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미국에서 나온 심리학 논문 가운데 이런 게 있다.
100쌍 커플을 모집해 일주일간 상대를 의심한 경우와,
애인 아닌 다른 사람에게 끌렸던 경우를 모두 기록하게 했다.
결론은 '다른 이성에게 한눈파는 사람이 자기 이성을 더 의심한다'였다.
애인 말고 다른 이성에게 끌린 사람이 죄책감을 감추려 "너 바람피우는 것 아냐?"라며 애인을 몰아붙인다.
방귀 뀐 놈이 성내는 적반하장 심리가 실험으로 입증된 것이다.
▶적반하장이 넘쳐나는 곳이 정치권이다.
거물들의 적반하장이 정치사 국면을 바꾸기도 했다.
김영삼 전 대통령은 자신이 서명한 내각제 개헌 합의문이 공개되자
"유출 진상을 밝히라"며 마산으로 내려가 칩거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은 정계 은퇴 후 복귀하며
"민족 운명이 중대 기로에 서 있는데 여야가 자기 몫을 못 한다"고 일갈했다.
치열한 기싸움 와중에 어느 정도의 적반하장은 이해되는 측면도 있다.
▶요즘 정치권엔 명백한 잘못을 덮으려는 지질한 적반하장만 넘쳐난다.
여당 의원은 공항에서 신분증을 보여 달라는 요구에
"규정을 가져오라"고 호통치고는 "직원에게 갑질을 당했다"고 했다.
여당 총선 전략을 짠다는 대통령 측근은 국정원장과의 부적절한 만남이 보도되자
"몰래 따라다니며 뭘 알고자 한 거냐"며 매체를 '파파라치 황색 저널리즘'으로 몰았다.
방송에 나와 한·미 정상 통화 녹취 입수를 주장했던 전 의원은 "허위 사실 유포로 법적 대응" 운운했다.
▶손혜원 의원은 '목포 부동산 투기 의혹'이 처음 제기됐을 때
"내 인생과 전 재산, 의원직을 걸겠다. 목숨도 내놓겠다"고 했다.
의혹을 보도한 언론사를 향해 "너희는 무엇을 걸겠냐"고 했다.
목포 지역구 박지원 의원이 의혹 제기에 동참하자
"함께 검찰 조사를 받고 싶다" "(다음 총선에서) 박지원을 물리치는 후보의 유세차를 함께 타겠다"고 했다.
한국당이 부친의 독립유공자 지정 관련 의혹을 제기했을 때는
"니들(너희) 아버지는 그때 뭐 하셨지?"라고 했다.
▶이번에 검찰이 기소하자 손 의원은 보안 자료를 보여준 목포시장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했다.
"보안 문서라고 한 검찰이 큰 실수를 한 것"이라고도 했다.
'검찰 조사에서 투기 사실이 밝혀지면 의원직을 내려놓겠다'더니 "억지스러운 수사 결과"라고 했다.
심리학자들은 손 의원이 자신의 패가 약할 때 블러핑을 하며 상대를 압박하는 도박판 심리전을 벌인다고
분석한다.
몰릴수록 치받고 나오는 손혜원식 대응을 자라나는 세대가 배울까 걱정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