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깥 세상]

[베트남]침수로 고민하는 호찌민… 베네치아처럼 가라앉는다고? (이미지 특파원, 조선일보)

colorprom 2019. 7. 8. 17:33


    

[글로컬 라이프] 침수로 고민하는 호찌민… 베네치아처럼 가라앉는다고?


조선일보
                         

입력 2019.07.08 03:11

이미지 호찌민 특파원
이미지 호찌민 특파원

지난달 중순 베트남의 유명 부촌(富村) 중 하나인 호찌민시(市) 타오디엔.
고급 아파트·빌라가 몰려 있어 한국의 여의도·강남에 비유되는 곳이다.
하늘이 시커멓게 변한다 싶더니 순식간에 물 폭탄이 떨어졌다. 30분 만에 사방은 완전 물바다가 됐다.
종아리가 잠길 정도로 물이 찼고, 하수가 역류하면서 쌀국수 등
인근 가판에서 버린 음식 쓰레기가 둥둥 떠다녔다.

우기인 6~8월 호찌민 월평균 강수량은 300㎜ 안팎. 우리나라 장마철(256~ 347㎜)보다 약간 적다.
며칠간 내리기 일쑤인 한국 장마와 달리
이곳 스콜(대류성 강우)은 하루 몇 번씩, 한 번에 30분~1시간 정도 쏟아진다.
스콜이 새삼스러운 것도 아닌데, 호찌민은 21세기 들어 침수 문제가 심각해졌다고 호소한다.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베트남 언론과 전문가들은 호찌민의 지반 침하배수 시스템 미비가 주요 원인이라고 진단하고 있다.

호찌민은 북에서 남으로 흐르는 사이공강·동나이강이 도시 전체를 구불구불 관통하고,
남쪽으로 바다에 접해 있다.
땅 높이가 사이공강 최고 물 높이보다 낮은 지역이 63%나 된다.
이런 상황에서 1990년대 후반 이후 지반 침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네덜란드 델타연구소의 질 에르켄 연구원은 "지난 25년 동안 지반이 0.5m나 내려앉았다"고 했다.
인터넷매체인 베트남인사이더는 "도시가 매년 7㎝씩 가라앉고 있고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했다.
땅이 내려앉으면서 물은 잘 안 빠지고, 강물이 시내로 범람하는 일은 잦아졌다.
비가 올 때 시내 곳곳에서 어른 허리까지 물이 차는 모습이 자주 보이기도 한다.〈사진

지반 침하는 지하수를 무분별하게 추출하고, 연약 지반이 감당 못 할 정도로 도시가 커졌기 때문이다.

베트남 자원환경부 수원관리국에 따르면 호찌민과 메콩 델타 지방에만

생산용 우물 9650개와 가정용 우물 99만개가 있다.

이들은 각각 하루에 물을 200만㎥, 84만㎥ 퍼내고 있다고 한다.

또 1986년 '도이머이(Doi Moi)' 개혁·개방 정책 채택 이후 초고속으로 성장하면서

도시화인구 밀집이 뒤따랐다.

응우옌 호앙 안둥 도시홍수통제센터 부소장은

"호찌민은 1975년 200만명을 기준으로 개발 계획을 세운 도시"고 말했다.

현재 이곳엔 1300만명 이상이 살고 있다.

두부처럼 약한 지반에 거대 도시가 얹힌 꼴이다.

베트남 언론은 "호찌민은 침몰 위기에 처한 세계 5도시 중 하나"라며

"50년 내에 호찌민이 물속으로 가라앉을 수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침수 피해가 커지고 있는 데 반해 배수 시스템은 이를 감당할 만큼 제대로 갖춰지지 않았다.

침수 문제를 해결하려면 하수도 6000㎞가 필요한데 현재까지 설치된 건 4176㎞에 불과하다.

이마저 작년 4월 이후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시공사가 계약 때와 다른 중국산 제품을 쓰다 적발됐기 때문이다.

시는 응급 처방에 나섰다.

우선 주민들에게 우물을 사용하지 말도록 홍보하고, 대대적으로 우물 폐쇄 조치에 들어갔다.

제방을 더 높이 쌓고, 시내에 대형 지하 저수조 5개를 건설하기로 했다.

저수조가 완공되면 강수량 30㎜일 때 10~15㎝씩 잠기던 곳도 60㎜ 정도까지는 버틸 수 있다고 한다.

하지만 이런 공사가 결실을 볼 때까지 '여름 호찌민'의 침수는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7/08/2019070800043.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