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2[미국]바닥 드러내는 트럼프 허세

colorprom 2019. 10. 15. 16:45


    

[만물상] 바닥 드러내는 트럼프 허세


조선일보
                         
             
입력 2019.10.15 03:16

'엄포 놓다'는 뜻의 블러핑(bluffing)은 카드 게임의 묘미다. 고도의 심리전과 배짱으로 자신보다 높은 패를 잡은 상대방을 굴복시킬 때 짜릿함은 비할 바가 없다고 한다. 하지만 냉철한 상황 판단이 뒷받침되지 않은 블러핑은 말 그대로 '무모한 허세'일 뿐이다. 특히 블러핑 치고 있는 게 상대방 눈에 뻔히 보이면 게임은 끝이다. 한두 번은 성공할지 몰라도 결국 큰코다친다.

▶트럼프 미 대통령은 부동산업자 시절 블러핑류(類)의 거래 협상 기술로 큰 성공을 거뒀다고 자랑해왔다. 1980년대에 플로리다 '마러라고 리조트'나 초호화 요트 '트럼프 프린세스'를 온갖 기술을 동원해 최초 가격에서 반의반도 안 되는 헐값에 손에 넣었다고 한다. 그즈음 '거래의 기술'이란 책도 썼다. 하지만 미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는 이 책을 내기 전후로 10년간 카지노와 호텔, 아파트 등 핵심 사업에서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 넘게 손실을 봤다. '협상의 달인'이라는 자랑에 거품이 많다는 얘기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대통령이 된 이후 트럼프의 블러핑 무대는 전 세계로 확장됐다. 그는 주요국에 수십% 관세 폭탄을 일방적으로 부과했다가 양보를 받아내면 절반으로 깎아주는 식으로 판을 흔들었다. 작년 김정은과의 첫 회담을 앞두고도 갑자기 '회담 연기'를 발표했다가 북이 화해의 제스처를 보내자 하루 만에 철회하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전임 대통령들과 다른 협상 기술로 미국에 큰 성공을 안겼다"고 선전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트럼프가 1년 넘게 가장 공을 들여온 미·중 무역 협상에 대해 언론과 시장은 '시진핑의 판정승'이라는 평가를 일제히 내놓았다. 협상은 중국의 미 농산물 구매와 미국의 추가 관세 인상 보류 등 일부 조건을 주고받는 '스몰딜'로 일단 휴전했는데, 트럼프가 호언장담해왔던 것과 달리 중국이 양보한 게 거의 없다. 재선을 앞둔 트럼프가 경제에 부담을 주는 추가 관세 카드를 쓰지 못할 것을 중국이 간파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트럼프는 "위대한 합의"라고 주장했지만 그 허세를 믿는 사 람은 별로 없다.

▶트럼프의 공갈 허풍식 협상술이 이제 바닥을 드러내고 있다. 억지를 부리고 거짓말을 해도 '미국 대통령'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던 상대방들이 이제 대처법을 알아가고 있다. 이란과 북한은 트럼프의 허세를 파악했다. 미국 대통령의 말이 힘과 권위를 잃으면 세계 곳곳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지 쿠르드족의 위기가 보여주고 있다. 남 얘기가 아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14/2019101403305.html

[윤희영의 News English]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정책 자업자득


조선일보
                         
  • 윤희영 편집국 에디터
             
입력 2019.10.15 03:11 | 수정 2019.10.15 06:20

'The chickens come home to roost'라는 표현이 있다. roost는 닭장 안 횃대를 뜻하는 것으로, 나쁜 행동이나 저주(bad deeds and curses)는 그 짓을 한 사람에게 되돌아온다는(return to their perpetrator) 말이다. 그래서 '누워서 침 뱉는다(spit while lying facing up)' '뿌린 대로 거둔다(reap as one has sown)' '자업자득(well-earned punishment)' 의미로 쓰인다. 미국 시사지 애틀랜틱이 트럼프 대통령의 북한 정책을 비판하면서 제목으로 달았다.

"개인에게 편중된 외교의 단점(downside of personalized diplomacy)은 그 개인이 약화하면(be debilitated) 외교 역시 그런 꼴이 된다는 사실이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위협도 하고 어르기도 하면서(threaten and coax) 북한 문제 해결 어음을 남발하고 대북 외교를 개인 소유물처럼 다뤘다. 그 어음 만기가 닥쳤다(come due). 대가를 치러야(pay the price) 할 형편에 처했다.

칼럼 관련 일러스트

트럼프가 탄핵 위기에 처한(be on the verge of impeachment) 상태에서 미·북 실무회담이 스웨덴에서 열렸다. 북한은 이번에도 실패시킬 준비가 돼 있었던 듯하다(seem set up to fail). 미루고 미루다가 단 하루만 하겠다고 했다. 그러더니 이내(soon afterwards)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ubmarine-launched ballistic missile) 발사 성공을 발표했다.

그러고는 협상 직후(shortly after the negotiations) 결렬 책임을 미국에 전가하는(blame the breakdown on the U.S.) 성명을 발표, 미리 준비했다는 의혹을 일으켰다(raise suspicions). 더 많은 양보를 요구하며(demand more concessions) 어떻게 속일 것인가만 궁리하는(figure out how to cheat) 전형적 협상 전술(classic negotiating tactics)만 되풀이했다.

그런데도 트럼프는 모종의 어중간한 합의에 끌리고 있는(be attracted to a sort of halfway deal) 듯하다. 사실상의 핵보유국(de facto nuclear-weapons state)으로 남게 해줄 과도적 합의를 바라는(be after an interim agreement) 북한을 상대로 부분적 비핵화와 부분적 제재 완화를 맞바꾸려는(trade partial sanctions relief for partial denuclearization) 심산도 있는 것 같다.

북한은 유리한 입장에 섰다고(get the upper hand) 착각할지 모른다. 그러나 탄핵 위기에 몰린 트럼프가 한 건을 절실히 원해서(be desperate for a win) 허둥지둥 거래를 맺으려 할(scramble to cut a deal) 것으로 판단한다면 대단히 중대한 오산(hugely consequential miscalculation)이 될 것이다. 트럼프가 소환장들로 옴짝달싹 못 하게 되면(be up to his ears in subpoenas) 그의 대북 거래는 결국 산산조각이 된다(be torn to shreds).

그리고 연말까지 표결에 부쳐질 탄핵은 트럼프 개인이 주도했던 외교에 조종(弔鐘)을 울리게 될(toll the death knell)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10/14/2019101403356.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