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력 2019.07.05 03:03
前 뉴욕 경찰 루이스 알바레스, 테러 현장서 수개월 수색·구조
유독가스 노출로 직장암 얻어… 별세 전까지 피해자 기금 운동
3일(현지 시각) 뉴욕 퀸스 아스토리아 일대에는 수백 명의 뉴욕 경찰(NYPD)과 시민들이
'작은 영웅'의 마지막 가는 길을 배웅하기 위해 모였다.
아스토리아 가톨릭 성결 교회에서 장례 미사가 끝나고
NYPD를 상징하는 깃발로 감싼 관(棺)이 차량으로 운구되자,
제복을 갖춰 입고 도로 양편에 줄지어 대기하고 있던 경관들은 일제히 거수경례를 올렸다.
장례 행렬엔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과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
뉴욕이 지역구인 알렉산드리아 오카시오-코르테스 민주당 연방 하원의원 등 정치인도 참여했다.
이들이 추모한 사람은 유명 인사도, 권력자도 아닌 전직 경찰관 루이스 알바레스(53)다.
지난달 29일 직장암으로 별세한 그는
9·11 테러 당시 피해 현장에서 생존자 구조와 수색 작업에 참여한 인물이다.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뉴욕 퀸스의 쿠바 이민자 가정에서 성장한 알바레스는
해병대 복무 이후 1990년 뉴욕 경찰이 됐다.
마약 단속반을 거쳐 정예 경찰들이 모이는 폭탄 전담반에서 근무한 그는
마약 단속반을 거쳐 정예 경찰들이 모이는 폭탄 전담반에서 근무한 그는
9·11 테러 직후 응급 요원으로 현장에 출동했다.
수천 명의 시신과 부서진 건물 잔해가 뒤엉킨 피해 현장에서 생존자를 구조했다.
수색과 구조 활동은 몇 달간 이어졌다.
알바레스는 죽기 직전 가족들에게 "끝없이 걷고 있는 모습이 계속 떠오른다"고 털어놨다.
가족들이 "어디를 걷고 있느냐"고 하자,
그는 "수천 명의 시신과 부서진 건물의 잔해로 뒤덮인 9·11 현장"이라고 말했다.
2010년 경찰에서 은퇴한 그는 2016년 직장암 진단을 받았다.
2010년 경찰에서 은퇴한 그는 2016년 직장암 진단을 받았다.
의료 기관은 폭발물과 부서진 건물 잔해에서 발생한 유독 가스에 장기간 노출됐던 것이
발병의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했다.
미국 질병통제 예방센터에 따르면 9·11이 직간접 원인으로 작용해
암, 호흡기 질환, 근골격계 질환, 정신 질환 등에 걸린 피해자가 12만5000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됐다.
알바레스는 사망 직전까지 9·11 피해자들을 위해 사투를 벌였다.
사망 3주 전인 지난달 11일 뼈만 남은 앙상한 모습으로 부축을 받으며
워싱턴 DC에서 열린 하원 법사위 소위에 출석했다.
9·11로 인해 질병에 걸린 피해자를 위한 기금 존속을 호소하기 위해서였다.
알바레스는 "내일 69번째 항암 치료를 앞두고 이 자리에 출석했다"며
"나처럼 구조 현장에서 병을 얻은 사람들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것이며 정부는 이들을 도와줘야 한다"고
호소했다.
9·11 피해자 의료 기금은 내년에 중단될 예정이었지만,
장기 치료를 필요로 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계속 운용해야 한다고 요청한 것이다.
의원들은 기립 박수로 알바레스의 연설에 호응했다.
그의 호소에 따라 9·11 피해자 치료를 위한 기금 운용을 2089년까지 연장하는 법안이 발의됐고,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하루라도 빨리 법안을 통과시키는 것이 우리의 의무"라고 NYT에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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