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10.26 03:12
라디오 상담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있다.
슬픔에 빠진 사람들이 자기의 아픔에 대해 '말할 때' 치유받는다는 것이다.
그녀는 교통사고로 아이를 잃은 후 표정을 잃었다.
사람들은 쉽게 말을 붙이지 못했다.
그런 그녀가 누군가와 대화 끝에 크게 웃었는데
그것은 아이가 태어나던 날과 그 아이가 처음 걸었을 때 얘기였다.
어찌나 못생겼던지, 뒤뚱대던지, 얼마나 가슴이 미어지게 사랑스럽던지를 연발하는 말 속엔
죽음이 아닌 삶이 스며들었고, '슬픔'이 아닌 '기쁨'이 햇살처럼 스몄다.
그녀는 상처 속을 거닐면서도 크게 웃고 있었다.
그때 나는 우리를 살리는 게 때로 '과거'일 수 있다는 걸 깨달았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살 수 있는 건 현재뿐이다.
과거는 지나갔고, 미래는 오지 않았으니, 살 수 있는 건 현재뿐이다.
그러나 큰 슬픔에 빠진 사람에게는 작동하지 않는 말이기도 하다.
만약 유일한 소망이 사랑하는 그 사람을 따라 죽는 것이라면 어떻겠는가.
사별, 해고, 투병의 그 순간에 우리는 어떻게 숨 쉬어야 할까.
니나 상코비치는 '혼자 책 읽는 시간'에서 말한다.
"다시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경험, 이미 살아본 삶이다.
"다시 행복함을 느끼게 해주는 것은 경험, 이미 살아본 삶이다.
한순간을 다시 살아내는 능력이 우리에게 힘을 준다.
종으로서 인간의 생존은 기억하는 이 능력에 달려 있다…
그게 아니라면 우리가 왜 예리한 후각을 가졌겠는가?
나는 상록수의 냄새를 맡으면 기뻐 어쩔 줄 모른다. 크리스마스트리 발치에서 보냈던 즐거운 시간들 때문이다. 팝콘의 냄새가 유혹적인 것도 그걸 먹으면서 본 영화 때문이다."
영화 '앙: 단팥 인생 이야기'에서 할머니가 말한다.
"잊지 마. 우리는 이 세상을 보기 위해서, 세상을 듣기 위해서 태어났어.
그러니 특별한 무언가가 되지 못해도 우리는, 우리 각자는 살아갈 의미가 있는 존재야."
한순간 느낀 아름다움을 행복하게 간직하는 재능은 생존과 직결돼 있다.
힘들 땐 태풍에 맞서지 말고 안전한 곳에서 지친 나를 돌봐야 한다.
그리고 '기억해내야' 한다. 그곳이 우리의 안전지대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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