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6일, 토요일
J야,
너는 나의 참 자랑스러운 친구였다.
너의 자그마한, 그러나 단정하고 조신하며 침착한 모습을 참 많이 믿고 의지했었다.
너의 모습 만큼이나 귀엽던 네 글씨도 나는 기억한다.
뿐인가, 너의 그 환한 [개 그림]은 지금도 기억한다.
너의 미국 기숙사의 물구멍이 엄청 많던 욕실도 기억한다.
아, 네가 버터 녹인 팬에 구워주던 베이글, 그것이 내 인생의 첫 베이글이었다.
학창시절의 너는 자그마하면서 내성적이고 조용한 아이였고,
미국에서의 너는 적극적이면서도 당차고 환한 아이였는데,
한국에서의 너는 작고 동그랗게 오므린 단단한 돌 같았다.
반듯한 네가 한 걸음 삐끗한 너를 용서할 수 없었겠지?!
에이...용서하고 잊고 다시 시작했으면 어땠을까???
아, 그땐 나도 너도 어렸다.
인생이 급하게만 느껴지고, 작은 티도 용서 못하는 교만한 때였다!
네가 너 자신을 용서 못하면서, 밖에서 너를 찌른다고 생각하고 그리 믿었던 것 같다.
그 세상 중의 하나가 또 나였었지?
그래서 네 자서전에 내가 등장하지않았니?
앞에서는 웃으며 생일파티 해주고, 뒤로는 친구들에게 네 이야기 다 떠벌리고 다니는...
네가 호스피스 병동에 있다는 것을 어제 오후에야 알았다.
친구들은 병문안을 간다, 네 마지막 전시회를 간다 야단들인데,
나는 이렇게 오도가도 못하고 있다.
네 병원에 가서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너에게 섭섭한 것? 없다! 진짜 없다.
네가 아무 말도 안 한 것도 이해하니까.
하기사 네가 말을 한들, 내가 또 뭐라 했겠니? 나도 젊고 철이 없었는걸...
미안하다면...워낙에 말이 많은 나라서...내가 아는 것은 다 밖으로 나갔으리라 믿게 한 것! ㅎ~
믿을라나 모르겠지만, 환갑 때 내 호를 지었다는 거 아니냐?! 재갈부인이라고, 이제 말 줄이려고! *^^*
네가 애 엄마 되었다고 했을 때, 일부러 큰애를 데리고 갔었다. 그냥 여자로, 아줌마로 얘기하고 싶어서.
네 애가 초등학교 입학할 때 쯤에도, 일부러 동갑인 우리 작은애랑 갔었다. 그냥 얘기하고 싶어서.
한 4년 전인가, 우리 엄마 요양병원에 계실 때, (그 얼마 안 되어 엄마 돌아가셨다.)
평생 처음 탄 전철 노선 전철칸에서 너를 만난 날, 어제 만난 듯 대하는 너가 낯설어 얼른 헤어졌었지.
지금의 내가 그때의 너를 만났다면 어떻게 대했을까...
늘 너는 나에게 조금은 당차고 어려운, 그래서 늘 내가 어리광처럼 수다떨 수 있는 그런 친구였었다.
네게 감히 된다 안된다 말 할 수도 없었고...너에게 어느 구석 풀린 곳을 찾을 수 없었다!
그래서...그냥 피하기만 했었구나...
그때, 우리 작은애랑 갔을 때,초등학교 1학년 정도의 아이가 손을 짚어 자랑스럽게 읽어냈었다. "무덤 능!"
우리 작은 애랑 동갑이니까 가끔 네 아이 나이를 세곤 했었다.
멀리서 흘러 들려온 말은 네 아이가 아주 영특하다고, 월반해서 좋은 학교에 들어갔다고...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 모른다.
슬그머니 네 아이에게로 너를 밀어내고 잊고있었다.
갑자기 들린 소식...마지막 전시회...목요일부터 지금까지 일이 손에 안 잡힌다.
가야 옳은가, 안 가야 옳은가...
내 마음에 너에게 하고 싶은 뭔가는 없다.
네가 혹시나 나를 보고 흥분하려나...그게 두렵다.
혹시나 나에게 왜 그랬어? 하면 어쩌나...솔직히 나는 너에게 고마왔다는 말 밖에 할 말도 없는데!
너의 최근 그림을 보니 많이 밝아졌더라. 그래서 고마왔다.
지금 어떤 마음일까...아직도 세상의 무게에 짓눌려 억울하고 속이 상할까.
아...그럼 나 못 가. 두렵다.
네 자서전에 등장했던 선배언니에게는 알려야 할까, 안 알려야 할까...그것도 어렵다.
이미 다 지난 일인데...네 경력에 2002년에 자서전을 썼다고 되어있으니 17년 전 일이네.
그걸 다시 알려줄 필요가 있을까도 싶고...
이미 우리 환갑이 넘었다, 그치?
아프던 안 아프던 이미 죽음을 많이 보고 겪은 나이 아니겠니?
나나 그 선배나 지금 사는 일에 바빠 그리 마음에 남아있지는 않으리라 생각한다.
그 보다는 친구야, 새 세상으로 이민 갈 너를 생각해본다.
너는 이사가기 전에, 나나 그 선배가 마음에 걸릴까?
잘 가라앉아 있던 네 마음에 혹 나로인해 흔들림이 일까...그것이 두려울 뿐이다.
아...그냥 친구였으면 좋았을 텐데...차라리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으흠...
아직 결심이 안 섭니다.
안 아픈 내가 아픈 그 친구를 보러 간다는 게 참 두렵습니다.
장례식, 병원...수도 없이 보았는데...참 요상한 마음입니다...ㅠㅠ
이렇게 중얼거리다 보면 내 마음을 알수 있으려나 했는데...아직 모르겠습니다...으흠...!!!
자꾸 한숨만 나옵니다...!
2019년 7월 7일, 일요일, 맥추감사주일
[안ㅇㅇ] [오전 7:31] 우리 동기 J가 오늘 하늘나라로 갔습니다 ᆢ
동창카페에 올라온 짧은 글~밑으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가 줄을 이었다.
목요일 소식 듣고, 금, 토 고민(?)하고...아침에 알게 된 사망소식. 으흠...
마침 일요일...많은 친구들이 주일예배 중에 J를 생각했을 것이다.
외로웠던 시간들을 이렇게 또 채워주시나 보다.
마지막 전시회라 이름지어진 전시가 내일 오픈이라고 했는데...장례식은 어찌 될까...
병원 방문은 슬그머니 지나갔고...참, 마음이 좀 그렇습니다...만,
아, 하나님, 많이 힘들어 한 영혼, 받아주시기를 바랄 뿐입니다. 꾸벅~
선배님께는 그냥 안부인사만 전하고 말았다.
나중에 혹시 말이 나오면 그때 알려드리기로 하고.
(봤지? 이젠 다 말 안해! 전에도 다 말하지는 않았어! 보기보다 나 바보 아니여~
나중에 만나면 다시 얘기하자. 어쩌면 그냥 웃고 말지도 모르겠지만...그리되면 좋겠다. 그냥 웃자!!!
혼자 아파한 시간들...그런 중에도 잘 키운 네 딸을 보며 흐뭇해하리라 믿는다.
다시 만날 때까지, 잘 쉬어라, 친구야! 정말 수고했다. 그리고 정말 고마왔다~ *^^*)
'[중얼중얼...]'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재갈부인 이경화는, (0) | 2019.07.11 |
---|---|
블로그 새 이름 (0) | 2019.07.09 |
새로운 홈페이지 (0) | 2019.07.01 |
이 세상, 주님께 맡깁니다! *^^* (0) | 2019.06.11 |
나 하나만 참으면 모두가 편하다던... ([별별다방으로 오세요!] , 조선일보) (0) | 2019.06.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