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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대관식)英여왕 "왕관 너무 무거워… 고개 숙이면 목 부러질 것 같았죠"

colorprom 2019. 10. 16. 15:35



英여왕 "왕관 너무 무거워… 고개 숙이면 목 부러질 것 같았죠"

             
입력 2018.01.16 03:04

[즉위 65년만의 첫 인터뷰… 대관식 뒷이야기 들려줘]

"무게 4t 달하는 황금마차 끔찍할 정도로 의자 불편해
2차대전 때 왕관에 달린 보석들, 양철통에 담아 땅속에 묻었죠"

"왕관이 무거워 고개를 숙이면 목이 부러지기 때문에, 원고를 위로 들고 읽어야 하죠" "황금마차 좌석은 용수철에 가죽의자를 얹은 거라, 타고 다니기엔 끔찍해요…."

즉위 65년 동안 인터뷰를 전혀 하지 않았던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처음으로 언론에 사적(私的)인 생각을 드러냈다. 다음 달 6일 91세가 되는 여왕은 14일 저녁(현지 시각) BBC방송이 방영한 '대관식(Coronation)'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 직접 출연해, 1953년 6월 2일 런던 웨스트민스터 사원(Abbey)에서 열린 자신의 대관식 행사 필름을 보며 당시를 회고했다. 1000년간 변하지 않은 웨스트민스터 사원 대관식을 주인공이 직접 설명하기는 처음이다.

여왕은 이날 "대관식에 두 번 참석했는데 한 번은 아버지(조지 6세·1937년)의 대관식이었고, 또 하나는 내가 왕관을 쓰는 날이었다"고 말했다. 여왕은 버킹엄궁에서 사원까지 타고 간 황금마차는 "무게가 4t이라 말이 더 빨리 달릴 수도 없었는데도, 끔찍했다"고 말했다.

1953년 6월 2일 엘리자베스 2세가 영국 왕위에 오르기 위해 황금 마차를 타고 대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가고 있다(왼쪽). 왕위에 올라 ‘제국 왕관’을 머리에 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군주의 또 다른 상징인 구(Orb)와 홀(Sceptre)을 손에 들고 버킹엄궁으로 돌아오는 모습.
1953년 6월 2일 엘리자베스 2세가 영국 왕위에 오르기 위해 황금 마차를 타고 대관식이 열리는 웨스트민스터 사원으로 가고 있다(왼쪽). 왕위에 올라 ‘제국 왕관’을 머리에 쓴 엘리자베스 2세 여왕이 군주의 또 다른 상징인 구(Orb)와 홀(Sceptre)을 손에 들고 버킹엄궁으로 돌아오는 모습. /게티이미지 코리아

영국 왕은 대관식 때 2.2㎏의 '세인트 에드워드 왕관(St. Edward's Crown)'을 쓰고, 즉위해 사원을 나설 때에는 약 1kg의 '제국(Imperial State) 왕관'을 쓴다. 여왕은 매년 의회 개원 연설에서 '제국관(冠)'을 쓰지만, '세인트 에드워드 왕관'은 대관식 이후 65년간 한 번도 본 적이 없다고 밝혔다.

여왕은 런던 타워에서 이송된 '세인트 에드워드 왕관'을 들어보더니 "아이고, 여전히 무겁네!"라고 말했다. 대관식 때 왕관이 머리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면 '나쁜 징조'라는 미신이 있었다. 아들 찰스 왕세자는 수년 전 "그때 엄마는 목욕하면서도 이 왕관을 쓰고 대관식 연습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제국관'에 달린 두 개의 진주를 매만지면서는 "원래 엘리자베스 1세의 귀걸이였는데…. 보석은 생물(生物)과 마찬가지예요. 여기 이렇게 달려 있으니 슬프네요. 보석들도 행복해 보이지 않아요"라고 말했다.

이날 BBC 다큐멘터리에선 2차 대전 때 왕관에 달린 170캐럿의 '흑태자 루비'를 비롯한 값비싼 보석들이 나치 독일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왕실 관계자들이 비스킷 양철통에 담아 윈저궁 땅속에 묻고 잔디로 덮었던 사실도 공개됐다.

이 다큐멘터리 제작에 앞서 영국 왕실 측이 요구한 '의전(儀典)'도 흥미롭다. 방송 진행자는 어떤 주제에 대해 여왕에게 바로 '질문'을 할 수가 없었다. 진행자가 "사원 벽의 천이 빨간색이었네요"라고 말하면, 여왕이 "빨간색은 강렬한 색이니까요"라고 말을 덧붙이는 식으로, 여왕과의 '대화'가 진행됐다.

또 두 왕관을 절대로 위에서 촬영할 수 없으며, 진행자도 그 앞에 서서 말할 수 없다는 조건이었다. 왕실 측은 "왕관을 내려다보는 시각은 신(神)의 것"이라고 고집했다고 한다.

로마 가톨릭 교황과 마찬가지로, 영국 군주는 한 번도 언론과 인터뷰한 적이 없다. 1953년 당시 BBC의 대관식 중계 때에도 "왕실은 신비스러워야 한다"는 주장에 따라, 여왕의 머리와 손바닥에 스푼으로 성유(聖油)를 붓는 모습은 일반에 공개되지 않았다. 그러나 오는 5월 해리 왕자의 결혼식을 앞두고 영국 왕실이 좀 더 개방적으로 변했다고, 영국 언론은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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