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9.02 06:00
한·일 갈등의 해법을 찾는 시리즈의 마지막 인터뷰는 일본 내 한반도 문제 최고 전문가로 꼽히는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도쿄국제대학 국제전략연구소 교수와 진행했다. 한·일 갈등이 수출 규제 등 경제 전쟁에서 지소미아(GSOMIA·군사비밀정보보호협정) 파기와 같은 외교안보 난타전으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이 와중에 북한이 연일 미사일(발사체)을 쏘며 한반도 안보 지형을 흔들고 있다. 일본인들의 솔직한 감정과 속내 등도 궁금했다.
![서울을 방한한 이즈미 하지메(伊豆見元) 도쿄국제대학 국제전략연구소 교수가 한반도를 둘러싼 국제 정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류현정 기자](http://image.chosun.com/sitedata/image/201909/01/2019090100586_0.jpg)
"아, 이걸 한국인한테 설명하면, 아마도 ‘웃긴다. 웃기는 얘기네’라고 할 것입니다. 일본에서 처음으로 피해자 의식이 생기고 있습니다. ‘이제 한국은 잘 사는 데, 일본은 또 한국 때문에 고생해야 하나’는 것이지요. "
이즈미 교수는 결국 한·일 국력 변화에 따라 한국과 일본 모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이번 갈등도 빚어졌으며 일본에는 한국 관계에 대한 일종의 피로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제 국력이 커져 유연하고 관용적으로 나올 시점이 됐는 데도 일본에 새로운 요구를 하고 있다는 인식이 일본인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달라진 일본의 태도를 ‘뉴(new) 일본’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거리 미사일은 괜찮다"고 말한 것이 북한이 사상 최대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국면을 돌파할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이즈미 교수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보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국제정치학자이다. 시즈오카현립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현대한국조선연구센터 초대 소장을 거쳐 도쿄국제대학에서 일하고 있다. 주오(中央)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조치(上智)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대학원 연구과정을 마치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센터, 영국 뉴캐슬대 동아시아연구센터 객원연구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이즈미 교수와의 문답은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했다. 일대일 인터뷰와 전화,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 양국 갈등과 관련해 일본인들의 솔직한 심정은 무엇인가.
"일본인들의 반한(反韓) 감정은 없다. 내가 도쿄에 사는 데 지하철을 타는 한국인 관광객을 많이 본다. 그들은 한국말을 거리낌 없이 쓰고 일본인들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 양국 갈등 상황에 대해 일본인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고 어떤 감정도 일지 않는다는 뜻인가.
"그건 아니다. 영어로 표현하면, ‘코리아 퍼티그(Korea fatigue·한국에 대한 피로감)’가 있다. 한국 대법원의 징용공 배상 판결, 위안부 합의 무효 결정 등이 잇따르면서 일본의 일반 사람들은 ‘한국인들은 좀 피곤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건 반한 감정이 아니다. ‘한국과 좀 거리를 두고 싶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 좀더 설명해달라.
"일본에서 처음으로 ‘피해자 의식’이 싹트고 있다. 한국한테 괴롭힘(いじめ)을 당하고 있다는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 우리(한국인)가 아니라 일본인이 ‘피해자’로 인식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말하면 한국인들은 ‘웃긴 이야기네’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솔직한 심정이 그렇다.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의 계속된 요구를 받았고 일본은 나름대로 포용을 했다는 말이지. 이제 일본은 그럴 여유가 없어진 반면, 한국의 국력은 커졌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한국이 계속 뭔가를 요구를 한다면, 일본인 사이에서는 한국과 좀 거리를 두고 싶다는 감정이 생기지 않겠나."
― 한·일 간 인식의 차이가 크다.
"1965년 한국과 일본이 관계 정상화를 했을 때 일본의 국력과 한국의 국력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50년 후 어떻게 됐나. 한국 경제가 크게 성장한 반면, 일본의 성장률은 떨어져 양국이 어느 정도 대등한 관계가 됐다. 한국의 힘은 일본인이 ‘열등감’을 느낄 만큼 세졌다. ‘한국이 국력이 세진 만큼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좀더 관용적이고 유연하게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인데, 한국은 힘이 세질수록 더 많은 요구를 하네’라고 일본인들은 생각한다.
‘한국과 거리를 두고 싶다’는 감정은 전에 없던 일본인의 모습이다. ‘뉴(new) 일본’으로 명명해도 좋을 것이다. 결국 한·일 갈등은 달라진 힘의 관계에서 양국 모두 익숙하지 않아 빚어졌다고 본다. 한국은 ‘뉴 일본’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
― 앞으로 아베 정부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상하나.
"한국 대법원의 판결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이 자산을 현금화하지 않는다면, 아베 정부가 더 이상의 조치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아베 정부는 추가 수출 규제 조치는 하지 않으면서 징용공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다릴 것이다."
― 최근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유감스러운 일이다. 일본과 한국이 얼마나 지소미아를 통해 정보를 얻었느냐는 ‘실질’ 때문이 아니다. 두 나라의 안보협력의 ‘상징’으로서 지소미아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신뢰 관계 회복은 더욱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
― 한·미 관계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지소미아 파기가 한·미 관계에 당장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미국의 신뢰감이 떨어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 이 와중에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쏘고 있다. 8월에만 5번이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구매하기로 한 전투기 ’F-35’ 40대에 대한 억지력 성격이 크다. (미 상원은 한국에 130대까지 팔 수 있게 승인해 뒀다.) 북한이 최근 선보인 단거리 미사일은 고정형 연료를 쓰기 때문에 7~8분 이내에 빠르게 공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북한이 그만큼 공격력이 우수해졌다는 것을 자랑한 것이다.
8월에 미사일 시위에 나선 이유는 8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구실로 삼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훈련은 실제 병력과 장비를 동원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됐다. 북한은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한·미를 자극하더라도 만에 하나 한·미로부터 우발적인 공격을 당할 염려가 적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 이왕이면 집중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해 북한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했을 것이다."
―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이 끝난 후인 8월 24일에도 방사포를 쏘았다.
"8월 25일은 북한 선군절(先軍節)이다. 초대형 방사포를 통해 선군절을 기념한 것이다. 북한은 2016년 8월 24일에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다." (북한은 김정일이 류경수제105탱크사단을 시찰한 1960년 8월 25일을 '선군(先軍)영도'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하며 '선군절'로 기념하고 있다.)
― 북한의 대남 발언도 거칠어지고 비난 수위도 높이고 있다.
"8월 16일 조평통 담화가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날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남한의 대북 투자, 남한과의 경제 협력이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 대북 제재를 완화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한국의 힘으로 미국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 미·북 관계를 풀어야 하는 당사자는 중재자를 자처한 한국이 아니라 북한 그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북한은 남북 대화보다 미·북 관계 개선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북한이 남북 관계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는 있지만, 남북 관계가 최악이라고는 볼 수 없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한 적이 없지 않은가."
― 북한의 해법은?
"트럼프가 ‘단거리 미사일은 괜찮다’는 발언의 의미를 새겨야 할 것이다. 사실은 괜찮지 않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미국이 예외 조치를 해 준 것이다. 트럼프가 ‘단거리 미사일은 괜찮다’고 한 것은 첫 번째 예외 조치가 생겼다는 의미에서 북한에는 매우 의미있는 발언이다. 복잡한 제재를 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국으로부터 예외 조치를 받는 것이며 북한은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 미·북 실무협상은 왜 진척이 없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완전한 비핵화 조치와 제재 유지를 강조하자 반발하고 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 답방할 가능성은?
"김정은 입장에서는 서울은 매우 위험한 곳이다. 그런데도 답방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주변 인물들이 (서울) 답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답방한다면 내년 3월이 유력하다. 현 정부의 총선에 도움이 되고 경제 협력을 얻어낼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 현 정부의 총선에 도움이 되는지, 얼마나 큰 경제 협력을 얻어낼 수 있을 지를 면밀히 계산해 움직일것이다. 큰 이익이 없다면, 2022년 남한 대선 때까지 김정은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 요즘 일본의 강경한 태도는 북한 경제 개발 기회를 놓치는 ‘저팬 패싱(Japan Passing)을 우려하는 데서 나온 것은 아닌가.
"글쎄. 1970년대 북한과 교역한 일본 기업, 일본인 대부분 무역 대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런 기억 때문에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경제 교역에 나서고자 하는 일본 기업이나 일본인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북한은 남한과 같은 민족이며 남한의 성장을 볼 때, 북한의 성장 잠재력도 크다고 볼 수 있지만, 이런 잠재력보다도 부정적인 옛 기억이 일본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다만, 향후 미국이 북한과 수교할 경우 일본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일본은 큰 규모의 국가 중 미국과 더불어 북한에 적대 관계였 던 몇 안 되는 나라인 데다 미·일 관계를 매우 민감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 한·일의 젊은 세대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냉정한 자세로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이웃 일본은, 또 한국은 서로 필요한 상대인가. 필요하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가. 두 나라 젊은 세대들이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즈미 교수는 결국 한·일 국력 변화에 따라 한국과 일본 모두 적응해 가는 과정에서 이번 갈등도 빚어졌으며 일본에는 한국 관계에 대한 일종의 피로감이 생기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한국은 이제 국력이 커져 유연하고 관용적으로 나올 시점이 됐는 데도 일본에 새로운 요구를 하고 있다는 인식이 일본인 사이에서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는 달라진 일본의 태도를 ‘뉴(new) 일본’이라는 단어로 설명하기도 했다.
한편, 그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단거리 미사일은 괜찮다"고 말한 것이 북한이 사상 최대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제재 국면을 돌파할 비장의 카드가 될 수 있다고도 분석했다.
이즈미 교수는 미국의 한반도 정책과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안보 문제를 전문으로 하는 국제정치학자이다. 시즈오카현립대 국제관계학부 교수, 현대한국조선연구센터 초대 소장을 거쳐 도쿄국제대학에서 일하고 있다. 주오(中央)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조치(上智)대 대학원에서 국제관계론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연세대 대학원 연구과정을 마치고 하버드대 국제문제센터, 영국 뉴캐슬대 동아시아연구센터 객원연구원 등으로도 활동했다.
다음은 그와의 일문일답. 이즈미 교수와의 문답은 대부분 한국어로 진행했다. 일대일 인터뷰와 전화, 이메일 인터뷰를 했다.
― 양국 갈등과 관련해 일본인들의 솔직한 심정은 무엇인가.
"일본인들의 반한(反韓) 감정은 없다. 내가 도쿄에 사는 데 지하철을 타는 한국인 관광객을 많이 본다. 그들은 한국말을 거리낌 없이 쓰고 일본인들도 신경을 쓰지 않는다."
― 양국 갈등 상황에 대해 일본인들은 아무런 관심도 없고 어떤 감정도 일지 않는다는 뜻인가.
"그건 아니다. 영어로 표현하면, ‘코리아 퍼티그(Korea fatigue·한국에 대한 피로감)’가 있다. 한국 대법원의 징용공 배상 판결, 위안부 합의 무효 결정 등이 잇따르면서 일본의 일반 사람들은 ‘한국인들은 좀 피곤해’라고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건 반한 감정이 아니다. ‘한국과 좀 거리를 두고 싶다’고 하는 게 정확한 표현이다."
― 좀더 설명해달라.
"일본에서 처음으로 ‘피해자 의식’이 싹트고 있다. 한국한테 괴롭힘(いじめ)을 당하고 있다는 인식이라고 할 수 있다."
― 우리(한국인)가 아니라 일본인이 ‘피해자’로 인식한다는 말인가.
"이렇게 말하면 한국인들은 ‘웃긴 이야기네’라고 충분히 말할 수 있다. 하지만, 일본인들의 솔직한 심정이 그렇다. 일본 입장에서는 한국의 계속된 요구를 받았고 일본은 나름대로 포용을 했다는 말이지. 이제 일본은 그럴 여유가 없어진 반면, 한국의 국력은 커졌다고 생각한다. 그런데도 한국이 계속 뭔가를 요구를 한다면, 일본인 사이에서는 한국과 좀 거리를 두고 싶다는 감정이 생기지 않겠나."
― 한·일 간 인식의 차이가 크다.
"1965년 한국과 일본이 관계 정상화를 했을 때 일본의 국력과 한국의 국력에는 엄청난 차이가 있었다. 50년 후 어떻게 됐나. 한국 경제가 크게 성장한 반면, 일본의 성장률은 떨어져 양국이 어느 정도 대등한 관계가 됐다. 한국의 힘은 일본인이 ‘열등감’을 느낄 만큼 세졌다. ‘한국이 국력이 세진 만큼 과거사 문제에 대해서도 좀더 관용적이고 유연하게 나와도 이상하지 않을 시기인데, 한국은 힘이 세질수록 더 많은 요구를 하네’라고 일본인들은 생각한다.
‘한국과 거리를 두고 싶다’는 감정은 전에 없던 일본인의 모습이다. ‘뉴(new) 일본’으로 명명해도 좋을 것이다. 결국 한·일 갈등은 달라진 힘의 관계에서 양국 모두 익숙하지 않아 빚어졌다고 본다. 한국은 ‘뉴 일본’을 어떻게 상대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
― 앞으로 아베 정부는 어떤 태도를 취할 것으로 예상하나.
"한국 대법원의 판결로 일본 기업의 한국 내 자산 매각이 이뤄지지 않는다면, 다시 말해 이 자산을 현금화하지 않는다면, 아베 정부가 더 이상의 조치는 하지 않을 것으로 본다. 아베 정부는 추가 수출 규제 조치는 하지 않으면서 징용공 문제에 대한 한국 정부의 전향적인 태도를 기다릴 것이다."
― 최근 한국 정부가 지소미아 협정 파기를 선언했다.
"유감스러운 일이다. 일본과 한국이 얼마나 지소미아를 통해 정보를 얻었느냐는 ‘실질’ 때문이 아니다. 두 나라의 안보협력의 ‘상징’으로서 지소미아의 의미가 크기 때문이다. 한국과 일본의 신뢰 관계 회복은 더욱 회복하기 어렵게 됐다."
― 한·미 관계에는 얼마나 영향을 미칠까.
"지소미아 파기가 한·미 관계에 당장 큰 영향을 주지는 않을 것이다. 다만, 문재인 정부에 대한 미국의 신뢰감이 떨어졌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 이 와중에 북한은 연일 미사일을 쏘고 있다. 8월에만 5번이었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은 한국 정부가 구매하기로 한 전투기 ’F-35’ 40대에 대한 억지력 성격이 크다. (미 상원은 한국에 130대까지 팔 수 있게 승인해 뒀다.) 북한이 최근 선보인 단거리 미사일은 고정형 연료를 쓰기 때문에 7~8분 이내에 빠르게 공격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북한이 그만큼 공격력이 우수해졌다는 것을 자랑한 것이다.
8월에 미사일 시위에 나선 이유는 8월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구실로 삼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번 훈련은 실제 병력과 장비를 동원하지 않고 컴퓨터 시뮬레이션으로 진행됐다. 북한은 잇따른 미사일 발사로 한·미를 자극하더라도 만에 하나 한·미로부터 우발적인 공격을 당할 염려가 적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또 이왕이면 집중적으로 미사일을 발사해 북한의 메시지를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했을 것이다."
― 북한은 한·미 연합훈련이 끝난 후인 8월 24일에도 방사포를 쏘았다.
"8월 25일은 북한 선군절(先軍節)이다. 초대형 방사포를 통해 선군절을 기념한 것이다. 북한은 2016년 8월 24일에도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했다." (북한은 김정일이 류경수제105탱크사단을 시찰한 1960년 8월 25일을 '선군(先軍)영도'의 첫걸음이라고 주장하며 '선군절'로 기념하고 있다.)
― 북한의 대남 발언도 거칠어지고 비난 수위도 높이고 있다.
"8월 16일 조평통 담화가 중요한 메시지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날 북한의 대남 기구인 조국평화통일위원회(조평통)은 문재인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우리는 남조선 당국자들과 더이상 할 말도 없으며 다시 마주 앉을 생각도 없다"고 밝혔다.) 북한이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남한의 대북 투자, 남한과의 경제 협력이다.
북한은 문재인 정부가 미국을 설득해 대북 제재를 완화해 줄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한국의 힘으로 미국을 바꿀 수 없다는 것이 점점 명백해지고 있다. 미·북 관계를 풀어야 하는 당사자는 중재자를 자처한 한국이 아니라 북한 그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은 것이다. 북한은 남북 대화보다 미·북 관계 개선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다. 북한이 남북 관계에 대한 기대를 낮추고는 있지만, 남북 관계가 최악이라고는 볼 수 없다. 북한이 문재인 대통령의 이름을 직접 거론하며 비난한 적이 없지 않은가."
― 북한의 해법은?
"트럼프가 ‘단거리 미사일은 괜찮다’는 발언의 의미를 새겨야 할 것이다. 사실은 괜찮지 않다. 북한의 단거리 미사일 발사는 명백한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미국이 예외 조치를 해 준 것이다. 트럼프가 ‘단거리 미사일은 괜찮다’고 한 것은 첫 번째 예외 조치가 생겼다는 의미에서 북한에는 매우 의미있는 발언이다. 복잡한 제재를 푸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미국으로부터 예외 조치를 받는 것이며 북한은 이를 위해 노력할 것이다."
― 미·북 실무협상은 왜 진척이 없나.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완전한 비핵화 조치와 제재 유지를 강조하자 반발하고 있다."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남한 답방할 가능성은?
"김정은 입장에서는 서울은 매우 위험한 곳이다. 그런데도 답방 가능성이 높다. 김정은 주변 인물들이 (서울) 답방을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답방한다면 내년 3월이 유력하다. 현 정부의 총선에 도움이 되고 경제 협력을 얻어낼 수 있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정은의 서울 답방이 현 정부의 총선에 도움이 되는지, 얼마나 큰 경제 협력을 얻어낼 수 있을 지를 면밀히 계산해 움직일것이다. 큰 이익이 없다면, 2022년 남한 대선 때까지 김정은은 움직이지 않을 것이다."
― 요즘 일본의 강경한 태도는 북한 경제 개발 기회를 놓치는 ‘저팬 패싱(Japan Passing)을 우려하는 데서 나온 것은 아닌가.
"글쎄. 1970년대 북한과 교역한 일본 기업, 일본인 대부분 무역 대금을 돌려받지 못했다. 이런 기억 때문에 적극적으로 북한과의 경제 교역에 나서고자 하는 일본 기업이나 일본인은 거의 없다고 봐도 된다. 북한은 남한과 같은 민족이며 남한의 성장을 볼 때, 북한의 성장 잠재력도 크다고 볼 수 있지만, 이런 잠재력보다도 부정적인 옛 기억이 일본에 미치는 영향이 더 크다.
다만, 향후 미국이 북한과 수교할 경우 일본 정부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에 대해 골머리를 앓을 것이다. 일본은 큰 규모의 국가 중 미국과 더불어 북한에 적대 관계였 던 몇 안 되는 나라인 데다 미·일 관계를 매우 민감하게 여기기 때문이다."
― 한·일의 젊은 세대들에게 한마디 해달라.
"냉정한 자세로 스스로에게 이렇게 물어볼 필요가 있다. 이웃 일본은, 또 한국은 서로 필요한 상대인가. 필요하다면 구체적으로 무엇이 필요한가. 두 나라 젊은 세대들이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스스로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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