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일본의 우치벤케이 외교 (신상목 대표, 조선일보)

colorprom 2019. 7. 5. 15:16

[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43] 일본의 우치벤케이 외교


조선일보
                         
  •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
             
입력 2019.07.05 03:12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 주일대사관 1등 서기관

일본말에 '우치벤케이(內弁慶)'라는 말이 있다.

헤이안(平安) 시대 말기 인물인 '무사시보 벤케이(武藏坊弁慶)'는 일본인들에게 용맹함의 대명사로 통한다.


벤케이는 모친의 배 속에서 18개월이나 있다가 태어났으며,

출생 당시 이미 2~3세 아이와 같은 머리털과 치아를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부친이 괴물로 여겨 죽이려 한 것을 숙모가 거두어 겨우 목숨을 부지한 벤케이

훗날 괴력을 지닌 격투의 달인으로 성장하였고,

미나모토(源) 가문의 실력자 요시쓰네(義經)의 충복(忠僕)이 되어

미나모토의 정적(政敵) 다이라(平) 가문 토벌에 큰 공을 세우며 이름을 떨친다.

벤케이는 출생보다 죽음이 더 유명한 인물이다.

벤케이의 주군인 요시쓰네는 이복형 요리토모(頼朝)와 권력 투쟁을 벌이게 되는데,

벤케이는 요시쓰네가 적군에게 쫓겨 위기에 처하자

주군을 지키다가 수십 발의 화살을 온몸에 맞고 생을 마감한다.

이때 분을 이기지 못해 선 채로 두 눈을 부릅뜨고 죽었다는 일화가 전해지면서

벤케이강함용맹함이 비할 데가 없는 '강용무비(剛勇無比)'의 화신이 된다.


벤케이는 실존 인물이 아니라는 설도 있다.

그의 탄생과 죽음 일화에서 볼 수 있듯 후세에 전승된 벤케이의 이미지는 대부분 각색된 것이다.

'우치벤케이'는 우치(內), 즉 집 안의 벤케이라는 뜻이다.

집 안에서는 큰소리를 치고 호기를 부리다가 막상 밖에 나가서는 제대로 말도 못하고 굽실거리는 사람을

우치벤케이라고 한다. 한국어의 '방안 퉁소'와 비슷한 말이라고 보면 된다.


일본의 우파들은 자국 외교를 우치벤케이에 빗대어 비판하곤 한다.

일본 외교가 국내에서는 큰소리를 치지만 막상 치열한 외교전이 벌어지면 소극적 태도와 실력 부족으로

번번이 당하기 일쑤인 '우치벤케이 외교'라는 것이다.


한·일 관계가 심상치 않은 요즘

남의 나라 일로 치부하지 말고 스스로를 돌아보는 타산지석으로 삼으면 좋을 것이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4/2019070403791.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