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폴란드]'막후 독재자' 재집권… 폴란드 민주주의, 어떻게 무너졌나

colorprom 2019. 10. 15. 20:16



'막후 독재자' 재집권폴란드 민주주의, 어떻게 무너졌나


조선일보
                         

 

입력 2019.10.15 03:00


적폐청산으로 검찰·사법 장악

TV·라디오정부 매체화

외부 설정애국주의 고취

퍼주기식 무상복지 계속 늘려

야로스와프 카친스키
/EPA 연합뉴스

13일(현지 시각) 치러진 폴란드 총선에서

집권 여당인 '법과 정의당(PiS)'은 지난 2015년(38%)보다도 높은 45.2%를 득표해

하원(460석) 과반 의석을 확보, 재집권에 성공한 것으로 14일 잠정 발표됐다.

폴란드자유노조 운동으로 동구권 민주화 운동의 물꼬를 텄고,

사회주의권 붕괴 이후엔 동유럽 국가 중 가장 모범적으로 민주주의를 정착시켜왔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런 평가는 옛말이 됐다.

PiS 집권 이후 폴란드 민주주의는 계속 후퇴했다.

민주주의 붕괴정권사법부·검찰언론을 장악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됐다.

PiS는 2015년 10월 집권하자마자 검찰과 사법부를 장악하는 것부터 착수했다.

우선 판사와 검사의 은퇴 연령을 남자 65세, 여자 60세로 줄였다.

명목은 공산주의 정권 시절의 '적폐 인사 청산'이었지만,

진짜 목적은 검찰과 사법부를 집권당과 코드가 맞는 사람들로 물갈이하기 위한 것이었다.

특히 판사 임명 권한을 집권당이 장악한 하원에 뒀다.

사법부 독립을 완전히 무시한 조치였다.

그 결과 대법원과 일반 법원의 판사 다수가 집권당과 코드에 맞는 인물들로 물갈이됐다.

고위직 검찰 200여 명도 PiS 집권 수개월 만에 해임되거나 좌천됐다.

법무장관검찰총장한 명이 맡는 것으로 통합됐다.

그러고는 법무장관이 일반 검사들의 결정과 의사 표현에 간섭할 수 있도록 했다.


전 검찰총장 크시스토프 파르치모위츠는

"2015년 이전에도 정권 교체에 따라 약간의 정치적 성격을 띤 검찰 인사는 있었지만,

지금 검찰은 완전히 권력의 도구가 됐다"고 지난 11일 포린폴리시에 말했다.

언론정권의 나팔수로 만들어갔다.

PiS는 2015년 집권 두 달 만에 기자 200명을 해고하면서 국영 TV·라디오를 수중에 넣었다.

이 방송들은 집권당을 칭송하고 야당을 악(惡)으로 몰았다.

유럽의 미디어 네트워크인 유랙티브(Euractiv)는

"폴란드 국영방송의 수준은 정부 홍보 위주의 러시아 방송과 비슷하다"고 보도했다.

민영방송도 예외가 아니다.

PiS는 작년에 미디어의 '재(再)폴란드화'를 내걸고,

외국 기업의 폴란드 매체 소유를 금하거나 지분을 제한했다.

폴란드 국가방송위원회는 최근 최대 민영방송인 TVN 24를 매각하도록

소유주인 미국 디스커버리 그룹에 압력을 가했다.

이 노력이 실패하자 반(反)정부 시위를 편향 보도했다며 35만유로의 벌금을 부과하기도 했다.


그 사이 캐나다 수준이었던 폴란드'언론의 자유' 순위는

2015년 18위에서 2017년엔 도미니카공화국 수준의 54위로 떨어졌다.

이런 비(非)민주적 억압 조치에도

야로스와프 카친스키(70·사진)가 세운 PiS는 어떻게 순항(順航)하는 것일까.

'퍼주기 재정 정책'의 위력 덕분이었다.


카친스키는 2015년 총선에서 자녀당 월 500즈워티(약 15만1000원) 지급과 농가 보조금 정책으로

농촌의 표심을 잡았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는 현재 2250즈워티(약 68만원)인 월 최저임금

3년 내에 배인 4000즈워티까지 올리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또 75세 이상 고령자에 대한 무료 의료 혜택, 26세 이하 젊은 층 소득세 면제도 약속했다.

작년부터 연금 수령자에겐 1년에 한 번씩 한 달치를 더 주는데,

올해는 선거를 앞두고 이 '보너스'를 두 번 제공해 추가로 우리 돈 3조3300억원을 썼다.


앞으로 폴란드에서 어떠한 정책도 현금 제공 없이는 관심도 끌 수 없을 만큼,

유권자들을 공짜 복지에 중독시킨 것이다.


외교 전문지 포린폴리시는 9일

"PiS는 유권자들의 삶을 바꿔버린 사회적 혜택을 특히 지방 유권자들에게 제공해 승리했기 때문에,

야당도 PiS를 이기려면 또 다른 차원의 복지국가 모델을 제시할 수밖에 없다"고 진단했다.

유권자를 끌어모은 또 하나의 수법은 외부의 적을 상정하고 애국주의·민족주의를 고취하는 것이다.

과거 폴란드를 지배한 독일이나 러시아를 적으로 상정했고, 중동계 난민을 공공의 적으로 삼았다.

이런 PiS를 지배하며 재집권을 이끈 사람은 카친스키다.

PiS는 그가 쌍둥이 동생 레흐 카친스키 전 대통령과 세운 정당이다.


2010년 동생이 비행기 사고로 숨진 뒤 그는 PiS 의원직 외에 특별한 공직을 맡고 있지 않은 은둔형 인물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안제이 두다 대통령과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총리에게 지령을 내리면서

폴란드를 1인 지배하고 있는 막후의 독재자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15/201910150025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