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공부

봉보로봉봉 감독의 의심과 불안

colorprom 2019. 6. 1. 16:37


봉보로봉봉 감독의 의심과 불안


선일보
                             
             
입력 2019.06.01 03:00

[아무튼, 주말- 魚友야담]

어수웅·주말뉴스부장


봉준호 감독의 주간이었습니다.
기록경기인 월드컵이나 올림픽과는 확연히 다르지만,
한국인 첫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이 우리 어깨를 으쓱하게 만들어준 건 부인할 수 없을 겁니다.
충무로의 친밀과 애정을 담은 봉 감독 별명을 불어 발음하듯 불러봅니다. 봉보로봉봉 감독님.

이제는 칸에서도 그를 거장으로 부르지만, 3년 전만 해도 봉 감독은 이런 토로를 했습니다. 일반인이 아니라 영화 하는 후배들을 대상으로 한 소위 '마스터 클래스' 강연. "영화를 만드는 사람들에게 궁극적 공포는 과연 내게 재능이 있는지 없는지 의심이 드는 때일 겁니다. 어떤 핑계도 댈 수 없는 잔혹한 순간과 맞닥뜨리는 것. 하지만 궁극의 공포란 영원히 해소되지 않는 것이므로 그냥 짊어지고 갈 수밖에 없고, 자신에게 최면을 걸면서 계속 앞으로 나가야만 하는 것입니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겸비했다고 인정받은 봉 감독조차, 자신의 재능에 대한 의심은 사라지지 않았다는군요. 극복되지 않는 불안과 공포. 그러나 봉 감독은 이를 버텨냈고, 마침내 칸의 월계관까지 썼습니다.

그렇다면 누구나 끝까지 버티면 되는 걸까요.

결이 조금 다른 이야기지만, '유튜브 낭인' 이야기도 짚고 싶습니다. 동영상 플랫폼을 유튜브가 장악하면서, 일반인도 유튜브에 뛰어드는 세상이 됐습니다. 정확한 통계는 확인되지 않지만, 유튜버들은 대략 구독자 1000명일 때 한 달 추정 수익을 6만원으로 본다는군요. 시급 500원꼴이죠. 마이크·카메라·삼각대 세 가지만 있으면 누구나 유튜버가 가능한 시대. 하지만 제풀에 지친 낭인들이 속출하고, 중고시장에 이 유튜브 제작의 3대 장비가 넘쳐난다고 합니다. 이런 경우에도 재능에 대한 자기 최면이 과연 선(善)일까.

아다치 미쓰루의 청춘야구만화 'H2'는 이런 취지의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프로는 타인에게 꿈과 희망을 줄 수 있는 사람이 해야 하는 거라고 . 영화와 유튜브 콘텐츠를 동렬에 놓고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버틸 필요가 있는가에 대한 첫 번째 판단 기준은 역시 자신의 재능에 대한 타인의 인정이 아닐까요.

6월의 태양이 솟았습니다. 자신에 대한 냉정한 판단을 전제로, 양쪽 모두 지지합니다. 직업은 따로 갖고 좋아하는 일은 취미로 할 것이냐, 자신의 재능을 믿고 끝까지 버틸 것이냐. 당신은 어느 쪽입니까. 

       

출처 :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9/05/31/2019053101869.html