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기인 6~8월 호찌민 월평균 강수량은 300㎜ 안팎. 우리나라 장마철(256~ 347㎜)보다 약간 적다.
호찌민은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사이공강·동나이강이 도시 전체를 구불구불 관통하고,
네덜란드 델타연구소의 질 에르켄 연구원은 "지난 25년 동안 지반이 0.5m나 내려앉았다"고 했다.
지반 침하는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추출하고, 연약 지반이 감당 못 할 정도로 도시가 커졌기 때문이다.
베트남 자원환경부 수원관리국에 따르면 호찌민과 메콩 델타 지방에만
생산용 우물 9650개와 가정용 우물 99만개가 있다.
이들은 각각 하루에 물을 200만㎥, 84만㎥ 퍼내고 있다고 한다.
또 1986년 '도이머이(Doi Moi)' 개혁·개방 정책 채택 이후 초고속으로 성장하면서
도시화와 인구 밀집이 뒤따랐다.
응우옌 호앙 안둥 도시홍수통제센터 부소장은
"호찌민은 1975년 200만명을 기준으로 개발 계획을 세운 도시"고 말했다.
현재 이곳엔 1300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
두부처럼 약한 지반에 거대 도시가 얹힌 꼴이다.
베트남 언론은 "호찌민은 침몰 위기에 처한 세계 5도시 중 하나"라며
"50년 내에 호찌민이 물속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침수 피해가 커지고 있는 데 반해 배수 시스템은 이를 감당할 만큼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침수 문제를 해결하려면 하수도 6000㎞가 필요한데 현재까지 설치된 건 4176㎞에 불과하다.
이마저 작년 4월 이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시공사가 계약 때와 다른 중국산 제품을 쓰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시는 응급 처방에 나섰다.
우선 주민들에게 우물을 사용하지 말도록 홍보하고, 대대적으로 우물 폐쇄 조치에 들어갔다.
또 제방을 더 높이 쌓고, 시내에 대형 지하 저수조 5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저수조가 완공되면 강수량 30㎜일 때 10~15㎝씩 잠기던 곳도 60㎜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공사가 결실을 볼 때까지 '여름 호찌민'의 침수는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