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코의 성당이 진짜 인간의 해골과 뼈로 장식된 까닭은?
쿠트나호라에는 아주 희한하고 이색적인 성당이 있다. 다름 아닌 ‘세들레츠 해골 성당’이다.
그 앞에서 횡단보도를 건너 골목으로 접어들자 해골성당이 나타났다.
성당의 뾰족 지붕 위에도 해골 문양이 걸려 있었다.
궁금했다.
‘어떻게 해골이 성당의 상징이 되었을까.
400~500년 전 사람들은 해골로 가득한 성당 안에서 어떤 기도를 올렸을까.’
해골성당 앞에는 자그마한 묘지공원이 있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스도교와 공동묘지의 역사적 연결 고리는 무척 깊다.
2000년 전 이스라엘에서 예수가 십자가에서 못박힌 골고타 언덕도 그랬다.
‘골고타’는 ‘해골터’라는 뜻이다.
예루살렘 성 외곽에 있던 공동묘지였다.
예수의 부활 스토리 역시 예루살렘 공동묘지 동굴무덤에서 시작된다.
예수의 수제자인 사도 베드로도 그랬다.
로마 제국에서 종교적 핍박을 받던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은
로마의 지하 묘지인 카타콤베에서 기도하며 비밀 집회를 가졌다.
십자가형을 당한 베드로의 무덤 역시 카타콤베에 묻혔다.
베드로의 무덤 바로 위에 지은 게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이다.
그러니 그리스도교인에게 무덤과 성당, 그리고십자가는 서로 불가분의 관계다.
해골 성당 앞에 섰다. 흰 천으로 덮인 입구로 들어갔다.
먼저 눈에 띈 것은 성당 벽의 장식이었다.
60개가 넘는 해골과 그만큼의 뼈들로 만든 조형물이 있었다.
천장에는 더 놀라운 물건이 달려 있었다.
인간의 해골과 뼈로만 만든 거대한 샹들리에였다.
주렁주렁 달려있는 인골 사이에는 주먹보다 큰 해골이 군데군데 박혀 있었다.
성당 정면에는 예수의 십자가상이 있었다.
라틴어로 ‘메멘토 모리(MEMENTO MORI)’는 ‘죽음을 기억하라’는 뜻이다.
거기에는 매 순간 소멸하는 육신의 순간성을 절감하라는 강렬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역설적으로 ‘메멘토 모리’는 우리에게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화두로 돌아온다.
쿠트나호라(체코)=글ㆍ사진 백성호 기자
[출처: 중앙일보] 체코의 성당이 진짜 인간의 해골과 뼈로 장식된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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