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07년 미국 프로레슬링협회인 WWE의 빈스 맥마흔 회장과 도널드 트럼프가
'억만장자의 대결'이라는 대회를 열었다.
두 사람이 각각 뽑은 레슬러들을 대결시켜 진 사람이 머리를 박박 깎는다는 내기였다.
선수가 심판을 메다꽂고 판정이 번복되는 난장판에 트럼프가 등장했다.
그는 링 밖에 서 있던 맥마흔을 쓰러뜨린 뒤 때리는 시늉을 했다.
결국 이 대회는 트럼프가 링 위에서 맥마흔의 머리를 바리캉으로 밀어버리고 환호하는 쇼로 끝났다.
▶맥마흔은 7년 뒤 유명 인사가 얼음물을 뒤집어쓰는 '아이스버킷 챌린지'에서
트럼프를 다음 대상으로 지목했다.
트럼프는 뉴욕 트럼프타워 옥상에서 "내 머리가 가발인지 아닌지 확인될 것"이라며
정장 차림으로 물 양동이를 뒤집어썼다.
물벼락을 끼얹은 사람은 미스 유니버스와 미스 USA였다.
트럼프는 두 미인대회를 1996년부터 20년간 운영했다.
전통적 미인을 뽑는 대회에서 트럼프 사업에 활용 가치가 높은 미인을 고르는 행사로 변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지난주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독립기념일 행사에 탱크와 장갑차, 폭격기가 등장했다.
행사장인 링컨기념관 앞 호수 주변은 인종차별 반대 집회, 베트남전 반대 시위가 열린 역사적 장소다.
트럼프는 연단에서 일일이 미군의 전략 자산들을 소개했다.
"하늘은 미국의 것"이라고 말할 땐 전투기 2대의 호위를 받는 폭격기가 대회장 상공을 날았다.
전통적으로 국민끼리 즐기는 미국 독립기념일에
대통령이 대중 연설을 한 것은 1951년 트루먼 대통령 이후 68년 만이었다.
▶트럼프는 세계 지도자 중 가장 쇼맨십이 강한 사람일 것이다.
독립기념일 행사도 그가 이미 "일생일대의 쇼가 될 것"이라고 예고했었다.
그는 2년 전 파리에서 열린 프랑스대혁명 기념일 행사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관람한 뒤
비슷한 행사를 워싱턴에서도 열겠다고 했다.
작년 참전 용사의 날에 열병식을 하려다가 여론 반대로 못했던 것을 이번에 강행했다.
미국 내에서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한 정치쇼"라는 비판이 나왔다.
▶판문점에서 김정은을 만난 뒤 트럼프는 "훌륭한 만남이었고 대단히 영광스럽다"고 했다.
엊그제도 "내가 아니었다면 북한과 전쟁을 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가 G20 회담차 일본에 왔다가 김정은과의 만남을 깜짝 제안한 것으로 돼 있지만,
이 역시 치밀하게 연출된 정치쇼라는 의혹이 있다.
재선에만 모든 관심을 쏟는 트럼프가 김정은과 어떤 거래를 하고 있는지 모르는 채
그저 쳐다볼 수밖에 없는 나라의 신세가 답답하고 처량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