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북한]홀로코스트와 금강산 시설 철거

colorprom 2019. 10. 31. 17:35



[윤희영의 News English] 금강산 해금강호텔의 기구한 운명


조선일보
                         
  • 윤희영 편집국 에디터                   

 

입력 2019.10.31 03:11 | 수정 2019.10.31 08:54

북한 김정은이 "싹 들어내라"고 명령한 남측 시설물 중 하나인 해금강호텔은 해상 호텔(floating hotel on the sea)이다. 금강산 해안가에 정박된 바지선 위(on a barge moored at the waterfront) 7층 건물에 객실 160실과 부대 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대아산 소유지만, 현대에서 건설한 것이 아니다. 특이하고 기묘한 운명(bizarre and eerie fate)을 31년째 겪어온, 어찌 보면 기구하고 가련한 존재(hapless and wretched existence)다.

탄생은 화려했다(be splendid). 세계 최초 해상 호텔로 1988년 문을 열었다. 호주의 개발업자가 무려 4000만달러를 들여(to the tune of $40 million) 싱가포르에서 건조해 호주 타운즈빌 해안에 띄운 전례 없는 호화 호텔(luxury hotel without precedent)이었다. 산호초 위에서 숙박을 하는 세계 최초의 시도(world-first attempt to have people staying on the coral reef)였다. 세계 어느 곳에서도 해볼 수 없는 경험이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그런데 날씨가 문제였다. 열대성 폭풍 때문에 걸핏하면 걸어 잠가야 했다. 투숙객이 줄어들기 시작하면서(begin to dwindle) 운용 비용을 감당할(cope with operation costs) 수 없게 됐다. 초기의 신기함에도 불구하고(despite the initial novelty) 1년을 버티지 못했다. 베트남에 팔려가는 신세가 됐다. 바닷길 5000㎞를 끌려가 사이공강(江) 어귀에 묶이고 나이트클럽을 간판으로 내건 '사이공 수상 호텔'로 개명됐다. 베트남전쟁 후 관광 호황을 타고 명소로 자리 잡는 듯했다.

하지만 8년을 넘기지 못했다. 경쟁에서 낙오하면서(fall behind the competition) 경영난에 시달리다(be financially strapped) 1997년 또 다른 주인에게 넘어가게 됐다(be offloaded to another owner). 한국의 현대아산이었다. 그런데 다시 머나먼 바닷길로 끌려간 곳은 한국이 아닌 북한 금강산 해안가였다.

남북한 관계 해빙과 완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play a significant role in the thawing and appeasement of their relations) 것이라고 했다. 남한 관광객들을 맞이하라는 임무를 받았다. 비로소 정착을 하고(cast its anchor) 제 몫을 하며 여생을 보내게 되는가 싶었다.

그마저 10년이었다. 2008년 또다시 예기치 못한 풍파를 만났다(be caught by an unexpected storm). 관광객 박왕자씨가 경비병에게 사살당하는(be shot dead) 불의의 사건(unforeseen incident)이 벌어져 금강산 관광이 전면 중단된(be suspended) 것이다. 이후 11년 동안 버림받은 채 거센 파도와 비바람을 무릅쓰고(brave wild waves and rainstorm) 견뎌야 했다.

그런데 엊그제 김정은이 "싹 들어내라"고 하면서 운명의 기로에 서게 됐다(stand at the crossroads of its destiny). 출생은 세계 최초 해상 호텔이었으나 온갖 풍상을 겪다가(go through all sorts of hardships) 고철과 쓰레기 더미로 세상을 하직할(leave this world) 기구한 처지에 놓인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30/2019103003175.html

[朝鮮칼럼 The Column] 홀로코스트와 금강산 시설 철거


조선일보
                         
  • 태영호 前 북한 외교관

 

입력 2019.10.29 03:17

홀로코스트 역사는 행동할 의지 보일 때 不正義 막을 수 있다는 것
금강산 시설 '쓸어버리면' 자산 동결·압류하는 채찍 보여줘야

태영호 前 북한 외교관
태영호 前 북한 외교관

지난주 미국 뉴욕, 워싱턴에 다녀왔다. 미국 지인이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꼭 가보라고 권유했다. 내가 너무 잘 알고 있는 홀로코스트에 대해 새로운 것을 찾아낼 수 있을지 궁금했다. 박물관 입구 현수막에는 '답변을 주는 곳이 아니라 질문을 제기하기 위한 곳이다'라고 적혀 있었다. 전시 자료 대부분은 홀로코스트에 대한 역사적 자료와 함께 미국 정부와 국민, 유럽 나라들의 정책을 재조명하고 성찰하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었다.

1933년 나치가 정권을 잡은 후 처음 실행한 것이 유대인 상점에 대한 전국적 '보이콧 운동'이었다. 세계가 이를 묵인하자 나치는 더 나아가 유대인 재산을 강탈하거나 강제 매각했다. 국가 주도의 폭거가 감행되는데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은 눈을 감았다.

1936년 히틀러가 주최한 베를린올림픽 참가 문제가 큰 정치적 논점이 됐다. 올림픽 참가 자체가 나치의 유대인 탄압 정책에 대한 인정이라며 보이콧 주장도 나왔지만, 미국 등 대부분 나라는 '정치와 스포츠 분리'라는 명분 아래 선수단을 보냈다. 올림픽에 갔다 온 많은 미국인은 독일은 모든 것이 정상이고 사람들은 행복해 보였으며 유대인 탄압은 볼 수 없었다고 했다. 유럽 열강은 1938년 체코 땅 일부를 히틀러에게 넘겨주면서 유럽의 '영원한 평화를 만들었다'고 샴페인 파티를 열었다. 히틀러가 유대인의 시민권을 빼앗고 강제 추방 정책을 실시했으나 유대인을 난민으로 받아들이는 나라는 없었다. 미국 국회에선 유대인 어린이들만이라도 난민으로 받아들이자는 법안이 발의되었으나 통과되지 못했다. 독일에서 추방된 유대인들을 태운 선박이 미국에 도착했다가 입항 승인을 못 받아 유럽으로 돌아간 일도 있었다. 1939년 2차 대전이 발발했을 때 미국의 최초 반응은 중립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국은 1941년 일본의 진주만 기습을 당하고서야 안일한 대응과 평화 우선에 기초한 고립주의 정책이 가져온 엄청난 결과를 절감했다.

홀로코스트 박물관은 '동의하지 않는다는 것과 동의할 수 없는 현상을 멈춰 세우기 위해 행동할 의지가 있다는 것(will to act)을 보여주는 일은 서로 다르다'고 했다. '히틀러 집권 초기 유대인들을 탄압하고 재산을 몰수하고 시민권을 빼앗을 때 미국이 강력히 규탄하고 제재를 가했더라면, 유대인들을 강제 추방했을 때 그들을 난민으로 받아들이는 강경한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역사는 어떻게 흘렀을까'라는 질문을 제기하는 것이 박물관 설립 목적인 듯 보였다. 박물관 출구 쪽에는 '부정의는 그것을 반대하여 행동할 의지를 보일 때만 극복할 수 있다'라고 쓰인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지금 한반도의 흐름은 '나치 독일의 형성과 발전, 폭정, 2차 대전 발발과 몰락'의 순서를 밟고 있는 것 같다. 많은 사람이 우리 민족을 완전히 없애버릴 수 있는 김정은의 핵무기 앞에 공포에 질려 있다. 얼마 전 21세기 그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무중계·무관중·무취재 남북 축구 경기가 있었는데도 우리 정부는 변변한 공식 항의조차 하지 않았다. 그러니 김정은이 금강산 지역에 있는 한국의 재산까지 '싹 쓸어버리겠다'고 엄포를 놓고 있다. 정부는 '창의적 해법'으로 김정은의 폭정을 멈춰 세우고 우리 국민의 재산을 지키려 한다. 이 해법이 김정은 마음을 돌릴 수 있다면 다행이다. 그러나 김정은이 '창의적 해법'을 무시하고 폭거로 나간다면 우리도 '행동할 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북한은 남한의 대북 정책이 진보 정권 때는 당근을, 보수 정권 때는 채찍에 기초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진보 정권의 다른 한 손에 채찍도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얼마 전 미국 법원은 유엔 제재 위반 혐의로 미국 정부가 압류한 북한 화물선 '와이즈 어네스트'호를 몰수해도 좋다는 판단을 내렸다. 미국 정부가 북한 자산을 공식 몰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선박 매각 금액은 북한에 억류됐다가 석방 직후 사망한 미국인 대학생 오토 웜비어의 유가족과 2001년 북한 감옥에서 숨진 것으로 알려진 김동식 목사의 유족에게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북한도 개인 재산권을 보장하는 각종 유엔인권협약 서명국이다. 북한이 강제로 우리 국민의 재산을 '쓸어버린다'면 국제기구와 국제법을 이용해 해외 북한 자산을 동결·압류·매각할 수 있는 소송, 결의안 상정 등 법적 투쟁도 불사할 의지가 있음을 보여줘야 한다. 북한의 그릇된 행동을 보고만 있지 않고 그것을 멈춰 세울 능력과 의지가 우리에게 있음을 보여줄 때만이 통일로 가는 건강한 남북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28/2019102802935.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