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폴란드]폴란드가 독일과 살아가는 법 (손진석 특파원, 조선일보)

colorprom 2019. 7. 18. 15:26


[특파원 리포트] 폴란드가 독일과 살아가는 법


조선일보
                         
             
입력 2019.07.18 03:08

손진석 파리특파원
손진석 파리특파원



폴란드 총리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의 공관으로 올해 1월

메르세데스 벤츠의 마르쿠스 섀퍼 생산총괄 임원이 찾아왔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밝은 표정으로 섀퍼와 함께

벤츠가 1억유로(약 1324억원)를 들여 전기차용 배터리 공장을 폴란드에 짓는다고 발표했다.

일자리 200개가 만들어진다.

총리가 나서기에 투자 규모와 일자리 숫자가 대단한 정도는 못 된다.

섀퍼가 최고경영자(CEO)도 아니다.

게다가 벤츠폴란드에 치욕의 역사를 안겨준 독일의 대기업 아닌가.


하지만 모라비에츠키는 섀퍼의 손을 잡고 투자를 결정해줘 고맙다고 했다.

폴란드가 눈부신 성장을 하고 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폴란드는 1992년 이후 한 번도 마이너스 성장 없이 평균 4.2%씩 경제 규모를 키웠다.

EU 경제성장률이 2017년 2.4%에서 2018년 1.9%로 주저앉는 사이 폴란드는 4.8%에서 5.1%로 승승장구했다. 열성적인 해외 투자 유치, 높은 인력 수준, 동유럽 최대 내수시장이 성공 요인이다.

또 하나 빠뜨릴 수 없는 비결은 유럽 최대 경제 대국 독일이웃이라는 이점을 최대한 활용한다는 것이다.


폴란드에 진출한 독일 기업은 6000곳이 넘고 모두 30만명 이상을 고용한다.

폴란드 수출에서 독일 비중은 전체의 26%에 달한다.

폴란드가 이처럼 독일과 경제적으로 밀착해 살아가는 건

양국의 오랜 악연을 되돌아볼 때 보통 의미심장한 일이 아니다.

폴란드는 통일 독일의 중심이 된 프로이센러시아 등에 의해 18세기 후반 점령당해

123년간 지도상에서 사라졌다.

1차 대전 직후 간신히 나라를 되찾았지만 독일2차 대전을 일으켰을 때 맨 먼저 침략당했다.

2차 대전 때 사망한 폴란드인은 600만명으로 전체 인구의 5분의 1이었다.

이런 한(恨) 서린 역사를 잊을 리 만무하다.

모라비에츠키 총리는 전쟁 피해 배상이 아직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한다.

독일이 1970년대 빌리 브란트 총리 시절부터 과거를 사죄했지만

폴란드 집권당인 법과정의당은 아직도 성에 차지 않는다며 불만을 표시한다.

모라비에츠키는 독일러시아 사이에 건설 중인 천연가스관이 폴란드 안보를 위협한다며 성토하는 등

곧잘 독일에 날을 세운다.

그러나 폴란드는 과거사나 외교·안보 이슈로 독일을 비판할 때 수위를 조절한다.

먹고 사는 문제에 지장을 줄 정도로 양국 관계가 어려움에 빠지지 않는다.

독일의 투자를 끌어당 겨 날로 부강해지고 있고, 그에 따라 독일과 공생하게 된 현실을 부정하지 않는다.


지난해 마신 피아트코프스키 세계은행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폴란드 경제를 분석'유럽의 성장률 챔피언'이란 책을 내고

"폴란드는 2차 대전 이후 독일의 발전 전략을 따라 하며 성공하는 나라가 되어 가고 있다"고 했다.


역사를 잊지 않되 현재를 지혜롭게 살아가는 나라가 폴란드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17/2019071703592.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