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북한]화살 쏜 후에 과녁 그리는 데 성공한 북한 (김광일 위원, 조선일보)

colorprom 2019. 7. 5. 14:52



[태평로] 화살 쏜 후에 과녁 그리는 데 성공한 북한


조선일보
                         
             
입력 2019.07.05 03:15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 보증에 국민 안전과 세금 담보로 제공
영변과 개성 매칭 협상 시작되면 북의 '핵보유국 군축 협상' 아닌가

김광일 논설위원
김광일 논설위원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년 동안 이른바 북한 김정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란 것에 대해

연거푸 보증을 서고 있다.

보증엔 담보가 필요한데, 대통령 개인 담보는 없고, 국민 안전과 세금만 담보다.

혹 총선도 담보로? 그럴 순 있겠다.

아무튼 제재 완화와 경협에 이어 체제 보장을 거론 중이라면 빚보증은 물론 신원보증까지 선 셈이다.

대단(?)하다.

그런데 문 대통령은 김의 행동이 아닌 '의지'를 보증했다.

처음 본다. 그런 보증도 있나.

국제법상 독재자의 의지는 어떻게 보증하나.

결과가 '폭망'이면 누가 어떻게 책임지나.

보증서는 몇 년짜리일까. 3년 보증? 아니면 그 후까지?

A 국가가 B 체제를 보증한다면 그건 동맹 관계다.

문 대통령은 남북을 동맹으로 보는 걸까.

김에게 비핵화의 뜻이 없다는 것을 정말 모를까.

그에게 '비핵 의지가 확고하다'고 되뇌는 건 최면 전략일까.

문 대통령은 세계를 상대로 '자기 충족 예언(self fulfillment prophecy)'을 실험 중인가.

문 대통령은 미·북 판문점 회동으로 '적대 종식'이 됐다고 했다.

상당히 자의적이다. 말하면 되리라고 믿는 주술에 가깝다.

그럼에도 은 남쪽 유한 정권이 자기네 '종신 군주'에게 무한 보증을 선다고 하니

오지랖 넓은 척 말라고 퉁을 놓는다.

문 대통령은 김의 '비핵 의지'에 대해 연대 보증도 시도했다.

그러나 프랑스 독일 북유럽 모두에서 굴욕적 거절을 당했다.

요즘 국민은 김이 아니라 문 대통령의 비핵화 의지를 걱정하고 있다.

반면 김은 오로지 트럼프의 보증서만 바라고 있다.

9·19 남북 군사 합의로 큰 성과를 거뒀다.

무엇보다 휴전선 남쪽 정보·정찰 자산을 눈멀게 했다.

똑딱선 한 척이 동해를 뚫으면서 테스트를 마쳤다.


그러나 김의 진짜 걱정은 다른 데 있다.

지난 5월 피터 팬타(Fanta) 미 국방부 핵 담당 부차관보가 워싱턴 세미나에서 질문을 받았다.

"미국은 한반도에 전술핵무기를 재배치할 것인가?"

그가 답했다.

"핵무기 탑재가 가능한 해상 순항미사일을 북핵에 대한 역내 억지 수단으로 논의 중이다."

이건 토마호크 미사일을 뜻하는데, 5~7kt급 저위력 핵탄두부터 200kt급 핵탄두까지 장착한다.

수천㎞ 떨어진 곳에서 적 지휘소의 창문을 뚫고 들어가 공중 분해할 만큼 바늘 끝 명중률을 자랑한다.

토마호크는 과거 미국이 적국 본토를 타격할 때 신호탄 역할을 했다.

1991년 걸프전(288발), 2001년 아프간전(50발), 2003년 이라크전(802발), 2011년 리비아 공습(124발) 때

그랬다.

지난 6월 24일 미 핵과학자회보(BAS)가 여론조사를 내놓았다.

미국인 3000명에게 물었더니 응답자 33%가

'(북이 장거리 미사일 실험을 하면) 북한인 110만명을 사망케 해도

미국북한을 핵무기로 선제공격하는 것을 지지한다'고 했다.

세 번 미·북 정상회담에서 '핵보유국 인정'이라는 보텀 라인을 바꾼 적은 없지만,

요구 조건을 '제재 완화'에서 '체제 보장'으로 바꿨다.

김이 G20 회의를 전후로 시진핑푸틴을 통해 한·미에 전달한 핵심 메시지도 '체제 보장'이다.

그런데 트럼프는 엊그제 오산 기지를 떠나면서 미 장병에게 말했다.

"우리는 완전히 새로운 핵무기도 갖고 있다. (…) (이 무기를) 절대 사용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트럼프답다. 전반적 군비 보강을 강조하면서 미 핵무기 현대화를 언급했다.

'영변'과 '개성'의 매칭 협상이 시작될 듯하다.

그건 아무리 유보가 많아도 이 원하던 '핵보유국 군축 협상'이 된다.

은 화살을 쏜 뒤에 과녁을 그리는 데 성공하고 있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4/2019070403771.html



[김광일의 입] 文대통령의 자기최면


             
입력 2019.06.27 18:46


대통령은 모든 게 뉴스다. 현직 대통령은 걸어 다니는 뉴스 소스다.
잠을 자도 뉴스, 밥을 먹어도 뉴스, 웃어도 뉴스, 울어도 뉴스다. 그는 1분 1초가 뉴스다.
대통령이 입을 열면, 한마디도 버릴 수 없을 만큼 뉴스다.

그런데 우리는 대통령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간혹 ‘가짜 뉴스’가 있는지,
대통령이 ‘자기 최면’에 걸려 있는 건 아닌지 따져봐야 할 때가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7개 나라 뉴스통신사와 서면 인터뷰를 했다.
문 대통령은 이렇게 말했다.
"핵 대신 경제발전을 선택해 과거에서 미래로 나아가겠다는 것이 김정은 위원장의 분명한 의지다.
나는 김 위원장의 비핵화 의지를 믿는다."

자, 우리는 문 대통령의 이 말을 어떻게 봐야할까.
비유를 들겠다.

200 가구가 살고 있는 어느 마을에 한 불량배가 독 묻은 화살을 만들기 시작했다.
온 마을 사람들이 그토록 말렸지만, 이 불량배는 독 묻은 화살을 실험한다면서
남의 집 지붕 위로 화살을 날려 보내기도 했다.
참다 못 한 마을 사람들은 불량배가 사는 집에 연탄 배달도 끊고, 돈 거래도 못하게 했다.
독화살을 없앨 때까지 불량배의 집을 봉쇄할 작정이다.
그런데 온 마을 사람들이 "불량배는 독화살을 없앨 생각이 없다"고 확인하고 있는데,
그 불량배 집이랑 울타리를 맞대고 있는 딱 한 집에서만
"불량배는 독화살을 없애겠다는 분명한 의지를 갖고 있다" "그 의지를 믿는다."고 하고 있다.

올 초 미국의 여러 정보기관 최고 책임자들은 청문회에서 입을 모아 말했다.
"김정은은 핵을 포기하지 않을 것이다."
엊그제 미국 국방 정보국장도 말했다.
"김정은은 비핵화 준비가 돼 있지 않다."
여론조사를 했더니 우리 국민 4명 중 3명이 "북은 핵 포기 안 한다"고 답했다.
그런데 오직 한 사람, 문 대통령만이 ‘김정은의 비핵화 의지’를 보증하고 있다.

보통사람도 빚보증 잘못 서면 패가망신하는 수가 있다.
그러나 대통령이 ‘비핵화 보증’을 잘못 서면
국민 전체가 ‘핵 인질 신세’를 벗어나지 못한 상태로 고착화되면서 안보 불안의 멍에를 이고 살아가야 한다.
전 국민이 턱 밑에 독화살을 느끼며 절체절명의 위협 속에 살아가야 한다는 뜻이다.

문 대통령이 기회 있을 때마다 "김정은을 믿는다." "(김정은은) 유연성 있고 결단력 있는 인물이다." 하고
말하는 것은, 일종의 ‘자기 최면’처럼 보인다.
온 마을 사람들이 제발 착각과 환상에서 깨어나라고 경고하고 있는데도,
울타리를 맞댄 문 대통령만 "그를 믿는다."고 하고 있으니,
반복해서 믿는다고 말하면 실제로 믿게 되는 현상, 자기 확신을 넘어서서 거의 자기 최면으로 보이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7개국 통신사 합동인터뷰에서 이런 말도 했다.
"플루토늄과 우라늄 농축 시설을 포함한 영변 핵 시설 전부가 검증 하에 전면적으로 완전히 폐기된다면
북한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는 단계로 접어든다고 평가할 수 있다."
문 대통령의 말에 전제 조건이 몇 개 달렸긴 하지만,
간단히 줄여서, "영변 폐기하면 비핵화는 되돌릴 수 없다"고 단언하고 있는 셈이다.

자, 이것은 사실일까.
영변만 폐기하면 북핵은 완전 불능 상태에 빠지고, 미래에도 되살릴 수 없게 되는 것일까.

북핵 전문가들은 "영변 핵 시설은 이미 고철 수준으로 낡아서 별 의미가 없다"고 말하고 있다.
"영변 밖에 그보다 규모가 큰 첨단 핵 시설들이 들어서면서 영변은 비중이 미미해졌다"고도 말한다.
우라늄 농축시설은 영변 말고도 다른 곳에 산재해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미국은 ‘영변 + α’를 요구해왔던 것이다.

그렇다면 누군가가 문 대통령에게
‘영변만 폐기하면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된다’는 잘못된 정보를 지속적으로 주입했다는 뜻일까.
문 대통령은 그 잘못된 정보에 근거해서 ‘가짜 뉴스’를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문 대통령에게 묻는다.
사안이 워낙 중대한 만큼 본인이 갖고 있는 판단과 믿음이 잘못된 것일 수도 있다는 자기 점검은 안 해 보는가.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6/27/20190627031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