금 보면 낯설고 어색한 장면이 등장한다. 로맨스 소설 작가인 멜빈(잭 니컬슨)에게 한 팬이 "여자 입장에서 글을 정말 잘 쓰세요"라고 말하자 멜빈은 어깨를 으쓱하며 이렇게 대답했다. "남자의 입장에서 이성과 책임감을 빼면 돼요." 불과 21년 전만 해도 할리우드 영화에서 이런 대사는 일상이었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다큐멘터리 영화 '우먼 인 할리우드'(감독 톰 도너휴)는 새로운 얘기를 하진 않는다. 그런데도 영화를 보는 이는 한 대 얻어맞은 기분을 느낀다. 안다고 생각했는데 알지 못했고, 달라졌다고 생각했는데 아직 그대로였다. 미국 할리우드에서 여성 감독과 배우, 제작자들이 겪어온 성차별을 객관적인 통계와 숫자를 통해 정직하게 들려준다.
배우 메릴 스트리프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80년)를 찍을 때를 떠올렸다. "저는 정신병으로 고통받다 결국 아들을 떠나는 여자를 연기했어요. 작가·감독·동료 배우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죠. '이 상황에서 여자는 뭐라고 할까.' 다들 남자였으니까요."
감독 겸 배우인 지나 데이비스는 행동을 결심한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1993년)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그다. 데이비스는 "거의 처음으로 여성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 영화였다. 이 작품으로 많은 것이 바뀔 줄 알았지만 그뿐이었다"고 했다. 이후에도 영화는 보통 남성의 시각에서 완성됐기 때문이다. 데이비스는 결국 미디어 젠더 연구소를 설립하고 성차별이 실재함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한다. 숫자는 알수록 충격적이다. 거의 매년 할리우드 흥행작 상위 10편 중 85%를 남성 작가가 썼고,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2003년)에 등장하는 물고기 캐릭터조차 수컷이 대부분이었다.
96명의 여성 배우·감독·제작진을 인터뷰했다. 미성년자였던 클로이 모레츠는 포스터를 촬영하면서 "가슴을 더 풍만하게 보여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배우 샤론 스톤은 "연기를 가르쳐줄 테니 무릎 위에 앉아보라"는 희롱을 들었다고 고백한다. 영화는 그렇다고 한쪽을 몰아붙이지 않는다. 우리는 다만 완충지대를 지나 또 다른 세상으로 향해 가고 있다고 말할 뿐이다. 이 영화의 원제는 '이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뀐다(This Changes Everything)'. 알면 달라지고, 보면 변한다. 그래서 봐야 한다.
배우 메릴 스트리프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1980년)를 찍을 때를 떠올렸다. "저는 정신병으로 고통받다 결국 아들을 떠나는 여자를 연기했어요. 작가·감독·동료 배우 모두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했죠. '이 상황에서 여자는 뭐라고 할까.' 다들 남자였으니까요."
감독 겸 배우인 지나 데이비스는 행동을 결심한다. 영화 '델마와 루이스'(1993년)로 미국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그다. 데이비스는 "거의 처음으로 여성의 시각으로 이야기를 끌고 간 영화였다. 이 작품으로 많은 것이 바뀔 줄 알았지만 그뿐이었다"고 했다. 이후에도 영화는 보통 남성의 시각에서 완성됐기 때문이다. 데이비스는 결국 미디어 젠더 연구소를 설립하고 성차별이 실재함을 보여주는 객관적인 데이터를 확보한다. 숫자는 알수록 충격적이다. 거의 매년 할리우드 흥행작 상위 10편 중 85%를 남성 작가가 썼고,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2003년)에 등장하는 물고기 캐릭터조차 수컷이 대부분이었다.
96명의 여성 배우·감독·제작진을 인터뷰했다. 미성년자였던 클로이 모레츠는 포스터를 촬영하면서 "가슴을 더 풍만하게 보여달라"는 요구를 받았고, 배우 샤론 스톤은 "연기를 가르쳐줄 테니 무릎 위에 앉아보라"는 희롱을 들었다고 고백한다. 영화는 그렇다고 한쪽을 몰아붙이지 않는다. 우리는 다만 완충지대를 지나 또 다른 세상으로 향해 가고 있다고 말할 뿐이다. 이 영화의 원제는 '이로 인해 모든 것이 바뀐다(This Changes Everything)'. 알면 달라지고, 보면 변한다. 그래서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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